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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un 02. 2023

인생이란... 참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외전 (B-5)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5


개판이란 이런 걸까?


연년생까진 좋았는데,

바람 피워서 걸리질 않나?


애 안 낳겠다고 묶었는데,

셋째가 생기질 않나.


이번엔 입장이 역전되었다.


“묶었는데 어떻게 애가 생겨, 엉?

난 니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이게 뭐야?“


“아, 나도 모르겠다고.“


“뭘 몰라? 어떤 놈 만났어?”


“만나긴 뭘 만나.

애 키우고 회사 다니면서 무슨 다른 남자를 만나?“


‘난 애 키우고, 회사 다니면서 다른 여자 안 만났냐?’

라고 말할 뻔 한 선배.


다행히 말 잘 못하고, 머리가 똑똑하진 않아도,

바보는 아니었다.




요즘은 막장 드라마가 많이 나오다 보니,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말과 상황들이 나오곤 한다.


상상에 의한 것도 있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것도, 때론 현실이 너무 황당하고 쎄서 다듬어야 할 때도 있다.


남자 L와 여자 M 사이에 아이 N이 있었다. 그리고, 여자 V와 남자 W 사이에 아이 U가 있었다.


가깝게 지내던 두 가족.

가족 동반으로 함께 여행도 다니고, 이웃 사촌이란 말이 실감 나게 잘 지냈다.


그러다, 여자 M과 남자 W가 바람이 나서 도망가 버렸다.


남은 남자 L과 여자 V.

둘은 눈 맞아서 도망간 서로의 전처와 전 남편을 욕하다 정이 들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했기에, 서로 사정을 가장 잘 알기에, 그렇게 아이 N과 U를 데리고 합쳤다.

그리고 둘 사이에 K를 낳아 각기 다른 유전자 조합을 가진 세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런 일, 이렇게 황당한 일이 제법 있다.

다양한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해도 아이를 낳지 않은 공무원들이 많은데, (이혼한 분들도 많고)

이런 분들이 월급 끊길 일 없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출산 대책을 책상에서 만들고 있다.


전통적인,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4인 가족을 상정하고 정책을 만드는데, 현실은 훨씬 더 복잡다단하다.


실적이랄 것도 분명치 않고, 실적을 못 내도 짤릴 걱정은 없을 테고,

일부는 내 몸도 귀찮아서 시키는 것도 하기 싫을 텐데 이런 복잡한 현실을 꾸준히 파악해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생각까진 않는 것 같다.


(열심히 하고 계시는 분들은 응원합니다!)


개인적으로 몇 십조 이상을 몇 년 째 쏟아 부어도, 출산율은 더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를 잡으려,

가벼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면,


한 선배가 바람 피운 이야기를 하며 무용담이랍시고 한 이야기다.


“우와, 지난 번에 나 완전 걸릴 뻔 했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무조건 잡아 뗐지.”


“아니, 옷 벗고 껴안고 있는 걸 눈 앞에서 보이고 사진 찍힌 것만 아니지, 그 정도면 그냥 걸린 건 아니에요? 미안하다고 싹싹 빌어야 할 것 같은데.”


“인정하면 끝이야. 니 말대로 눈 앞에서 그렇게 걸려도 무조건 아니라고 잡아 떼야 돼. 모르는 여자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원래 그런 거야.

인정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인정하지 않기를, 이게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게 여자 마음이라고.“


‘뭔 개소리야.’

하면서도 진짜 그런 게 있나 싶긴 했다.


B도 선배의 추궁에 자기는 아니라고 맞섰다.


옷 벗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CCTV 녹화본이나 동영상이 있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가방에 있는 콘돔을 보고도,


“오빠하고 잠자리 할 때 쓰려고 했어.”

라고 한다.


“묶었는데 무슨 콘돔을 쓰냐!”

라는 질문에도 굴하지 않고 이상한 소리를 계속 늘어 놓는다.


