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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pr 16. 2023

그녀의 친구 (3)

내 사랑 강남 싸가지 (19)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35


그녀와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웃어주고, '아 진짜요?' 하는 리액션.


다정하면서도 반짝이며 날 바라봐주는 눈빛.


그리고, 세계 최강 축구 팀 바르셀로나의 뺨도 후려 칠, 잘 맞는 남녀 간 대화의 티키타카.


그것은 양주 한 병당 얼마가 떨어진다는 Bar에서,

같이 술 마셔주는 일하는 바텐더 친구의 싸구려 리액션이 아니었다.


묘하게도 같은 대화인데도, 차이가 느껴진다.


그건 그 만남 후의 모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Bar 친구는, 담배 한 대를 피우며,


"더 안 시킬 거면 빨리 가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다른 호구들한테 더 팔아먹어야 하는데, 깔짝깔짝 마시는 건지 마는 건지.

있는 척은 오지게 하면서 말야. 짜증 나, 진짜. 오늘 매상도 많이 안 오르는데."


이렇다면,


좋은 친구는 흐뭇하게 웃으며, 했던 대화를 되돌아 생각해 본다. 관계를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한다.


비슷한 대화지만, 만남의 의미 자체가 달랐던 거다.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우연히 초등학교 때 단짝이었던 여자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어릴 적 없는 집 자식이었지만,

나름 머리는 있어서 공부는 어느 정도 했고, 자존심 하나만은 있었던 나였다.


왠지 그 단짝 친구는 배려도 많고, 편들어주고 날 감싸주는 모습이 있었다.

어렸을 때였는데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가령, 친구들끼리 영어 단어 이야기를 할 때, 조기 영어 교육을 받지 못한 내가 대화에 끼지 못하면,

가르쳐 주며,


"와, 근데 너 되게 잘 외운다. 영어 단어 외우는 거 쉬운 게 아닌데."


하며 챙겨줬던 친구다.


그때부터 주요 영어 단어를 죽어라 공부하기 시작했다.

영어라곤 배워보지 못해서 대화에 끼지도 못하던 아이가,

조기 영어 교육을 받고 방학이면 해외에 가서 영어를 배우던 아이들에게 영어 단어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맛 들인 영어 공부.

교과서는 예습 뿐만 아니라 수차례 복습을 통해 거의 외울 정도였다.

나중엔 내신이든, 수능이든 거의 틀려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유학도, 어학연수도 다녀 온 적이 없는데, 십수 년째 해외사업 일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가 이렇게 중요하다.


그 친구와 주말에 점심 약속을 잡았다.


"와~ 너 좋은 대학 갔다. 어릴 때 머리 좋더라니"


그때만큼 좋은 대학 가기 위해 고교 3년 동안 밤 12시 이전에 도서관을 떠나본 적이 없었던 게 잘했구나 싶었을 때가 없었다.


어렸을 때 호감을 가졌던 친구를 나이가 들어 만나면 왜 이렇게 편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동창회에서 바람이 많이 난다나.


원래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동창 친구도 집에 갈 마음이 없어서 그랬는지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다가,

서점에도 같이 가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 지난 이야기도 하고, 소식을 알고 있는 그때 그 시절 친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어린 시절이라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다 보니,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계속 이야기 하다 잠시 풍경을 바라 보아도 마음이 편했다.

좋은 친구와 만남은, 정적이 흘러도 이렇게 편하다.

반대로 어색한 사람과의 정적은 죽을 만큼 불편하지만.


저녁을 먹고 술 한잔을 기울이고 노래방에 가서,

마음만은 박효신이 되어 미친 듯이 노래를 불렀다.


사랑 노래는 역시 감정이입이 되어야 부를 맛이 난다.

호감이 가다 보니 정말 열정적으로 불렀다.


"우와, 너 노래 정말 잘 부른다. 목소리도 박효신하고 닮았어."


어린 시절 영어 공부처럼,

좋아서 많이 들었던 노래와 듣다 보니 따라 부르고 싶어 몇 번이고 연습했던 보람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칭찬은 불쏘시개를 넘어,

불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목이 쉬니 아이돌로 빙의되어 되지 않는 춤까지 췄다.


