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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un 09. 2023

그녀와 여행

love story in 강남 - 내 사랑 강남 싸가지 (20)


오랜만에 본 편입니다.


그동안 바쁘고, 생각나는 다른 글들을 쓰다 보니, 본 편을 소홀히 했었네요.


장기 project이니 읽어주시는 분들의 이해부터 먼저 구합니다 ^^

급하지 않게 구상도 하고, 소재도 정리하면서 성실히 연재하려 합니다.


외전은 사실, 다른 작가님들이


"다른 소개팅 스토리는 없나요?"

라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다른 이야기도 꺼내다 보니,

벌써 3개의 story를 마무리하기에 이르렀네요 ㅎㅎ


이 매거진에도 벌써 글이 30개라서, POD 출판이 가능하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꾸준히 공동작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출간 이력을 늘려가고 있는 걸,

제 글을 읽어와 주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응원 감사 드립니다. ^^)


단독 출간은 저 같은 신인 작가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쓴,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출판사와 좋은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무척 쉽지 않고 출판 기획서를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군데 돌려야 될까 말까입니다.


결국 당장은 제 돈으로 독립출간을 해야 하는데요.

브런치와 연계한 부크크도 사실 돈이 듭니다 ㅎ


공동작가 프로젝트는 계속 하다 보니 부담감이 적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매월 3편 정도의 글만 쓰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단독 작가 출간은 제 돈도 들어가야 하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 없이 제 글만 온전히 실리기 때문에 좀 더 부담스럽고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내 사랑 강남 싸가지'나 제가 단독 출간을 위해 꾸준히 쓰고 있는 글 중 하나를 올해 출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이렇게 쓰고 구상하고 다듬어서, 세상에 내놓을 때,


'아, 지금 내 수준에선 지금 이 책이 최선이다.'

라는 정도는 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


관심과 기대 그리고 응원 늘 감사 드리구요.

제 단독출간 책이 나와서, 작가님과 구독자님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손에 제 책이 들렸을 때,

정말 재미있고, 생각도 할 수 있는 책이 나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회사 일과 다른 기회들도 병행하는 저를 조금만 이해 부탁 드립니다.

언젠가 제가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 말씀 드릴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44


"오빠! 여기 어때?"


오잉!


"여기 어때"

"야 놀자"

"라면 먹고 갈래?"


이런 말은 그 자체로는 하나도 안 야한데,

왜 이렇게 야하게 들릴까요? ㅎㅎ


야한 마귀에 씌웠나?

(저만 그런가요? ㅎㅎㅎ)


앱 나오기 전부터도 이런 말은 스테디 셀러였다.

그래서 앱 이름으로 정해졌겠지.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가 검색한 숙소를 보았다.


1박에 70만 원!


쿨럭.


"여기 원래 1박에 150만 원인데, 이번에 진짜 싸게 나온 거야.

반도 안되쟈나. 나 잘 찾았징?"


'진짜 싸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정말? Really?


원래 70만원만 받아도 꽤 남는데,

사람들이 예약 많이 하고 찾아서 비싸게 부르다가 잘 안 팔릴 땐 원래 가격으로 내리는 걸라곤 생각 안해봤니?‘


100만 원 소개팅, 월 200 데이트 비용도 장난 아니라 생각했는데,

여행 한방에 털리는구나 헐헐헐


보통 숙소는 20-30만 원 정도를 찾는다.

민박이나 싼 곳을 찾으면 10만 원대 혹은 그 이하도 있다.


같이 여행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설렜다.


아~ 일주일 동안 같이 있는 고양?


하루 종일 붙어 있고, 같이 밥 먹고,

눈 뜨면 사랑하고, 잠 들기 전 사랑하고,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하는 그런.


하지만,

1박에 150만 원 X 7일 = 1050만 원이라는 어마무시한 계산에,

내 환상은 와장창 깨졌다.


그것도 교통비, 식대는 빼고 방값만 ㅎㅎㅎ


'우와, 얘는 진짜 1박에 150만 원짜리 방에 가서 잔단 말이야.

정말? 하루 자려고 150만 원을 써?


백번 양보해서 200만 원짜리 백화점 쇼핑 옷은,

명품으로 오래 입는다고 치자.


그런데, 하루 방값이 150?


재벌이냐? 연예인이야?'


친구들과 여행가서 잠깐 자고 나오는 게 아까워서 찜질방에서 몇 천원 내고 씻고 잠시 눈 붙이고 나왔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뉴스에서나 보던 여행 숙박 액수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멀뚱멀뚱 쳐다 보기만 했다.


"왜!"


'몰라서 묻냐!'

라고 지르고 싶었지만,


재벌집 막내 아들도 아니고, 부잣집 외동딸인 선생님에게 공손히 말해야 했다.


"아니, 나도 좋은 방에서 자면 좋지.

근데, 150, 70만 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우리 한 30만 원 정도 방으로 보자, 응?"


"그래, 알았옹"


선선하게 양보하는 것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맞춰준다고 더 찾아보는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하아~ 이게 아닌뎅..."


30만 원 밑으로 있는 방은 그녀의 성에 차지 않았다.


"아잉, 다 맘에 안 들어.

맘에 드는 게 없다규!"


'야, 며칠 자는 거지. 거기서 아예 눌러 살려고 하니?

적당히 깨끗한 곳에서 잠만 자고, 놀러 다니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치고 나가고 싶었지만,

설득은 커녕, 그랬다간 여행도 쫑나고 사이도 틀어져 버린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좋게 다독거렸다.


"그럼 30만 원은 넘기되, 40은 넘기지 말자.

그리고 일주일은 부담되니깐 2박 3일이나 3박 4일로 조정하자 알았징?"