인정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했던 선배와 어쩜 이렇게 닮았을까.


‘사랑과 전쟁’도 재미있을 때도 있고, 다 좋은데,

안 좋은 건 제발 안 배웠으면 좋겠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Peace~


결국 소위 ‘뽀록’이 난 건 역시 휴대폰이었다.

요즘 세상에서 나만의 브레인이 되기도 하고, 비서가 되기도 하니, 온갖 사진, 메모, 검색 기록, 이동 경로 등이 모두 담겨 있다.


형사 사건에도 범인의 휴대폰을 가장 먼저 압수해서 포렌식 분석을 하려는 이유고, 범인들이 휴대폰을 아예 버리기도 하고, 압수되어도 비밀번호를 풀 수 없게 알려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밀번호 패턴을 슬쩍 보았는지, 아니면 부주의하게 자동 잠금이 될 것을 놔뒀을 때 보았는지, 선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다.


어쩌면 정말 차라리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지도 모를.


불륜이라는 이름의 사랑이 듬뿍 담긴 메시지와 사진이 가득한 휴대폰을 보고 선배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B도 이번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둘은 갈라섰다.




B가 바람을 피우긴 피웠었나 보다.


상대 남자는 특이 취향으로 유부녀만 주로 노리는 놈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허허, 그 놈도 번식에 미친 놈이었던지, 쾌락에 정신이 나간 놈인지 모르지만, 이상한 놈은 맞아 보였다.


무슨 야만의 시대에 땅 뺏어서 영토 확장하고, 여성들까지 뺏어오는 그런 짓을 하는 건지, 남의 가정 파탄내면서도 자기 욕구에만 골몰하는지 하여튼 정상이 아닌 놈인 건 분명했다.


그런 놈과 사이에 임신을 했으니, 책임을 지겠다고 했겠나? 본능이든 욕구든 뭐든, 배가 불러오는 B를 책임지기도 싫고, 자기 입장에선 재미 보기도 글렀으니 도망간 듯 보였다.


생긴 건 그럴 듯 하고, 만나면 재미있는데, 마땅히 진득하게 하는 일도 없고, 겉멋만 부리며 달콤한 말만 뻐꾸기 날리고 다니는 인간을 만나면 이렇게 된다.

멀쩡한 인간을 만나도 인생의 어려움을 함께 잘 이겨내는 것이 어려울진대, 의지 박약과 무책임을 장착한 인간이 말만 하지 뭘 하겠나. 결과를 보면 안다.


그런데도 남자가 예쁜 여자에 홀리는 만큼이나, 여자가 잘 생겼다고 이렇게 홀려서 사기 전과 10 범인 깜빵을 들락날락하는 인간에게 돈 뺏기고 하는 일이 종종 있는 걸 보면 참.


어찌 보면 남편이 그랬다고 자신도 한 눈 판 B의 잘못도 컸고, 모두의 잘못이지만, 결국 최강 빌런에게 잘못 걸려서 자기만 바보 된 상황이 되어 버린 거다.


그래도, B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쪽팔린 것보다 생계와 미래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미혼모가 될 건데, 괜찮은 회사에 어떻게든 붙어 있는 곳이 낫지, 밖에 나가면 청소나 식당 일 등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회사를 다니면서 B를 마주치는 것도 민망했지만, 선배와 B를 동시에 마주치면 정말 어쩔 줄을 모를 것 같았다. 당사자가 아닌 내가 이럴진대, 본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난 과오는 그렇다 쳐도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까웠다.


그렇게 B는 잘 버티다 세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다시 회사로 돌아올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지만, 아직 먼 날이었다.


B는 아마,


‘잘 버텼어.


앞으로도 잘 버티자.

누가 날 챙겨주나. 이런 상황에서.

다 이겨내고 내가 나를 챙겨야지.


육아휴직 끝나려면 1년 남았는데,

그 날이 올까?

