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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y 07. 2023

내가 써보는 부부의 세계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외전 (B-1)


그동안 이래 저래 바쁘고, 여기 저기 불려 다니느라 연애수필 작가의 본분을(?) 잠시 내려 두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생각의 바다’ 매거진이나,

‘회사 생활 이야기’

혹은 사진 에세이나 음악, 음식 이야기 등을 좋아해 주시기도 하는데요.


지금까지 조회수나 구독자 수 등을 보면,

단연 ‘내 사랑 강남 싸가지’ 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혼자 먹는 음식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음식 이야기가 재밌지요? ^^ 우연히 시작해서 여러 분들의 응원으로 이어가고 있는데 늘 신기할 따름입니다.


좀 더 성실히 연재했어야 했는데,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바쁜 일들을 어느 정도 넘겼으니 다시 사랑 이야기도 좀 더 달려 보려 합니다.


그래서, 바쁜 4월을 잘 마무리하고,

휴일이 있는 5월을 맞이하며,

본편 ‘그녀와의 여행’ 을 쓰려고 했는데요.


자꾸 ‘외전’이 생각나서, 대학 시절의 한 에피소드를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도 떠올랐지요. 전에 제가 한번 언급했던 친구예요.


제가 글을 쓴다고 하니,


“브런치 알아요?”


“아점?“ (아침 겸 점심)


“ㅋ 브런치도 모르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그래요 ㅎㅎ”


했던 그 친구.


브런치 오늘의 작가가 되고 있는 게,

저라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요? ^^


그 친구와 드라마 내용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예상도 해보고, 현실과 비교도 해보며 여러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부원장 의사 선생님 (김희애 님)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바람 난 어린 여성 (한소희 님, 지역 재력가의 20대 딸)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함께 한 이야기였지요.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했고, 미국 드라마의 판권을 가져와 한국형으로 바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제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소설화해서 다뤄보고 싶습니다.


연애 이야기에서 갑자기 결혼 그것도 바람과 이혼 이야기로 뛰니 웃기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쓰고 싶은 걸 써야죠 ^^




A 선배는 무척 성실한 사람이었어요.


외모가 조금 어려 보이긴 했지만, 키도 작고 잘 생긴 편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회사의 여러 사람들과 두루 친했습니다. 그것은 남녀를 불문 했지요.


특히,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걸 마다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어이쿠, 무거워 보이는데 왜 그렇게 들고 가세요. 말씀하시지.”


“괜찮아요.“


“딱 봐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이리 주세요.”


“아이, 괜찮은데.”


사실 여성 분들이 어쩔 수 없을 때 힘 쓰는 걸 보면 남자 뺨 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힘 쓰는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옛날 사람들의 전통적인 마인드. 상대적으로 연약한 여성을 배려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요.


“지난 번 감사했어요. 이거“


“에공, 이런 것 안 챙겨주셔도 되는데.”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남자지만, 볼품없는 외모의 A 선배는 그렇게, 여직원이 챙겨주는 초콜릿 하나에도 쑥쓰러워 하며 의미를 부여하곤 했습니다.


“우와, 나 B 친구가 이거 챙겨주고 그러는데,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미치겠네.”


“초콜릿 하나에 미치지 말고,

한번 잘해봐요. 눈빛 보면 장난 아니던데.”


역시 남자들끼리는 여자 이야기 하면서 이런 설레발 치는 게 재미있긴 하죠.


사실 여성 분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그 오빠 진짜 괜찮지 않냐? 잘 생기고, 친절하고,

몸 좋고, 목소리까지 넘 조아, 꺄아~“


“헤헤 맞아. 근데 너 쫌 부럽당.

그 오빠가 빼빼로 줬다며.“


“아몰랑.

나한테 관심 있긴 한 것 같앙. 자꾸 마주치공“


이러니 드라마엔 연애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내 사랑 강남 싸가지“도 네이버와 다음에서 검색하면 일빠따로 나와서 저를 놀라게 하는 것이겠지요? ㅎ


보통 사회생활로 그렇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기도 하는데,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B 친구의 경우 성격도 수줍은 스타일이 아니라, 활달하기도 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지요.


일하며 A 선배와 자꾸 마주치고, 회식 자리를 함께 하다 보니 서로 맞는다는 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최고의 데이트는 같이 일하는 거죠.


사내 커플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고,

사내 연애 금지라는 말까지 있는 이유입니다.


청춘 남녀가 같이 일하면서 일 년 내내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매력을 느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며 사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춘 남녀가 아니어도 이런 저런 일이 있는데 피 끓는 청춘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는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업무 시간에 노닥거리고 딴짓 한다고 금지라고 말하긴 하지요.


그러나, 사랑은 막으면,

더 애틋해지고 타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지요.

