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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y 09. 2023

바람의 씨앗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외전 (B-2)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68


A 선배는 B 친구를 살뜰히 챙겼습니다.


여성은 결혼을 결정할 때 남성의 여러 가지를 보지만,

그 중에서도,


‘이 남자와 같이 있고 싶다. 같이 있으니 좋다.’


‘이 남자의 아이를 갖고 싶다.’


‘근데, 이 인간이 내가 임신했을 때 딴짓 안 하고, 나를 잘 케어해 줄까.’


‘아이를 낳으면 똥 기저귀도 갈고, 우는 아이도 달래고 잠도 재우면서 집안 일도 같이 잘할까?’


라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잘할게.

평생 공주님으로 모실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게. “


라는 말에 홀딱 넘어가기도 하지요.


그런 말이 평생 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어떤 분이 이렇게만 던져도, 어디서나 호응과 웃음이 나온다고 합니다.


“집에 가시면 꼴 보기 싫은 인간 하나 있지요?”


다행히 A 선배는, 좋아하고 잘 맞는 친구와 결혼하고 첫 애까지 바로 임신이 되어 B 친구를 정말 잘 케어했습니다.


원래도 성실한 캐릭터였는데, 좋아하는 여자와 같이 살고, 자기 아이까지 임신해서 고생하는 그 여자를 보며, 사 오라는 것, 먹고 싶다는 것 다 잘 챙기고, 병원에도 한 번도 빠짐없이 같이 갔다고 합니다. 임신 사진 찍자는 말에도 군말 없이 가서 찍자고 했다고 합니다.


‘정성이다 진짜.

당연히 저렇게 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지.

역시 사람은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해.

게으른 인간이 저렇게 하겠어?

자기 몸도 귀찮을 텐데.‘


이래서 여성 분들이 얼굴도 보지만,

‘착하고 성실한 남자’를 찾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성실해서, 이게 이상한 쪽으로 성실해 버리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도 하지요.


최악의 상사는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 (멍부) 라는 것.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그렇게 회사 일하랴, 와이프 챙기랴 정신없이 A 선배는 살았습니다.


B 친구의 배가 점점 더 불러올수록 더 바빠 보였습니다. 저녁에 회식을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술자리를 마다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요즘은 임신 전부터 준비를 해서 임신하는 경향이 강하지요. 좋고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겠지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면서 담배는 안 끊는 걸 보면, 제일 안 좋은 짓을 하면서, 좋은 짓 골라서 한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럼 이 참에 담배도 끊는 게 좋지 않냐”

고 말해도, 그때만,


“그럴려구요.”

하고 다시 피웁니다.


자기 인생이고 본인 자식이니, 뭘 더 말하겠습니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담배의 중독성은 강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 선배는 다행히 담배는 피우지 않았습니다.


임신 준비는 철저히 하지 못해서 그랬는지, 임신 중엔 여성이 챙겨 먹어야 할 음식과 영양제 같은 것도 잘 챙기고, 태교도 어디서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찾았는지 B 친구가,


“다 좋고 고마운데, 이제 내가 몸도 무겁고 힘들어서 못하겠어, 오빠”

라고 해서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성실하되,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밀어 붙이지 않고 말 잘 듣는 남자.


어떻게 보면 ‘남자는 얼굴 값 한다’고 잘 생겨서 딴짓하고 다니는 남자보다, 조금 못 생겨도 이런 남자가 더 낫지 않나요? ㅎㅎ


물론, 잘 생기고 이렇게 마눌님 잘 챙기는 남자가 제일이겠지만, 현실에선,


글쎄요.


쉽지 않다는 것 잘 아실 겁니다. 잘 생기고, 성실하고, 딴 짓 안 하고, 자기 여자만 잘 챙기는 등등 완벽한 남자.


살다 보면,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경험이 쌓인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느낍니다.


못 생겨도, 자리 잡고 돈 생기고 안정되면,

그 얼굴에도 할 짓은 다 한다

라는 말까지 있지요.


그런데, 잘 생기고, 키 크고 성격까지 좋으면,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서 유혹이 더 많겠지요? 그걸 잘 cut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인생입니다.




