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1-8. 본사 임원의 출장

Chapter 1-8. 본사 임원의 출장

by 이상

어느 날 출근해보니 본사 영업 담당 임원이 현지 점검 및 지원하러 와 있다고 인사를 하라고 한다.


‘아 맞다. 며칠 전에 온다는 말이 있었지. 시간이 엄청 빠르구나. 제발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이것저것 묻고 귀찮게만 하지 말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사장님과 담소 중이셨다.


“안녕하십니까?”


“어, 자기가 C 과장이야? 얘기 많이 들었어. 고생 많지? “


또 자기... 요즘 유행인가.


그런데 이 분 범상치가 않았다.


긴 머리를 연신 만지며 느끼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데, 새끼손가락에 커다란 자수정 반지를 끼고 있었다. 부잣집 할머니들이나 끼고 다닐만한 반지를 회사 임원이 끼고 다니니 신기했다.


목에 찬 두꺼운 금 목걸이는 그냥 애교로 보였다. 한번 만나면 기억에는 남겠군.


협상 진행 과정을 이야기하고 현재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와 분석을 설명했다. 한참 듣고 있더니 이것저것 물어봐서 대답을 했다.


회사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10분만 얘기해봐도 이 사람이 잘 아는지, 준비는 잘했는지 알 수가 있거든.”


아, 그런가요? 하면서 속으로는 너무 속단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데 회사를 오래 다니고 회의도 많이 하고 출장도 많이 다니다 보니 정말 준비가 된 사람인지 아닌지는 금방 파악이 되었다.


보통 준비를 한 사람은 중요한 포인트를 찍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구체적으로 묻고 종합해서 자신의 의견을 근거와 함께 내놓는다.


하지만, 준비가 안된 사람은 일반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일 할 때는 어땠는지 말이야 하면서. 별 도움 안 되는 뻔한 말.


그렇게 회의는 길어진다.

아저씨, 여긴 남미라고요. 중동이 아니고.


토를 달아봐야 말만 길어지고 시간을 뺏기니,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고 만다.


미팅을 마치고 와서 이메일을 보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귀찮게 한다.


와이파이가 잘 안 잡힌다. 화장실이 어디냐. 프린트 설정 어떻게 하느냐. 남미 커피 맛있다는데 커피나 한잔 하자. 식당은 어디가 가볼 만하냐. 쉴 때 뭐하느냐.


예전에 바쁠 때 이러면 속에서 천불이 났는데 이제는 회사생활이 사회생활이고, 인간이란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군대가 사람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회사도 사람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은 꼭 한식 먹어야겠다고 해서 차를 타고 같이 점심을 먹고 와서 미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메일이 날아왔다. 출장 보고서를 미리 써 왔는데 좀 봐달라고.


히야, 출장을 가서 일을 하고 결과를 쓰는 게 출장 보고인데, 출장 나와서 일도 안 하고 보고서를 먼저 써왔네. 소설인가.


그래, 미리 준비하고 예상되는 내용을 먼저 적어와서 협의를 하고 해당 내용을 반영하면 효율적일 수도 있겠군. 나의 오랜 회사 생활의 비결, 긍정 정서는 그렇게 상황을 좋게 생각하도록 이끌었다.


파일을 열어보니 역시나. 중요한 내용은 없고,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났다는 개괄적인 내용만 있었다. 이걸 나보고 채워달라는 거겠지. 계속 귀찮게 하며 친한 척하고 밥 사준 이유가 있었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 새삼 깨닫는다.




으레 그렇듯 비즈니스 파트너와 오후 미팅은 취소되고 할 일이 없어지고 따분하셨는지 저녁을 조금 일찍 먹으러 가자고 해서 지사장님과 와인이 좋은 레스토랑으로 갔다.


지사장님은 현지 일도 일인데, 본사 인원 특히 임원 의전이 반이라고 강조하더니 제일 비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고 자랑한다.


오늘 이래저래 시달려서 집에 가서 빨리 쉬고 싶은데, 분위기와 와인에 취하신 이분은 전혀 집에 가실 생각이 없다. 식사를 하다 본사 밑의 직원에게서 보고 전화가 왔는지 한참을 통화하더니,


“자기는 내 어금니야, 어금니. 알지? 내가 자기 믿는 거. 잘해.”

하고 끊는다.


어금니에서 마시던 비싼 와인 뿜을 뻔했다.


겨우 참고 있는데 이 분이 갑자기,


“저기 피아노 좀 쳐도 되나?”

하고 묻는다.


아이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데, 앞으로도 여기 한 번씩 와야 하는데 꼬레아노 진상으로 찍히면 안 되는데. 마실만큼 마셨으니 조용히 정리하고 일찍 들어가시지 왜 이러시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지사장님은

이미 레스토랑 매니저에게 달려가서 묻고 사정하고 있다. 사회생활, 의전.


난처한 표정의 매니저. 길어지는 이야기.


이 정도 되면 눈치껏 아 됐어, 그냥 기분 좋아서 해본 말이야 하고 접으면 되는데, 이분 진짜 피아노 치고 싶으신지 흥얼거리며 피아노만 보고 있다.


지사장님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와서 가서 치시면 됩니다. 마지못해 딱 5분만 허락받았나 보다.


보통 그런 곳에 준비해둔 피아노는 전문 연주자들이 와서 교양이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인데 그걸 일반인 그것도 외국인이 치겠다고 하니.

여기 자주 와서 돈을 많이 쓰니 그나마 잠깐 허락해준 것일 거다.


이미 아티스트가 된 듯한 이 분 한껏 취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헉, 근데 잘 친다. 수준급.


어디서 들어본 유명한 곡인데, 와 이렇게 잘 치나.

음대 나오셨나?


그래도 눈치는 있으신지 딱 3곡 치고 내려온다.

사람들이 박수까지 쳐주니 좋으셨는지 오늘 본 표정 중 가장 의기양양해 보이고 만족스러워 보이셨다.


진짜 신기하네, 이래서 회사 다녀야 하나.

정말 별 걸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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