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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y 12. 2023

현실화된 위기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외전 (B-3)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1


두 번째 임신에 A 선배는 신이 나 있었습니다.


‘귀사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라는 말이 있지요.


‘귀사’니, ‘폐사’니 다 알고 보면 사실 일본식 표현이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요.


그래도 여기서 번영은 (prosperity) 참 좋은 말이지요. 어감도 좋고 멋집니다. ’번창‘도 좋은 말인데, 개인적으로 번영이 더 있어 보입니다.


돈 잘 벌고, 명성(reputation) 잘 쌓고, 회사가 위기가 있어도 잘 넘기며 지속가능한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사람에게, 특히, 남자에게 번영은 무엇일까요?

회사처럼 돈 잘 벌고, 높은 지위와 명예에서 그치는 것일까요?


번영 (繁榮)은 한자에서 보듯이, 번식 (繁殖)과 맞닿아 있습니다. 재물욕, 명예욕도 중요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히, 수컷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와 사명은 번식에 있지요.


재물욕과 명예욕도 따로 있는 욕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번식욕을 위한 도구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사회 제도에 맞게 절제 하기도 하고, 자아 실현과 같은 상위 욕구의 실현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식욕, 수면욕과 같이 성욕과 번식욕은 너무도 강력해서 잘못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 시대 후궁과 의자왕의 삼천 궁녀 그리고 중국에서 문제 되었던 ‘축첩’도 사실 권위를 바탕으로 한 욕구의 발현이라고 봅니다.


지위도 높고, 그래서 돈도 많아야 안정적이고 번식해도 여성이나 자녀를 잘 케어할 것 아니겠습니까? 없이도 정성으로 잘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글쎄요. 현실에선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 국가이지만, 역사적인 이유 +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사우디 같은 나라는 일부다처제 국가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여러 여성을 거느리고 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케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뻥카로 돈 있다고 해놓고 나중엔 나 몰라라 하는 인간들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그 나라에선 두 번째 이상 부인을 얻으려면 케어할 수 있다는 경제적 능력을 공식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해외 여러 나라를 여기저기 다니고 살다 보니 별 희한한 걸 다 알지요 ㅎㅎ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특히, 술)

예상치 않게 바로 임신이 되어 힘들 게 10개월을 버틴 B 친구.


이제 좀 살만하나 하며 몸 조리하고 쉬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었을 텐데. 활달한 친구가 그렇게 애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둘째 임신이 되니 더 놀랐나 봅니다. 좋지 않은 다른 선택까지도 생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키도 작고 외모도 볼품 없는 남자인데,

키 크고 건장한 남자가 임신이 안되어 이것 저것 검사 받으러 다니고, 시험관 아기에, 입양까지 하는 걸 보면, 신기한 인생입니다.


그렇게 아랑곳하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며 기뻐하는 A 선배.


어쩌면 회사를 오래 다니는 목적 중 하나인 자녀 대학 학자금도 다 타먹을 수 있겠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 가능성이 높아져서 더 그랬을 겁니다.


(참, 살기 팍팍하지요. 대학 등록금 너무 비싸요!)


아무튼, 이제는 한 번 해봤다고 여유까지 장착하게 된 선배였지요.


유명한 말 있지요?


“내가 다 알아. 내가 다 해봤어.”


그런 기고만장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오래 살아보신 분들은 아마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전편에서 언급한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았던 A 선배.


임신 기간 중에도 위험한 기간을 빼고는 배가 불러있는 B 친구와 사랑을 나누고, 스스로도 해결하며 그렇게 문제없이 첫 번째 임신과 출산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지요.


어쩌면 그렇게까지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고,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었는데, 입은 하나 더 늘고, 둘째를 임신 중인 와이프를 케어해야 하니 딴짓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와이프에게 허락 받았다고 한 번씩 회식에 오곤 했습니다. 주로 법카로 먹을 수 있는 회식에서죠.


“캬아~ 좋다.

한 번씩 이렇게 먹고 마셔야겠어.

좀 살겠네.“


표정이 정말 살 것 같아 보였습니다.


활달한 성격답게,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보면 확실한 e 성향이겠지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i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외형적 성격)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한 듯 부어라, 마셔라 실컷 놀고는, 지하철 끊기기 전에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선은 지킨 것이죠.


하지만 사달은 선배의 같은 대학 후배와 친해지며 발생했습니다.


어린 만큼 밝은 C 친구.


“쨔잔, 저 왔어요~

보고 싶어서 왔어요~"


어린 나이에 걸맞게 상큼미가 터지며 모두에게 그렇게 대했습니다.