하지만, A 선배는 일도 바쁘고, 마눌님 챙기는 등 딴짓할 겨를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유를 즐기는 저지만,

어떨 때 보면 틈이 없어야 딴 생각, 딴 짓 안 한다

라는 말도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어쩌면 출산 전까지 꿋꿋이 회사를 다니며, 감시의 눈 또한 거두지 않았던 B 친구의 눈치도 한 몫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내 커플로 결혼한 경우의 장점이겠지요? ㅎㅎ

이 점에 대해선 오해의 여지가 있어,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한 번의 위기가 있었지요.


“근데, 너 괜찮아?“


“뭐가요?”


“그거 못하잖아.”


“해요.”


“엉?

배가 그렇게 나왔는데 어떻게 해?“


“하는 방법 다 있어요.“


“있어도 하고 싶냐?”


“네”


“ㅎㅎ 남자다잉

혹시 안 되겠다 못 참겠다 싶으면 얘기해.

같이 xxx나 가자.“


“네에...”


어찌 보면 말을 꺼낸 친한 사람도 신경 써준다고 그랬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제안을 했던 거죠. 딴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래서 주위 사람이, 이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위기를 잘 넘기고 힘들고 잘 모르는 첫 경험을 잘 치뤄낸,

A 선배는 출산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회사 공지에 득녀 소식이 올라왔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답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 댓글이 달렸지요.


카톡 프로필에 아이 사진을 올리며, ‘내 인생의 축복‘ 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지요.


자신을 닮은 첫 아이의 출산에 그렇게 기뻐하며, 와이프와 아이를 더 잘 챙겼습니다. 회사에선 출산 축하금이 나와서 두 명이 그 돈을 모두 받았습니다.


한때는 ‘하나만 낳고 잘 키우자’라며 정관 수술을 장려하며 귀찮은 예비군 훈련까지 면제해 주던 정부가,

지금은 인구 감소를 우려한 나머지 출산 장려금을 주기도 하지요.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른 맞춤형 정책의 변화하고 그럴 듯하게 이야기 하지만, 당장의 상황만 보는 근시안적 접근을 보게 됩니다. 소득이 늘고, 학력이 높아질수록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비혼 경향과 출산을 하지 않는 딩크족은 이미 선진국 사례들이 있었는데도 미래를 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같이 좁은 땅덩이에서 살인적인 경쟁 그리고 높은 집값 문제로 출산을 망설일 거라는 걸 먹고 사는 데에 지장 없는 고위 공직자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뒤늦게 현실을 바꿔 보고자 노력은 하는데 어머어마한 돈을 쓰며 헛짓하는 걸 보면 꼬박꼬박 세금 내는 입장에서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샛길로 잠시 빠졌네요 ㅎ


회사에서, 정부에서 출산 장려금도 받고, A 선배도 출산 휴가도 쓰고,


(예전엔 3일인가, 5일인가 그것도 이틀은 무급휴가이고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남자도 10일 유급휴가인 곳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B 친구는 3개월 기본 육아휴직 후 1년은 쉴 수 있어서 꽤나 순조로운 인생이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도 않고, 자연분만으로 큰 문제 없이 아이를 낳았던 것처럼요.


예전엔 임신하면 여성은 회사를 그만두었고 경력 단절의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1년 육아휴직도 예전보단 훨씬 더 용인되고 모성보호를 해주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도, 기업 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도 아직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요.


A 선배는 육아휴직해도 어느 정도 돈이 나오긴 하지만, 맞벌이 하던 와이프가 쉬는 동안 돈을 벌어야 했기에 성실히 회사를 다녔습니다.


출산 후에는 퇴근하면 바로 바로 집으로 가서 마눌님과 아이 케어하고 다음 날엔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출근했는데, 그래도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여기까진 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B 친구가 둘째를 바로 임신했다는 소식이었지요.


“우와, 쟤들은 정말 사랑하나 봐.

임신 기간 중에도 처음 몇 달과 출산 전 몇 달 전을 빼고는 계속 부부 관계를 했다고 하더라구.“


“아우, 그래도 이 정도면 남자가 짐승 아니야?

여자는 고생하고 조심하면서 10개월을 그렇게 힘들게 보냈는데, 어떻게 10개월을 바로 또 그렇게 해?“


예전에 자녀를 6명씩 혹은 그 이상 낳고 했던 시절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때 알았습니다.

연년생이라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출산한 지 얼마 안 되는 마눌님에게 들이댄 그 선배.

성실한 건 좋은데, 다른 쪽으로도 꽤나 성실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걸까요?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2



본편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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