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1. 뒤통수 (2)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건 참 힘들다.
미리 보냈으면 좋았을걸.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이걸 해결 못하면 몇백만 불이 날아가는데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과 우리 서류들을 며칠 동안 보았다.
다행히 상대방 측에서 우리의 잘못이라고 지적한 근거 서류에서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공문에서 형식적인 문제들도 같이 발견했다.
“이런 걸 어떻게 찾아냈어?”
‘못 찾으면 아저씨하고 나하고 곤란해질 사람 그리
많은데, 죽어라 찾아야지요.
그러니까 일찍 보내자니까 왜 말을 안 들어서 이런 사단을 만드십니까, 다음번엔 제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런 말은 감정싸움이 되고 불필요한 시간만 잡아먹기 때문에 바로 접었다.
더군다나, 살았다 하며 안도하는 나이 든 아저씨의 주름 진 얼굴에 센 말을 꽂아 넣기는 싫었다.
밤새 써 놓은 공문까지 보여 드리며,
“오늘 바로 보내시죠.”
한마디만 했다.
멋쩍은 듯, 그러지 뭐하는 표정이 꽤나 옹색해 보였다.
공문 제출 준비를 모두 마치고, ㄱ씨를 찾아갔다.
여전히 싸늘한 표정. 부탁 같은 건 전혀 들어줄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보여줄 게 있다.”
하고, ㄱ씨가 작성했을 근거 서류와 공문의 오류들을 형광펜으로 표시한 내용들을 보여줬다.
싸늘한 표정에서 바뀐 당황한 표정을 보며, 외국인도 같은 사람이군하며 이제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자며 기다렸다.
자신의 오류가 분명한 내용. 정식 공문으로 제출되었고, 이 내용을 지적하며 우리 책임은 없어요하면,
한국 같으면,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해.
꼼꼼하게 체크하고 제대로 했어야지. “
그런 말이 날아올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면 너도 일자리가 위태롭겠지. 자녀가 6명이라던 이 친구의 소개를 들으며 놀랐던 기억이 났다.
오늘 공문 보낼 테니 recibido 잘 찍어주세요 하고 돌아오는데 비굴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얘기 좀 하자고.
결국 이제부터 이 친구와 나는 같은 배에 올라탔다.
같이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할지를 고민했다. 서로 다치지 않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대학교 때 친구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기억이 났다.
동시에 책임과 손해 배상액에 대해 협상했다.
그러길래 왜 이렇게 과도하게 손해 배상을 청구했냐고 따지자 네고 하려고 그랬다고 실토한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지나고 보니 갑자기 어찌 보면 잘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위복이라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 뒤에 패를
감추고 싸우기보다 터 넣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같은 편이 된 느낌이었다.
협상할 때 자리 위치도 마주만 보지 말고, 기회가 될 때 옆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마주 보면 서로 상대하는 느낌이 드는데, 옆에 앉아 있으면 왠지 같은 편처럼 느껴져서 협상이 더 잘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절차와 내용을 조율하고, 손해 배상 금액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절충을 보았다. 돈을 받지 않으면 안 되니 어느 정도 손해 배상 금액 조로 받고, 우리가 추가로 보상을 요구한 부분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Amigo, (친구) 조만간 우리 Asado (남미 고기 파티) 한번 하자.”
으이그, 진작에 이럴 것이지 안 좋을 땐 얼굴 확 굳어서 쌩 까더니 자식.
어쩌겠나. 우리 회사는 보호하고, 필요할 때 상대방 공격하는 게 우리 일이고 역할인데.
이번 일로 느끼는 바가 참 많았다.
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아사도 파티를 하며, 현지 광부들이 마신다는 몇 리터짜리 무지막지하게 큰 와인 병을 보고, 한국의 소주 1.8 리터짜리 대꼬리 병을 떠올리며 웃음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