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적도탑
본사 임원도 며칠 있다 가고 협의를 계속하고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비가 계속 많이 오는구나.
한국에서도 비 오는 날이면 상념에 빠지게 되는데 해외에서는 더 큰 외로움이 함께 찾아온다.
다행히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 과장님이 이곳으로 일 때문에 오셔서 적도탑에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가보았다.
해외 생활하면서 마음 맞는 사람이 있어 밥 먹으면서 대화도 되고 시간 맞으면 해외여행을 같이 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면 그나마 살만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 외곽에 위치한 적도탑은
잘 조성되어 있는 공원이었다. 깔끔하게
“근데, 여기가 진짜 적도가 아닌 거 아세요?”
엥? 그게 무슨 소리?
적도라고 적도탑까지 저렇게 떡 하니 있고 공원까지 조성되어서 관광지로 잘 만들어 놨는데.
“여기가 적도인지 어떻게 아시겠어요?”
그러게, 적도라고 탑만 으리으리하게 있고 공원만 있다 뿐이지, 여기를 적도라고 해서 적도라고 하는 거지 진짜 적도가 맞나?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진짜 적도탑으로 가시죠.”
그래도 여기 먼저 온 선배라서 그런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차를 몰고 적도탑 공원 옆에 가보니 정말 조성된 공원보다는 작지만 뭔가 원시적이면서도 정이 가는 조그마한 지역이 있었다.
큰 마당이 있는 카페 같다고나 해야 할까.
들어가 보니 여기도 뭔가 조성이 되어 있다.
“여기가 현지인들이 발견하고 만든 진짜 적도탑이라고 해요.”
과연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줄과 화장실 변기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뭐지?’
그곳에 일하는 친구가
Hola, Como esta? (안녕, 오늘 어떠냐?) 하며
어디에서 왔냐고 으레 인사를 건넨다.
그러고는 여기가 적도야하면서 줄을 가리킨다.
무슨 소리하나 하고 가만히 지켜보니 잘 보라고 하면서 변기에 물을 부으며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근데, 뭐 어쩌라는 거지.
잘 봤냐 하더니 그 줄을 넘어와서는 또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물을 붓고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헉, 뭐지.
물이 반대로 돌아서 내려가잖아.
그냥 저 줄을 기준으로 한쪽에선 시계 방향으로, 반대쪽에선 시계 반대 방향으로.
히야 신기하네. 정말 줄과 변기, 물 밖에 없으니 이건 뭐 마술이나 속임수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 현상일 뿐이었다.
그러더니 온 김에 달걀을 세워보라고 한다.
허허, 장난하나 달걀이 서나.
난 실패했지만 이 과장님이 몇 번 시도하니
진짜 섰다.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니 적도에선 잘 균형을 맞추면 된다고 한다.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여긴 그냥 남미 적도였다.
웃기는 건 나는 계속해도 안 되는 거였다. 이게 쉬운 게 아니군.
포기하려는 찰나, 이 과장님이 안되면 저 못에 계란을 꽂으라고 한다.
그게 뭐냐고 묻자,
그게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화답한다.
아 그게 그건가.
마음 맞는 사람과는 별거 아닌데도 편하고 즐겁다.
기념이라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고 보여줬더니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출입국 하며 찍은 도장과 비자 때문에 걸레가 되어 있는 내 여권을 보고 맨 뒷장 이름 쓰는 칸에 도장을 찍어준다.
보통 남는 장이 많아서 아무 데나 찍어주는데 이런 여권 처음 본다면서.
그러게, 이 나라 저 나라 (방글라데시, 사우디 등) 이제는 남미까지 참 별 나라를 다 다녔네. 싶었다.
그렇게 나가려는데 갑자기 한국어가 들렸다.
신기해서 쳐다보니 반갑다는 듯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주고 물어보니 놀러 왔다고 한다. 주재원이라고 소개하고 여기까지 놀러 왔냐고 물으니 한 달간 남미 여행할 거라고 한다.
부럽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한 달씩 쉬면서 여행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어디에 묵고 있느냐고 물으니 지역과 호텔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저렴한 곳에서 여행 경비를 아끼며 묵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심심하면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 놀러 오면 맥주 사주겠다고 했더니 저녁에 진짜 왔다.
우와 여기 진짜 좋다고 말하며 공짜 맥주라 너무 좋다고 하며 연신 마셔댄다.
해외에서 새로운 한국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 한국 이야기도 듣고 다른 경험을 듣는 것 또한 주재원의 매력인 것 같다.
호텔 택시를 태워 보내며 안전하게 여행 잘하고 돌아가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연락처는 받지 않았다.
여행지에서의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 쿨하다.
한국 가서 우연히 보면 반갑겠지 뭐.
Adios!
* 출처 : 네이버 모먀님의 블로그 (Mita del
Mundo - 미따 델 문도, middle of the world, 세상의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