"알았엉“


못내 ok 했지만,

나중에 그녀와 대화를 하며 알았다.


이 분에게 여행 경비 500만 원, 1000만 원은 당연한 것이었다.

1년에 최소 2번은 해외 여행 나간다는 이상한 공식을 가진 부류에 속해서 그런지,

가장 큰 포션을 (portion) 차지하는 비행기 값까지 포함해서 그런 기준을 갖고 있었다.


국내와 해외 여행은 비행기를 타느냐 타지 않느냐는 큰 차이점이 있고,

이것이 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 여친님은 여행이라고 하면 일단 해외 여행을 생각했고,

예산은 기본 500에서 시작하는 무지막지한 분이셨다.


나중에 정말 뜨악했던 건,


"오빠, 해외 여행 가면 2 - 3000 쓰기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일하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여행 가서 힐링도 하고 세상 구경도 하는 거공.


나간 김에 면세점에서 싸게 명품도 사고 말이양

인생 그렇게 즐기면서 사는거양, 바부팅“


헐헐

학교 선생님이라는 니 한 달 월급이 얼마냐? 아니, 1년 연봉은 얼마고?


돈 벌어서 적당히 소득 내에서 쓰고 저축하는 게 맞고, 월급보다 더 많이 써서 놀러 다니는 게 바보 아님?


너네 집이 좀 사니까 그러는 거지. 평범한 집에서 그랬다간 그냥 거지 된다.


실제로 그랬다.


해외 주재원 시절 같이 있었던 한 분이 하루는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내와 아들과 떨어져서 단독 부임으로 나와서 아끼며 3년 넘게 있었다고 한다.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해외 수당도 받고,

회사에서 숙식 제공해 주니 돈 쓰실 일도 많이 없으셨을 거고 돈 좀 모으셨겠네요."


아주 예전에는 해외에서 3~5년 일하고 아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서 안되지만, 해외 수당을 최소 몇백은 더 받고,

한국처럼 돈 쓸 일이 적다 보니 작정하고 안 쓰고 복귀하면 상당한 목돈을 만질 수 있다.


"아니, 2천만 원 모았대."


"엥? 그게 말이 되요? 해외 주재원 하면서 한달에 받는 돈이 얼만데,

한국 본사에만 있어도 그것보다 더 많이 모았겠는데요."


"그러게, 나도 첨엔 되게 놀랐어.


근데, 우리 마누라가 해외 여행을 좋아해.

내가 한국 휴가 들어갈 때마다 한국에 안 있고,

이미 해외 여행 계획을 다 짜놓고 다른 나라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나 없을 때도 중간에 아들 데리고 구경 시켜 준다고 둘이 잘 다니고.

여행 갔다 오면 부모님 하고 친척들 준다고 선물도 좀 사고, 자기 명품백도 하나씩 질렀나 봐.


거기다 학원비하고 생활비에 이것 저것 쓴 것 보니까 그렇겠더라고."


그 분은 직장 생활도 20년 정도 했고, 그 중 해외 주재원 생활도 반 정도 했는데, 이제 겨우 전세를 벗어났다. 그마저도 전세 대출에서 주택 담보 대출로 바뀐 것이지만.


그 이야기가 떠오르며,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여자 만나겠다고 대출 받고,

전세 살겠다고 대출 받고, 다음엔 집 산다고 대출받고.


평생 남 밑에서 눈칫밥 먹으며, 빚이라는 족쇄를 달고 은행과 회사 눈치 보며 사는거다.


‘제발 저를 짜르지 마세요.

빚에다가, 처 자식에 부양하는 노부모님까지...‘


이런 라이프가 눈 앞에 선했다.




이 대목에서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연애를 해 온 내 경우와 자연스레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보통 국내 여행 비용으로 50만 원 정도로 잡는다.

여친 님과 비교해서 '0'이 하나 빠진다.


보통 2박 3일 정도로.


맛있는 것 조금 비싸게 먹으면 좀 더 오버하기도 하고.


전 여친이 자기도 보탠다며 봉투에 10만 원을 담아 내밀었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숙소도 내가 예약하고, 차도 내 차로 가니까 내심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것 같다.


괜찮은데 싶으면서도, 어찌 보면 별 것 아닌데 뭔가 배려심이 느껴졌다.


'아! 나한테 맞는 여자는 걔였구나.'


이래서 젊었을 때 여러 명 만나보라고 하나 보다.

그래야 나에게 맞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으니.


사고방식의 차이니, 성격 차이니 그런 건 일반적인 이야기고,

현실적으로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부딪힐 수 있겠네.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우며 설레던 그때와 너무나도 비교되었다.


지금은 부담되서 여행 가겠나 하는 생각만 머릿 속에 맴돌았다.


"오빠! 무슨 생각해!

빨랑 예약하장. 이게 머양~"


생각에 빠지고 머뭇거리는 나를 푸시하는 (push) 그녀.


요즘은 사라진 지하철 푸시맨인양, 나를 밀고,

딱다구리 마냥 입으로도 계속 쪼아댔다.


도저히 맨 정신에 1박에 50만 원 하는 숙소를 2박으로 100만 원 주고 예약할 수가 없었다.

손이 떨려서.


'어디 가서 맥주라도 한잔 마시고 와야 하나.

간댕이가 부어서 그냥 지르게 ㅎㅎㅎ'


그것도 많이 양보한 거라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 그녀.

오늘따라 이 별명이 정말 찰떡이구나.


결국 못 버티고 내 카드로 결제를 하고,

그녀는 환호했다.


"야호! 떠나자!"


여행 준비만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길어졌다.


험난한 여행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05



아래는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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