저는 부담스러워서 조금 멀리했지요.


그런데, 이 선배는 그 모습에 홀딱 넘어갔습니다.


“우와, 쟤 진짜 귀엽지 않냐?”


“난 쫌 부담스럽던데.”


“아몰라, 마눌님은 집에만 가면 살벌한 얼굴로 신경질 부리는데, 쟤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


그때 언뜻 불안감이 스쳤지요.


‘성실 誠實 한 저 선배가,

다른 쪽으로 성실 性實 하면 안 되는데.‘


(댓글 달아주신 작가님에게 한 수 배워서 써먹습니다. ^^; 역시 브런치는 소통이 맛!)


전에 B 친구와 붙어 다녔던 것 마냥, 이 C 친구와 떡볶이도 먹고, 산책도 하며 자주 붙어 다녔습니다.


나이 먹고 어린 여자 좋아하는 남자들이 하는 말이 있지요.


“내가 단순히 여자가 어려서만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나이 먹은 여자는 이미 어렸을 때 해보고 받아본 게 있어서 좋은 걸 해줘도 시큰둥하고, 기대하는 게 많아.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뭘 조그만 것만 해줘도 호응이 엄청 좋아. 안 그래도 애 낳기도 어린 여자가 좋은데, 이러니 내가 어린 여자 안 좋아하겠어?“


‘다 좋은데,

그 어린 여자가 나이 많은 형을 좋아할까? 마찬가지로 잘 생기고 키 크고 몸 좋은 젊은 또래나 때론 연하남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불일치로 노총각, 노처녀 양산 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들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둘은 같은 학교 출신에다, 둘 다 외향적이어서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술 마실 때 C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래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많이 데어 본 듯 했습니다. 자신이 만난 어린 남자 애들이 자기가 보기에 철이 덜 들었고, 배려심이 없다, 이기적이다 그런 이야기 였지요.


갑자기 잠수를 타지 않나,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도 않고 자꾸 자신에게 돈 쓰라고 압박하고, 때로 돈까지 빌려 달라 한다. 미래도 안 보인다. 불안정하다.


온갖 단점은 다 망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좀 더 나이 많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책임감 있는 어른스러운 남자가 좋다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또래나 어린 친구들 중에도 괜찮은 친구들이 있었을 텐데, 좋지 않은 친구들을 만난 것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아니면, 괜찮은 친구 들이었을 텐데, 헤어지며 오해나 갈등 때문에 악감정을 가질 수도 있구요.


좋을 땐 내 ‘님’이지만,

헤어지면 때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남녀 관계이지 않습니까?


사기 같은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 사랑과 기대의 감정이, 역으로 작용해서 미움이 그만큼 커진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 대화나 선배와 C 친구가 자꾸 붙어 다니는 걸 보니, 저러다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둘이서 출장을 다녀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과연 출장을 다녀 온 후 둘 사이가 뭔가 이상해졌습니다.


전에 모 그룹에서 남녀 직원 둘이서 저녁에, 특히, 회식 후 택시를 같이 타고 가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웃기지요.

업무 시간도 아니고, 퇴근 후 시간에 집 가는 방향이 맞으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건데요.


회식은 업무의 연장 선상이고, 법카로 회식 후, 법카로 택시 타고 갈 수도 있으니, 그런 지시사항을 따라야 했을까요? 감시는 어떻게 하고, 안 지켰을 때 처벌은 어떨게 할까요? 반성문을 쓰는 등 처벌도 웃긴데,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더 웃깁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그룹의 회장님께서 뉴스에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나이가 60인가 70이 넘으신 분이 모처에 여러 젊은 여성들을 불러다가 이상한 짓을 하다 해당 영상이 유출된 사건이었지요. 얼굴도 나오고 이상한 말을 한 것까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요즘 유명한 사이비 종교 교주도 그렇고 나이 먹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지요.


“자기는 돈 좀 있다고 오만 짓 다 하면서 직원들은 택시도 같이 타지 말라? ㅎㅎㅎ 웃기고 있네.”


그런데, 또 이런 말이 있지요.


젊었을 때 이 짓 저 짓 다 한 사람이 딸 낳으면,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오라며 단속 심하게 한다는.


그 회장님은 본인이 몸소 오랜 시간, 여러 번 경험을 해보셔서 남녀 관계에 대해 잘 아셔서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술에 취해서 택시 탔다가 서로 눈 맞아 모텔에 간 일은 솔직히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문제는 상대방은 싫어하는데 한 쪽에서 이상한 짓 하는 경우지요.