풀어놓고 계속 보면 지겨워지기도 하면서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계단 등 황금 spot이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지요. 가끔은 사랑의 혈기를 못 참고 회의실, 화장실, 탕비실에서 사랑을 나누다 들켜서 난리가 나기도 합니다. 주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나 보안 요원에게 많이 걸리죠. ㅎ


영화 대사마냥, 모텔비 아껴서 적금 들지는 말고,

그냥 안전한 곳 잘 찾아가서 아름답게 사랑을 나누시길.




A 선배와 B 친구의 연애는 순탄했습니다.


처음엔 으레 그러하듯, 자기들끼리만 ‘비밀 연애’ 이고,

주변에선 이미 다 알고 있는, 전통적인 코미디를 찍었지요.


“너네 둘 사귀지?”


“아니예요.”


“전에 보니까 회사 근처에서 손 잡고 다니던데?”


“술 마시고 취했나 봐요.”


“아 그으래? 근데, 사귀지도 않는데,

저쪽 구석에서 껴안고 뽀뽀까지 하냐?”


“보셨어요?”


‘봤겠냐? 한번 떠 본거지.

바로 걸려드네 ㅋㅋㅋ‘


“아,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이야기 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어.”


‘니들 당자사 빼고 다 아는데 뭐 하려고 말하냐? ㅎ

입만 아프다 야 ㅋ‘


그렇게 본인들 입장에선 강제 공개 후,

공식 커플이 되어, 이젠 대놓고 애정 행각을 하고 다녔습니다.


회식할 때 옆에 꼭 붙어 앉아, 손 잡고 먹여주는 걸 보곤 한 부장님이,


“아우, 이것들 꼴 보기 싫어 죽겠네.

하필 내 앞에서 꽁냥꽁냥.

난 집에 들어가면 마누라가 쳐다도 안 보는데.

이럴려니 그냥 모텔을 가라. 엉!

모텔비 줄까?“


이렇게 격한 부러움을 살 정도였지요.


그러고 보면, 남녀는 서로 좋으면 자주 붙어 다닌다고, 이전부터 같이 밥 먹네, 차 마시네, 산책하네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남자도 자기가 관심 없는 여자에겐 연락도 안 하고, 눈길도 잘 주지 않지요. 하지만, 바람 좀 쐬자, 밥 사달라 하면 그냥 같이 나가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여성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산책하자, 밥 먹자 하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기세로 반색합니다. 가끔 너무 없어 보일까 봐 안 그런 척 하는 게 보여서 재미있기도 하지요.


반대로, 별 관심 없거나 맘에 들지 않는 상대가 좀 걷자, 만나자 하면 온갖 핑계를 대며 만나지 않으려고 결사항전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럼에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어리석게 믿는 순진남이 예외적으로 성공하기도 하는데, 그걸 믿고 들이대다 ‘극혐’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요즘은 자칫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여성이 싫다고 하면 그냥 자신과 맞는 서로 좋다는 다른 사람 찾는 게 현명합니다. 벌금 맞거나 심하면 깜빵 가고 회사 잘리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순정과 아쉬움은 술 한잔과 털어버리시길.


그렇게 사계절을 두 번 보내며, 매 계절마다 같은 곳에 놀러 간 사진을 찍어 세월의 변화 속에 자신들의 변화된 모습을 담았습니다. 인스타에 ‘흐르는 시간, 변하지 않는 우리 사랑’이라는 럽스타는 빼놓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선배가 청첩장을 돌렸습니다.


“저희 결혼합니다.”


“오, 축하해. 잘 살아라.

근데, 좀 갑작스럽다?“


“아니에요.”


‘어떻게 알았지 ㅎ‘


회사에서 결혼하면 좋은 것이,

같은 팀 사람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조직 내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며 축의금을 전해줍니다. 임원의 경우 회사에서 경조사비를 지원해주기도 해서 더 많은 돈을 내기도 하시지요.


더군다나, 2명 분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협력 회사 분들까지 축의를 전해 줍니다. 그리고 마찬가지 회사에서 2명에게 결혼 축하금을 따로 줍니다. 어떤 회사들은 사내 시설을 사용해서 결혼식을 할 수 있게도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밖의 놈들 까보면 실속 없어.

여기 다니는 애들, 맨날 보니까 별 거 없는 것 같아도, 얘네들 만나는 게 좋아.“


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한 A 선배와 B 친구.


일주일의 결혼 휴가까지 알차게 해외 휴양지를 다녀와서 떡을 돌렸습니다.


옛말에,


“저것들 저렇게 서로 좋다고 붙어 다니다 애 생기겠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지요.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큰 두 개의 산을 넘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5포 세대라는 말이 있지요.

취직, 연애, 결혼, 출산을 한 번에 clear 하고,

주택 구입도 두둑이 챙긴 축의금과,

담보대출 외에, 회사 다니는 신용도를 활용해서 신용대출도 받고,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주택 구입 자금까지 끌어서 달성했습니다.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드라마의 명대사 중 이런 말이 있지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호사다마’ 라는 옛말이, 행복해 하는 그 둘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1



본 편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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