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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y 16. 2023

막장의 끝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외전 (B-4)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2


겉으론 평화로운 날들이 흘러갔습니다.


꽉 잡혀 사는 A 선배는, 회식 참석도 B에 의해 금지 당해서 회식에도 잘 나타나지 않았지요.


잘 해야 밥만 먹고 바로 일어났습니다.


“저 선배는 좋겠다. 회식 참석 안 해도 되니까요 ㅋㅋㅋ”


진짜 부러운 건지, 놀리는 건지 아님 둘 다 인지,

이미 소문이 날대로 다 난 A 선배는 그렇게 고개 푹 숙이고 회사를 다녔습니다.


“저 사람이 A래?”


“진짜?”


“우와, 저렇게 키 작고 못 생겼는데도, 와이프 임신 중에 바람을 피운 거야?”


“키 작고 못 생기고 그런 것 필요 없어. 그냥 하는 놈과 안 하는 놈이 있는 거야.”


“그래? ㅋㅋㅋ“


“아니다. 하는 놈하고 안 걸리는 놈이 있는 건가? “


“야아~~~ ㅎㅎㅎ”


일반인도 사정을 아는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소문 나면 이렇게 힘든데, 불특정 다수가 아는 연예인들은 무슨 문제나 스캔들로 많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면 얼마나 힘들까요?


괜히 좋지 못한 선택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 아이의 아빠가 된 A 선배는,

술 마시고 노는 낙은 사라졌고,

가정에 충실하며 아이들 키우는 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은 아이들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지요. 사진 속 표정은 분명 웃고 있는데, 사정을 아는 제가 보기엔 왜 한 쪽에 그늘이 있는 것 같을까요.


사고도 쳤던 데다, 애 둘을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경도 두배로 써야 하고, 돈도 두배로 들 거니까요.


그래서, 연년생을 낳았다는 선배를 향해 한 부장님은,


“너 짐승이냐? 어떻게 애 낳자 마자 바로 임신 시키냐?”


라는 힐난 섞인 말보다는,


“근데, 너 용감하다.

하나도 못 낳겠다고 난리인데, 이 험한 세상에서 애를 둘씩이나 낳냐?

페이스 잘 유지해서 셋 낳아라. 파이팅!“


라는 응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철없는 우리 A 선배는,


“그럴까요? 헤헤”


라며 그 와중에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하지만, B가 받아줄 리가 없지요.


둘 낳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못 참고 사고까지 쳤으니 말입니다.


이래서 신뢰, 믿음이란 건 참 중요합니다.


살벌한 세상에서 감자탕 되지 않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연달아 1년씩 육아휴직을 쓰고, 2년 만에 회사에 B가 나타났습니다.


시간이라는 묘약은 그 이름답게 신묘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도 어느덧 잊혀져 있었습니다.


살면서, 나이 들면서 더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을 끌만한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인생 챙기느라 바빠서 금세 잊혀집니다.


그리고 회사는 생각보다 사람의 변동이 큽니다.


이런 저런 일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갔다가 다시 오는 사람도 있지요.


회사에서 큰 칼을 차고, 휘두르며 많은 사람들을 끌고 다니던 고위 임원도, 사장도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어서, 몇 년 있지 못하고 집에 갑니다.


평생 그렇게 누리고 살 줄 알았겠지만, 어차피 누군가 시켜준 사장이나 임원도, 시켜준 사람이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라고 하면 가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큰 칼을 뺏기고 한낱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된 분들을 보면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하지만, 앞에서 대 놓고 무시하거나 싫은 티 팍팍 내면 안됩니다. 갔다가 다시 오는 사람처럼, 불사조처럼 돌아 오시는 분들도 있으시니깐요. 그러면 마지막에 자신을 홀대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지 감이 오시죠? 그래서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다 덮고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평생 직장을 꿈꾸며 정년까지 한 회사에 다니며 결혼식, 돌잔치, 조사까지 서로 다 챙기는 IMF 이전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지요.


너무 오래 다닌 사람은 ‘고인 물’ 이라고 부르며 어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저평가 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이직했을 때보다 연봉 인상 폭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엔 1년도 못 채우고 그만두는, 너무 자주 옮겨 다니는 사람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3년 일해서 경험하고 이직해서 연봉 올리고 커리어 develop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몇 년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기존의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지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일 말고도, 회사에는 주기적으로 이런 저런 일들이 터지다 보니, 해프닝으로 잊혀지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 듭니다.


B의 얼굴은 밝아 보였습니다. 선배의 얼굴과 대조적이었지요.


안 봐도 비디오인 것이,

약점 잡혀서 쩔쩔 매며 잡혀서 살고,

의무만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과,


약점을 잡고 이것 저것 시키며,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사람의 얼굴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당했던 분풀이 겸,

약자에게 더 강한 매질을 하는 경우가 있지요.


신뢰가 깨져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B는 결국 ‘그 요구’까지 하고 맙니다.


어느 날 선배의 표정이 울쌍이었습니다.


