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1-7. 협상

Chapter 1-7. 협상

by 이상

누군가 얘기했다.

협상은 될 때까지 하는 거라고.


협상을 많이 해보고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계속 찾아가고 이야기한다.


때에 따라서는 중간에 텀을(term, 시간) 두거나, 너무 아니다 싶을 때는 일단 잠시 피해서 냉각기 혹은 휴지기를 가져야 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만나야 한다.


솔직히 그 외국인 친구가 한국말을 쓰는 오래 본 한국인 친구도 아니고, 서로 자주 보고 싶겠나. 만나서 편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만나서 해결을 하고 마무리를 하고 최소한 서로 다치지는 않게 해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편지를 보내고 우리 주장을 하면서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상대방 내부 보고 근거 자료를 다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내가 쓴 레터에(letter, 편지) 있는 내용을 발췌해서 쓸 수 있도록 정성 들여 떠서 먹여준다.


원하는 것을 줘야 이 친구가 ‘이 사람은 바쁜데 도움은 안되면서 왜 맨날 찾아오는 거야, 귀찮게스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래도 계속 만나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협상을 할 때 스무스하게 잘 넘어갈 때는 박차를 가해 계속 잡고 진도를 팍팍 나가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안 맞을 때는 너무 길게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좋은 말도 길게 하면 지겨워지는데, 안 좋은 말, 불편한 말,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계속 반복하면 얼마나 피곤하겠나. 될 것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런 사람이 있다.


“아, 이 xx 진짜 말 못 알아먹네. 똑같은 말을 몇 번을 해야 알아먹나. 당연한 걸 갖고 도대체 몇 시간을 끄는 거야. 오늘 끝까지 한번 가보자고. 쫑을 내!”


추진력 있게 밀어붙여서 빨리 종결하는 것 좋다. 그런데, 협상과 합의라는 건 상대방이 있어서 그쪽에서 ‘싫어, 나 안 해.’ 이렇게 해버리면 사실 방법이 없다.

나도 그랬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마음은 급한데 별 것 아닌 것, 당연한 걸 갖고 자기들끼리 주구장창 이야기하고 있으면 마음이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 친구들 틈에 끼여서, 자 봐 내가 다 설명해줄게 빨리 진행하자고 밀어붙이려는 찰나, 같이 출장 간 임원 분이 말씀하셨다.


“놔둬. 어차피 우리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거 아니야. 저 친구들도 자기들만의 산수와 생각 그리고 경험이 있는 거야. 이럴 땐 자기들끼리 편안해지는지, 대안이 있는지 협의하게 내버려 두는 게 맞아.”


정말 그랬다.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것을 들었을 때는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충분히 이야기하고 불편할 수 있는 사항, 우려될 수 있는 사항을 전달하고 우리가 그 사항을 풀어주는 대안을 이야기하면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불편함(uncomfortable)에서 편안함(comfortable)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런 것이 쌓여서 상호 신뢰가 생기고 합의에 이르는 것이었다.


미팅을 계속하다 보니 진전이 이루어지자 관련된 사람들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상대방 쪽 여러 사람들이 회의실로 찾아왔다. 오늘은 길게 얘기할 계획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이 친구들이 속도를 내었다.


논의를 어어 가다 보니 회의실에 상대방 쪽 사람이 스무 명 가까이 모였다. 우리 쪽은 나하고 영업 담당 둘인데 이거 뭐 17대 1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상대방 쪽에서 말하는 것을 둘이서 대답을 했다. 거의 불을 뿜었다. 그래도 상대방이 뭔가 하려고 할 때 같이 페이스를 맞춰주는 게 좋겠다 싶어 그렇게 오후 내내 회의를 이어갔다.


협의된 내용을 정리하고 당장 우리가 답변하지 못한 내용을 언제까지 답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네요. 한식당 가서 김치찌개나 한 그릇 드시죠.”


영업 담당의 말에 그러자고 해서 한식당에서 김치찌개에 소주를 마셨다. 수고하셨어요. 짠.


속이 좀 풀렸다.

착한 가격에 맛있는 와인 많은 남미에서 굳이 한국보다 2-3 배 돈 주고 소주를 마시나 했지만 이런 날은 소주를 한잔 마셔야 했다.


회의 때 너무 말을 많이 해서 별 말없이 밥만 먹으며 TV에 나오고 있는 한국 뉴스를 보았다.

말을 많이 하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고 하던데 소주가 달다.


“아, 한국 가서 콩나물해장국 때리고 사우나에서 한숨 푹 자고 싶네요.”


”저는 짜장면에 고량주 먹고 싶어요. 해외에서 짜장면은 왜 한국 짜장면 맛이 안 나는지 모르겠어요. “


서로 피곤해서 일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일어섰다.


“보고는 오늘 밤에 각자 정리해서 내일 아침에 취합해서 같이 하시죠.”


원래 사무실에 같이 들어가서 오늘 회의 내용을 복기하고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자료를 만들어 이메일을 먼저 보내고, 상대방 측에도 회의록을 보내야 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게 번아웃인가.


어느새 밤이 너무 깊었다. 오늘은 일단 집으로 가야겠다.

남미의 밤길은 위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