"연습했어? 혼자 보기 아깝다 ㅋㅋㅋ"


'연습했겠냐?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막 추는 거지 ㅎㅎㅎ 너한테 잘 보이려고.‘


나도 남자지만,

이런 걸 보면 남자는 참 단순하다.


예쁜 여자, 좋아하는 여자의 달콤한 칭찬에 좋다고 이렇게 날뛴다. ㅎ


분위기를 타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클럽 가봤어?"


"아니, 넌?"


"몇 번 가봤어. 같이 가볼까?

위험하긴 한데 나랑 같이 가면 괜찮을 거야?"


'사실 내가 위험한 놈일 수도 있는데 ㅎㅎ'


"그래, 같이 가보자."


흔쾌히 yes를 던져주는 그녀.


그렇게 한잔 더 마시고 클럽에 갔다.


그날처럼 남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놀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두운 분위기 조명 아래,

그녀만 보였다.


분명 시끄러운 음악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와 나 단 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12시간 넘게 같이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다니.


회사에 있으면 지금쯤 퇴근시간이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오후 2시인데.


희한하게 집에 가기 싫었다.

회사에선 6시 칼 퇴근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란 그렇다.




그녀와의 대화가 그랬다.


하지만, 산책도 하고 사무실에서 나온 지 너무 오래되었다.


아쉽지만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보자 ^^"


보긴 뭘 보나. 여친 봐야지 이 친구야, 정신 차려.

하지만, 이렇게 가끔 본심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


재택근무한다고 하면 잘 쉬세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담엔 저녁 먹어요."


"응, 그래"


그렇게 홀린 듯 그녀의 연락처를 받았다.


이건 아닌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니, 뭐 사귀는 것도 아니고,

가끔 만나서 커피 마시고 밥 먹는 건데 뭐.'


이렇게 비겁한 합리화를 시켰다.

잘못된 행동엔 정당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람들은 나쁜 행동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덜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이런 짓을 하기도 한다.

씁쓸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육체적인 바람과 같이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정신적인 바람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많이 찔렸다.


물론, 이런 되지 않는 합리화는 금방 깨지게 되어 있다.


여친에게 이 친구를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는 말도,

연락처를 받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우연히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는 건 그나마 그럴 수 있는데,

연락처는 왜 받았냐는 말에,


"나 걔 좋아하나 봐."


이런 말을 하면 끝내자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뢰와 믿음이라는 단단한 뿌리에서 키워가야 할 여친과의 사랑 나무에,

비밀과 의심이라는 검은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인생을 되돌아 보면, 자기 객관화도 되고 냉정하게 판단이 가능하지만,

정신이 팔려 있을 땐 그런 것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 때 날 잡아주는 또 다른 자아를 통한 성찰 혹은 지혜로운 친구가 있어야 한다.

속 이야기를 편하게 다 할 수 있고, 내가 엇 나갈 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좋은 친구가 옆에 있는 인생이 좋은 인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난 대학을 졸업한 20대 성인이었지만,

사회 생활에도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었고,

아직 미성숙한 젊은이었다. 요즘 말론, ‘어쩌다 어른’이었던 거다.


결국 그녀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저녁 뭐 먹을래?"


"오빠, 삼겹살 잘 구워요?"


"웅웅, 좋아하니까 잘 구워."


당시에 회사 짬밥도 얼마 안 되어,

삼겹살 회식 고기 굽기 당번이었다.

한마디로 미친 듯이 고기 굽던 시절.


"저기 고기도 두껍고 맛있는 곳 있어요. 같이 가요."


우와, 저런 하얗고 고급스러운 얼굴로, 삼겹살을 좋아하니 신기했다.

그리고 삼겹살보단 당연히 소고기와 전복을 좋아하는 여친과 비교가 되었다.


비교는 정말 금물인데.

하지만, 비교만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내는 데에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그래서, 테이블 표로 각 항목별 비교표를 만드는 걸 사람들은 좋아한다.

물건까진 괜찮은데, 사람에게 비교의 잣대를 댄다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삼겹살을 열심히 구우며 쌈도 싸주고 아주 신이 났다.


