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1-5. 일과 사람 (3)

Chapter 1-5. 일과 사람 (3)

by 이상

드디어 만난 본사 담당자는 외국인이지만 한눈에 봐도 깐깐해 보이는 아주머니셨다. 돈 만지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를 가던 왜 저런 인상일까.


해외에서 일하며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남성에게는 악수를 청해도 되지만, 여성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이 자칫 실례가 될 수도 있어서 만나서 반갑다며 목례만 먼저 했다.


보통 그러면 상대방이 악수를 청하고 살짝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명함을 교환한다.

그런데, 이 깐깐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를 안으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어이쿠 잔뜩 움츠러들며 왜 이러시나 하는데 이 아주머니가 웃는다.


“남미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르는구나.”


볼 뽀뽀였다. 한국에서 처음 보는 여성과 볼 뽀뽀하려 했다가는 성추행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는데, 남미에선 반대로 볼 뽀뽀를 안 하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지금은 내가 두 팔 벌려 안아주며 볼 뽀뽀를 하고 친근감을 자연스레 표현하지만, 잘 몰랐을 땐 얼마나 당황했겠나.


그래도 생활력 의지의 한국인인 내가 이대로 지나가면 안 되겠다 싶어, 볼 뽀뽀 알려줘서 고맙다 정식으로 한번 해보자고 너스레를 떨며 안아줬더니 웃으며 표정이 밝아졌다. 분위기도 좋아지고.


하지만, 본격적인 일 이야기로 들어가자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준비해 가져 간 서류들을 전달하며 우리가 이렇게 일했는데 이 정도 돈만 받고, 이만큼을 못 받았다. 언제까지는 이만큼을 받아야 하는데 부탁한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쪽 얘기였다. 나는 당연히 우리 쪽 이야기를 믿는다. 사실 확인을 하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같은 편 아닌가.

하지만 우리 주장만 해서는 협상을 할 수 없다. 상대방의 생각도 있고 계산법도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녀 관계에서도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하는데, 돈이 걸린 비즈니스에서도 우리 쪽에서는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상대방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게거품을 문다. 너희 쪽에서 잘못한 건 제대로 알고 있느냐고.


이럴 때 성급하게 무슨 소리냐, 헛소리하지 말고 돈 내놓아라고 달려들면 거의 실패한다.

어떤 사람은 강경하게 한판 붙고 우위를 점한 다음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때에 따라선 그럴 수 있다. 작정하고 사기 치는 나쁜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외 업무를 하면서 만난 외국인들은 아무리 후진국이라도 다들 배울만큼 배우고 유학도 다녀오고 일해서 인정받아 더 높은 position (자리,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듣다 보면 나름의 합리성과 논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큰돈이 걸린 건인만큼 단기간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거라 예상하고 왔다. 이렇게 얼굴을 트고 하나하나 입장을 듣고 전달하며 조율해 나가야 한다.


이 정도면 오늘은 일단 되었다 싶어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Hasta luego."


작별인사로 영어로는 until later로 번역되는데, good bye보다 왠지 더 좋은 표현이라 생각되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그리고 오늘 이야기 나눈 내용, 특히, 우리의 주장과 근거 그리고 상대방이 얘기한 내용을 써서 이메일로 보냈다.

오늘 한 이야기 정리한 건데 보고 더 추가할 내용 있으면 보내달라고.


원래는 회의 끝나고 그날 한 이야기를 서로 적어가며 회의록을 작성하고 사인해야 하는 게 맞지만 후진국 공무원들은 이런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니 일단 이렇게 처리하고 기록하며 진행한다.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고 그에 따라 일도 하고, 돈도 주고받고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걸로 보였다.


두 달 뒤에는 한국 가야 하는데...

일 다 끝나지 않았는데 비싼 비행기 값 들여서 가서 시간 되었다고 복귀한다고 하면.

욕먹겠지.


장기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복귀 비행기표 연장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