Como estas? 1-6. 휴식

Chapter 1-6. 휴식

by 이상

토요일과 일요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금요일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주말. 요즘은 목요일부터 좋아진다.


치열하고 낯설고 거의 매일 문제가 발생하는 이곳에서도 주말은 평온했다.


아니, 조금은 따분하다고 해야 할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한식당에 가서 아점을 먹고 구 시가지를 한바퀴 산책을 하고 오후 시간을 보낸다.


오후 시간엔 호텔에 있는 수영장과 자쿠지를 이용한다. 자쿠지는 야외에 있는 작은 욕탕인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사우나에 가서 온탕에 푹 담그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러고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었다. 힙한 despachito부터(데스파치토, 천천히, 사랑합시다) clasico인 besame mucho (오래된 노래, 베사메무초, 많이 키스해주세요)를 듣다 잠들었다.


꿈속에선 내가 이 노래를 현지 친구들과 아사도 파티 (asado, 고기 바비큐 파티)에서 부르고 있었다. 한국에서 지인들, 동료들과 삼겹살이나 소고기 회식을 하는 것처럼 남미에선 아사도 파티를 한다.


건물 옥상에는 거의 바비큐 시설이 있어 금요일 오후에는 아사도 파티를 한다. 대낮부터 펍(pub) 같은 곳에서는 술 마시고,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열정의 남미라고 하는 이유.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아파트에서 시끄럽게 파티를 해도 웬만해선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도 크게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남미에선 금요일, 토요일은 쉬고 노는 분위기라 서로 이해해주는 문화이다.


한참을 그렇게 자고 있는데, 현지 휴대폰 벨소리에 깼다.


“Hola. “

여보세요. 다음에 급한 음성이 나를 깨웠다.


“C 과장, 어디야? 지금 난리 났어.”


지사장님의 다급한 전화였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우리 강아지가 산책하다 큰 개에게 물려서 지금 동물 병원인데, 좀 도와줘.”


처음엔 황당했다. 주말에 자기 집 강아지가 다쳤는데 도와달라니. 한국에서라면 주말에 직장 동료에게 이런 행동을 하면 무개념으로 욕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말 안 통하고 낯선 해외에서 몇 명 안 되는 사람끼리 같이 일하고 돈 벌고 살아남아야 하는 직원끼리는 거의 반 가족이다.


“어이쿠, 어떡해요.”


한국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해외까지 데려 오고, 휴가 갈 때도 강아지 호텔에 맡기는 양반인데 얼마나 놀랐을까. 더군다나 상대방이 사과도 제대로 안 하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던져주며 병원비하라고 하니 얼마나 화가 났겠나.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페인어 잘하는 직원이 가서 같이 따지게 하고, 같이 일하는 현지 변호사에게도 연락해서 주말에 미안하지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변호사 비용도 지사장님이 지불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렇게 난리를 치고 났더니 어느새 저녁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호텔에서 떼울까 하다 근처 중국집에 갔다. 남미에는 중국인도 많고, 중국집도 많다. 볶음밥에, 완탕 (고기 만둣국), 새우 요리를 먹고 (남미 해안가에는 해산물 요리가 맛있다. 새우, 문어 생각난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중국 음악에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한국에서도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볶음밥을 먹으면 그렇게 졸렸다. 무슨 약 탔나 싶을 정도로. 보통의 식후 졸림을 뛰어넘는 그 나른함.


그렇게 주말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