그렇게 밀폐된 곳에 남녀를 놔두면 무슨 일이 생긴다는데, 서로 잘 맞는 두 남녀가 출장 가서 일 보고, 만약 한 방에서 일도 하고, 술이라도 한잔 했으면 무슨 사달이 날 수 있겠지요.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알 수 없습니다.

물어보는 것도 실례일 수 있어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는 분명 있었지요.


결국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어느 날 아침 회사에 오니 어떤 노부부 분이 1층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왜 우리 착한 A를 꼬드겨서, 애 낳고 잘 살고 있는 남의 가정을 파탄을 내.“


그런 일이 일어나면 회사에서 하루 종일 시끄럽습니다. B 사이트 같은 곳에서는 게시판에 난리가 나구요.


게시판 글에 있는 추측성 글을 읽다 보니, A 선배의 이야기인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들 딴엔 가린다고 초성만 썼는데 몇 개 글과 댓글을 읽어보니 누구인지 대번에 알겠더라구요.


나중에 더 들어보니, 그 노부부는 다름 아닌, B의 부모님이셨습니다. 사위가 바람 난 걸 사위에게도 뭐라고 했지만, 딸을 대신해서 직장까지 찾아 와 C를 찾아내서 단도리 하려고 하셨던 거지요.


성격 좋고 성실한 A 선배의 이미지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갔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본인에게만 뭐라고 해야지, 회사까지 찾아와서 이런 난리를 피우는 건 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A 선배의 퇴사 위기였지요.


예전엔 ‘배꼽 밑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은 아닙니다.


힘들게 임원이 된 해에, 사회 생활한다고 친절하게 대해준 여직원을 오해해서, 주말에 밥 먹자고 카톡 보냈다가 그 임원이 바로 집으로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좋은 학벌에 유능한 분으로 젊은 나이에 기존 조직의 나이 많은 분들을 제치고 임원이 되었는데요. 그 분 밑에서 고깝게 생각하던 나이 많은 분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었는데, 이런 이상한 짓이 포착되자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옮겨지며 큰 문제로 비화 되었지요.


일만 열심히 하다 보니 세상 물정 몰랐던 그 임원.

바보같이 여직원의 사회생활 용 친절을 관심과 사랑으로 착각하다니요. 본인은 편하게 보낸 카톡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퇴사하고 보니, 같이 주말에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손 한번 잡아본 적 없었습니다. 연락 자체 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위력에 의한 만남 강요.

쉽게 주말에 편하게 밥 한번 먹자고 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한 임원은 부사장까지 가서 사장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여직원의 남편이 회사를 찾아와서, 이번에 회사에 어떤 놈과 바람이 났는데, 그 전에 여러 놈과 바람이 났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여러 놈 중 한 분이 그 부사장님이셨지요. 상무 때인가, 부장 때인가 일로 꽤 오래 전 일이었는데 그 일로 유력한 사장 후보 한분이 집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옛말에,

‘X 함부로 흔들고 다니지 말라’

는 말이 있나 봅니다.


그 선배도 첫 아이 임신 때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B와 부부 관계를 하며, 욕구도 잘 누르고, 사회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성욕을 해소했었는데요.


연년생이 되면서 인내의 한계가 왔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학교 동문으로 친근감을 가진, 어리고 살가운 여성의 등장에, 참았던 욕구가 봇물처럼 분출된 것 아니었나 싶습니다.


회사 일도, 육아도, 둘째 임신한 와이프 케어도 다 힘들었을 텐데, 거기서 속절없이 무너진 것 같았지요.


그런 난리가 났지만, 선배는 회사를 그만두지도, 이혼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C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같은 곳에선 보통 C가 그만두며, 여자만 손해 본다 등의 결말이 지어지는데 현실은 달랐지요.


아마도 선배는 B에게 싹싹 빌며, 한 번만 봐달라고 다시는 이런 일 없겠다고 애를 봐서라도 넘어가 달라고 했겠지요. 바다를 지나가는 배와 같은 실수라고.


꼴도 보기 싫었겠지만, 태어난 아이와 태어날 아이 그리고 임신 중인 본인의 상태를 보며, 어쩌면 남편을 이해하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해했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B도 이혼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선배의 둘째가 태어나고, 게시판에 소식이 전해지며, 어쩌면 하나의 ‘사고’ 같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요.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아니,

‘남자’는 (정신 차리고) 돌아오는 걸까요?


하지만, 본 게임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5


본 편 1회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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