술 마시자는 말은 못 하겠고, 나가서 바람이나 쐬면서 시원한 음료나 한잔 하자고 데리고 나갔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물으면서도,


‘진짜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묶으래.“


“엥? 뭘 묶어요?”


“아 몰라? 지지래.“


뭘 묶고 지지라는 건지.


원래 마눌님에게 묶여 있을 결혼한 남자가,

뭘 묶고 지지면 저렇게 싫어할 게 뭘까?


고문?


선배가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일제 경찰이나 고문 기술자가 있는 시대도 아닌데,


뭘까?


지지고 볶는 게 결혼생활이라는데,

지지고 묶는 건?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정관수술이었습니다.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있고, 주위에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 수술을 해서 놀라기도 했었는데요.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수술을 하느니 고문을 당하겠다 라는 정도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았으니 더 이상 낳지 말자고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뭘 그렇게 유난을 떠는지.


아마도 더 이상 애 낳기도 싫고, 단속도 하는 동시에, 부부 관계는 그래도 해야 하겠는지 불안하지 않게, 편하게 하고 싶어서 B가 그리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키도 작고 볼품 없는 선배였지만, 번식에 대한 욕망은 무척이나 컸던지 생식능력이 사라진다 라는 말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검색을 해보고 주워 들었는지 성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말도 더 거부감을 갖게 하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 가서 또 사고 치려고? 엉!

당장 내일 병원 가서 묶어!“


라는 B의 성화를 이겨 낼 방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작이 없었다면,


“내가 왜 그걸 해야 해.

나나 당신이나 피임하면 되지.“


하고 강하게 나갈 수 있었을 테지요.


마치 화장실 변기에 소변 튀기니까, 남자에게 앉아서 오줌 싸라는 요구와도 일견 비슷합니다.


순순히 받아들이는 남자도 있지만, 평생 서서 쌌는데, 그건 못 받아 들이겠고,


‘차라리 청소를 내가 할께’

하며, 청소를 안하고 서서 일을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


하지만, 이미 큰 사고를 친 상태라,

귀책 배우자가 되어 이혼 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티다 버티다,

어느 날 선배의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과 다소 어색한 걸음걸이를 보며,


어릴 적 고래를 잡았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어머니가, 고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만 했던 것 같네요.


물론, 짜장면을 먹긴 먹었습니다.


“어머, 넌 어린데 성숙하구나.”

라는 간호사 누나의 말에 모욕감(?)과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그러네, 이 녀석 ...”

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은 후 지요.


더이상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흑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선배의 모습과 달리,

B의 모습은 좋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을 압박해서 성취했을 때의 모습이랄까요.


기고만장, 의기양양

그런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어쩌면 B 입장에선,

취직과 결혼 그리고 출산으로 가정을 꾸려서,

안정적인 기반을 잡았고,


남편의 사고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한 명의 평생 반 노예까지 생겼으니 그럴 법도 해 보였습니다.


애 보라, 청소하라, 음식물 쓰레기 버려라, 오늘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말만 하면 되니까요.


(남의 일 같지 않으신 분들 많지요? ㅎ)


그리고 남자도 마찬가지이기도 한데,

여성도 결혼을 하면 소위 ‘퍼지기도‘ 합니다.


나이도 먹고 결혼해서, 누구한테 이성으로 잘 보일 것도 아니고, 애도 낳았으니 알 것 다 알아서 거침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캬아~ 시원하다.

임신했을 때 이거 못 마셔서 죽는 줄~

워킹맘 힘들긴 한데,

그래도 집에 있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답답해서 미치겠더라고~


저기요. 500 한 잔 더 주세요~“


부부는 닮아간다고 하나요? 어쩌면 닮은 사람끼리 편해서 결혼한 것일 수도 있고, 같이 살면서 붙어 지내다 보니 닮아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언제인가 선배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었습니다.


‘호사다마’ 라는 말 기억하시죠?


임신 때 남자가 바람 피우고, 여자 부모가 회사까지 찾아 온 일도 흔치 않지만, 그 정도의 스토리였다면, 명색이 ‘연애 소설’ 작가인 제가 ‘부부의 세계’를 다시 써보진 않았겠지요.


어느 날은 선배가 풀 죽은 모습이 아닌,

굉장히 화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애 임신했을 때 끊었다던 담배를 몰아 피우면서요. 참고로, 바람 피운 것 걸렸을 때, B의 부모님이 회사에 찾아왔을 때도 담배를 다시 피우진 않았습니다.


둘째 임신 중이기도 했고, 화난 상황은 아니었고, 자기 잘못으로 노심초사한 상황이어서 그나마 담배를 피우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18,

셋째 임신 했다.“


번식 요정답게 셋째 임신 했으면, 이전보다 더 좋아할 사람인데, 왜 이렇게 화를 낼까요?


아, 맞다.

얼마 전 정관수술을 했는데, 임신을 했다고 하니,


그 말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더 할 수 없었습니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80



아래 매거진에서 1화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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