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2. 휴가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몇 달이 지나 정기휴가를 갈 시기가 되어 버렸다.
이게 뭐지?
현지 책임자님도 당초 이야기와 달라지니 조금 미안했는지 일단 휴가 가서 푹 좀 쉬고 다시 오라고 한다.
엥? 여길 다시 또 오라고요?
그런데, 일이 다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어떡하나.
더군다나 여기서 맡은 일도 잘하고, 문제도 해결해나가니 다른 일들도 맡게 되어 그냥 복귀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본사 담당 임원에게 전화하니,
“회사 일이 다 그렇지 뭐. 한국에서 뭐 할 거 있어? 이 참에 거기서 돈도 벌고 경험도 쌓는 거지, 안 그래?”
아이고, 여기서 일주일도 못 살 양반이 남의 일이라고 말은 아주 잘하시네요.
라는 말은 못 하고, 네, 일단 한국 가서 말씀 나누시지요 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묘한 것이, 여기에 더 있고 싶은 마음도 드는 거였다.
본사에서 이 일, 저 일 하는 것보다 여기서는 여기 일만 보면 되고, 적응도 되었는데 이 참에 여기서 해외 수당 받으면서 돈이나 벌고 현지 연휴 때 남미 여행이나 실컷 갈까?
어차피 일이 남아 있으니 완전 복귀는 힘들고 휴가 갔다가 다시 와야 할 것 같으니 마음이 그렇게 positive thinking (좋은 생각)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내 고민과는 달리, 휴가 신청서에는 복귀 일정까지 이미 기재되어 있었고, 현지에서 업무 지원하는 친구들은 이미 휴가 후 다시 이곳에 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있었다.
“형님, 다시 오셔서 여기서 아르헨티나 소고기에 말벡 와인 한잔 하셔야죠.”
업무 지원하는 현채 (현지 채용) 교포 친구의 이야기가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휴가 간다는 마음에 들뜬 박 부장님의 표정은 좋았다. 처음 봤을 때보다 얼굴도 많이 그을리고 고생한 티가 역력했지만 상기된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자기는 한국 가면 뭐할 거야?
나는 이것 먹고, 저거 하고 싶고. 또...“
같이 가는 비행기표 좌석 무조건 떨어져 앉아야겠다. 다시 한번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미워할 수만 없는 것이 해외에서 같이 근무하고 생활하다 보면 고운 정, 미운 정이 들게 마련이고, 더군다나 같은 시기에 부임한 사람과는 더 친해진다.
부임 교육을 같이 받기도 하고, 초행길에 같이 오기도 하며, 휴가 발생 주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휴가 시기도 거의 겹쳐서 같이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채 친구가 갑자기 이민 가방과 종이 한 장을 내민다.
“형님, 다음에 다시 오실 때, 여기 적힌 것 좀 사 와주세요. 우리 부식이에요. 여기서 사면 너무 비싸기도 하고, 물건도 없어서요. “
여기 다시 오는 것도 그런데, 내 짐에다가 이 이민가방까지 끌고 오라고!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칠레 와인하고 콜롬비아 커피 하고 이것저것 좀 넣었어요. 휴가 가서 선물도 좀 하시고 맛있게 드세요. 건강하게 돌아오십시오. 차우! “
아, 여기 남미 애들 정말 미워할 수가 없다. 진짜
그렇게 박 부장님과 휴가 길에 올랐다.
20시간의 비행이었지만 그래도 휴가는 휴가.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래, 일단 푹 쉬고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머.
- 2부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