술도 한잔 들어가니 고기도 익고,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난 여성의 아름다운 발목에 있는 발찌에 약한데,

그녀는 내 취향을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하게 발찌를 차고 왔다.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대학 때 동아리 생활하며 우연히 알게 된, 누나가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 대학을 다녔던 누나였다. 호피 무늬 섹시한 옷에, 발찌를 하고 온 모습에 혹했던 이후로, 내 특이 취향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동창생 친구와 클럽에 있었던 것처럼,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아무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분명 시끄러웠을 테고, 그런 것을 싫어했지만,

온통 신경이 그 친구에게만 집중되어 있으니,

작게 말하는 목소리도 다 들렸다.


깻잎도 잡아주고,

누가 보면 사귀는 사이로 보였을 거다.


거기까진 다 좋았다.


하지만, 남녀 간의 만남을 이어가고 오래 함께 해보면 단점이 보인다고 했던가.

작은 단점이 마치 큰 벽 중 작은 구멍이 되어 나중엔 관계가 무너지게 되기도 한다.

그 구멍을 서로 이해하고 잘 막는 것이 관계를 이어나가고 발전시키는 거라고 본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그 친구도 자꾸 보다 보니 그런 것이 보였다.


치이익~


그녀가 삼겹살 불판에 김치를 올렸다.


맛있는 소리인가?


나도 지금은 불판에 김치를 올려서 함께 구워 먹는 걸 좋아한다.

콩나물에 이것 저것 올려서 같이 굽는다.


그런데, 어렸을 땐 왠지 그렇게 먹는 것이 싫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고기 반 김치 반 구워드시는 것을 좋아했는데,

넉넉하게 고기를 사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난 그게 싫었다. 검게 그을린 불판도 왠지 지저분하게 보였다.


서민적인 모습까지 다 좋았는데,

갑자기 싫어하는 행동을 하니 언뜻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그런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그녀는,

그 이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삼겹살에 김치 올려 먹으면 진짜 맛있죠?"


"웅웅"


그런 걸 보고 "깬다"고 하나.


"꽂힌다"에서 "깬다"로 돌아서는 건 어쩌면 한 순간이다.


어떤 TV 광고 카피 중에,


"괜찮아.

다 좋다가도 갑자기 싫어질 수도 있어."


라는 문장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맞아.

세상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

안타깝지만 남녀 관계에서도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여자 동생이 보통 남자 친구 자랑을 이것 저것 많이 했었다.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나중에 헤어질 때쯤 이런 말을 했다.


“이젠 남친 밥 먹을 때 우걱우걱 소리 내면서 먹는 것도 꼴 보기 싫어요.”


좋아 죽겠다가도 싫어지면 이렇게도 되는 게 남녀관계다.


꽂혀서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쪽박이 깨진 듯 정신이 갑자기 돌아왔다.


갑자기 이렇게 여친에게 말도 안 하고, 여친의 친구와 단둘이 밥을 먹고 있는 게 정말 이상한 짓이고,

소위 부적절하다는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무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고기를 배 불리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잘 먹었어요, 오빠.


"웅웅, 나도 덕분에 잘 먹었어.“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졌다.


“맥주 한잔 더 할래요? 2차는 내가 살게요~”


내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좋아하는 고기 잘 먹고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그렇게 내질렀다.


여친은 서민적인 생맥주 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 많은 펍 같은 곳 보단, 비싸고 사람 적은 수제 맥주 집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시길 좋아했다.


생맥주 집을 좋아하는 나에게, 분명 여친보다 이 친구가 나와 더 맞다고 느껴져야 하는데,

갑자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생은 이렇게 논리적으로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으응, 그래.”


마지못해 맥주만 마시고 집에 가야 겠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좋아한다는 맥줏집으로 걸었다.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그녀의 다음 말이 '깬다'를 넘어,

산통을 와장창 깨버렸다.


“오빠, 담배 피워요?”


순간 당황했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당시엔 담배를 피우고 있긴 했다.

하지만, 몸에 잘 맞지 않아 많이 피우진 않았다.


친구들과 밥 먹고 식후땡이나.

한잔 마시면서 바람 쐬면서 친구들과 같이 피우는 정도.


그때 알았다.


저렇게 예쁘고 착하고 도도한 얼굴로도 담배를 피우는구나.