안 왔으면 좋겠다.

아몰라. 일단 다 잊고 쉴래.‘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선배는 선배대로 고달팠다. 엄마 없이 애 둘 키우면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아주머니를 쓸 수 밖에 없었고, 그것도 쉽지 않아서 어머니의 도움도 받기도 했다.


키우는 건 밥 먹이고 옷 해 입히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고 키우는 건데,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미안함도 컸다고 한다. 그래서, 재혼을 알아봤지만, 안 그래도 볼품없이 생겨서 애 둘 딸린 이혼남을 누가 좋아하겠나.


괜찮은 회사에서 성실히 다녔지만, 이제 혼자 벌며 애 둘을 키워야 하니 돈도 별로 없고, 평생 빚 갚으며 일 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B가 꼴도 보기 싫어도, 두 아이의 정서적인 면 때문에 B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가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할 때가 참 힘들었다고 한다. 역시 애는 아빠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늘 말하곤 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어색한 만남을 하던 어느 날.


B가 맡길 데가 없어서 자기가 낳은 아이를 데려왔다고 한다.


선배 입장에서 꼴도 보기 싫었겠지만, 어쩔 수 있나.

그럴 때면 시간만 빨리 지나라 하고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미움이 컸어도,

자기가 잘못한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나서 미움이 조금은 줄었는지,


B가 불쌍해도 보이고, 자기도 불쌍해 보이고,

세 아이들 모두 그렇게 불쌍해 보였다고 한다.

원래 마음은 착하고 공감 능력도 괜찮은 사람이었으니 그랬을지도.


그럴 때 자칫 우울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데, 선배는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좋아하던 술 한잔으로 풀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애들을 보다 보니, 셋 다 생긴 게 비슷하더란다.


‘엄마가 같으니 그러겠지.’


첨엔 그러고 말았는데, 자꾸 보니 저 쪽 (?) 아이도 자기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이구, 뭔 X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러니까 내가 만나기 싫었는데. 쩝‘


그런데, 핏줄은 땡긴다고 하나.


자꾸 그 셋째 아이에게 눈이 가고, 쳐다 보고 있으면 눈에 밟히고 그랬단다.


그러다 한 번씩 만날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를 하던 참에, 어찌저찌 셋째 유전자 검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오 마이 갓


어떻게 자기 아이일 수 있지.

깜짝 놀라서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정관 수술 한다고 바로 임신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이전에 남아있던 정액이 나올 수도 있고, 드물게 뚫고 나올 수도 있다는 거였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역시 번식 요정 선배 다웠다.


남 다른 정력.


전에 한 유명한 70대 할아버지가 30대 여성과 관계를 해서 아이가 생겨, 전처와 사이에 낳은 40대 아들이 자기보다 어린 새엄마가 생김과 동시에, 갓난 아이 동생이 생겼다는 뉴스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 분은 정력에 좋은 식품 광고까지 하고 있는, 정말 웃기는 인생.

아, 애 키워야 하니 돈 벌어야 하나.


이 선배가 안 묶고 나이를 먹으면 그 할아버지처럼 되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선배와 B는 다시 합쳤다.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그런 일이 없었던 것과 거의 같은 결론이었다.


두 남녀가 같이 살고, 세 자녀를 키우는 다둥이 가정이 된 것일 뿐.


또 사고 치고 단란주점 같은 데 가지 말고,

그냥 단란한 가정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세 자녀 키우려고 돈 벌기 위해 해외에 나가서 열심히 달러를 벌고 해외 수당을 받고 있다.


B는 믿지만, 여전히 영상 통화 등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제 버릇 개 못 주겠지만, 그래도 또 사고 치면 B도 사람이라고 보긴 힘들겠지.


신기한 이야기라 읽으면서 재미있을 순 있겠지만, 덜 재미있는 세상이라도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끝.



아래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에서,

본 편 1화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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