그녀와 맞담배를 피우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오빠, 이거 피워볼래요?"


"응?"


말보로였다.


클럽에서 노는 언니들이 자주 피운다는.

그것도 특이 취향의 말보로 멘솔.


"화~ 하고 좋아요.

주로 레드 피우는데, 가끔 이거 피우면 기분 전환도 되고 좋아요."


'경청'과 관련된 책을 읽을 이후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적극적으로 듣고 호응해 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남이 말하면 잘 들었다.

일단 말 할 때는 다 잘 듣고,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되돌아보며 따져 보고,

검증해야 하면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곤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할 때 무척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많기도 해서 그렇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누가 싫어 하겠나.


어떤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니가 너무 잘 들어주고 호응해 주니까,

5분 만에 끝날 이야기를 20분 넘게 주저리 주저리 떠들잖아."


그 친구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었나 보다.

하지만, 난 아예 듣고 싶지 않은 주제나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자리는 피하고 만들지 않는다.


어찌 되었던 성사된 자리라면 최대한 진심을 다해 듣는다. 메모까지 해가면서 열성적으로.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편하게 생각해서 안 해도 될 이야기까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하면 말도 안 하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맥주를 마시며, 담배는 언제부터 피웠는지 물었다.


그 친구가 대답하며 담배를 피우는 계기가 되었던 외롭던 유학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취했는지 묻지도 않았던 흑인 전 남친 이야기 등을 했다.


인종 차별도 아니고,

여자의 과거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게 맞지만,


난 그런 면에선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그런 친구와는 사귀기 힘들다.


나도 해외 쪽 일을 하기 때문에 흑인 친구들이 많다. 남미에 있을 때 사무실에서 가장 가깝게 지냈던 현지 직원도 흑인 친구였고.

인종 차별은 금지되어야 하고, (우리도 당할 수 있다.) 인간 존중은 당연지사다. 다만, 사적인 연애관이니 이해 부탁 드린다.


물론, 해외 여러 국가를 그렇게 많이 다녀보고, 살았는데도,

외국 여성에게 성적 호감을 깊이 느껴본 적도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 친구는 이번엔 홍콩 남친 이야기도 하며,

자기 부모님께 인사하러 한국에 왔었다는 이야기까지 늘어 놓았다.

결혼까지 갈 뻔한 깊은 사이였다고.


우와, 사람 눈은 비슷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글로벌하게 외국 녀석들까지 예쁜 한국 여자 보는 눈은 비슷할지는 차마 몰랐다.


뒤늦게 정신이 돌아와서 아차 싶었는지,

흑인 전 남친은 오래 만나지 않았고,

다음으로 빨리 넘어가려고 이야기 한 것이 이 홍콩 전 남친 이야기였다.

딴에는 그래도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덜 할 수 있고, 좋은 관계였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 얘길 꺼낸 것 같다.


담배를 피울 때부터 감이 왔지만,


이 친구는 내가 참 편한가 보다.

술을 한잔 마셔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어머니가 그 홍콩 전 남친이 왔을 때도 반대를 많이 하셔서 결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땐 나이도 어렸기도 하고.

어머니가 우연히 본 흑인 남친 사진을 보고는 거의 졸도할 뻔 하셨다고.


때론 진지하게, 때론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


하지만,

이미 내 멘탈은 바사삭 깨져 있었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한잔 더 하자는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한동안 길거리를 배회하며 걸었다.


시원한 음료를 하나 마시니 술도 깨고, 정신도 깼다.


아이고, 혹했던 내가 미친 놈이지.


역시 우리 여친님이 최고다.


구관이 명관.

아니, 그보다,


한 눈 팔지 말자.


암튼 그렇게 난 여친에게 돌아갔다.


"오빠, 무슨 생각해?"


"니 생각"


피~


다시 마주한 여친의 얼굴이 새삼 아름다워 보였다.


"근데, 혹시 너 외국인 사귀어 본 적 있어?

흑형이나 뭐 그런"


"갑자기 뭔 소리야?

없어. 근데 그런 걸 갑자기 왜 물어?"


속으로 생각했다.


휴~ 다행이다.



아래가 다음 화입니다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52



아래 매거진에서 1회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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