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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06. 2023

‘하후무’를 아시나요

삼국지 조조의 사위


다른 글에서 한번 다룬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어릴 적 꿈은 고고학자였습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다른 전공을 선택하고, 지금은 회사를 십여 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원체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역사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책 보는 걸 좋아하는데,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저절로 발길이 역사책 쪽으로 가고, 손길이 갑니다.


사진, 맛집, 음악, 영화 등 쓰고 싶은 건 맘껏 쓰고 있는데요. 좋은 기회가 생겨 시작한 김에, 브런치에도 ‘J의 역사 이야기’ 매거진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삼국지 조조의 사위인 하후무란 친구를 다뤄볼까 합니다.


그는 하후돈의 둘째 아들로, 삼국지의 핵심 인물인 위왕 조조의 부마였습니다. 청하공주의 남편이었지요.


용맹스러운 애꾸눈 장군으로 유명한 하후돈과 조조의 특별한 관계 덕분에, 안서장군, 관중도독, 상서 등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요즘으로 보면, 재벌의 사위로 계열사 사장을 맡은 사람 정도로 보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재벌의 오른팔로 사업 초창기부터 그룹을 일군 사람이라고 하면 딱이겠네요.


하지만, 그는 부인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고, 동생들과도 불화가 있었던 문제아였습니다. 역시 잘 나가는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을 잘못 받으면 이기적이고 욕심 많으면서 남에 대한 배려는 없지요. 겸손과 베푸는 것이 미덕인데, 안하무인의 재벌집 자녀들과 그들 간의 재산 다툼 소송을 보면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결정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고 자신만만하게 대군을 이끌고 그 유명한 제갈량과 맞서다 대패한 무능한 친구지요.


현재로 보면, 능력이 없는데 사원, 대리 다 건너 뛰고 계열사 사장 시켜줬더니 사업 말아먹은 사위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중에 위나라가 제갈량에게 연패하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드디어 진짜인 사마의가 등장하여 제갈공명과 건곤일척의 대전을 펼치게 될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무능한 자가, 관계와 아부 등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사고를 치고 이대로 가다간 진짜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 능력자가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회사에서 보아도 유능한데 살갑거나 아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배제되고, 간신배 같은 친구들이 잘 나가며 책임자가 되었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요.


수습이 안 되어서 해결사를 찾는데 그는 이미 실망해서 떠난 이후고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보지만, 역량과 문제해결력은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지요. 재능 있는 사람도 숱한 경험과 시도 그리고 실패를 오답노트 삼아 단련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부하며 매일 저녁 술만 따라서는 결코 득할 수 없는 그런 것이죠.


사실 그의 아버지 애꾸눈 하후돈도 비슷한 전력이 있었지요.


조조가 하북의 원소를 평정하고, 형주와 손오로 남하할 때 선봉장으로 하후돈이 대군을 이끌고 나섰습니다.


이때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의지하며 신야성이라는 작은 성에 있었고, 제갈량을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때였습니다.


조조의 대군을 이끌고 오는 하후돈을 대적하기 위해 유비군의 장수들이 모였고, 그 자리에서 유비는 20대의 젊은 제갈량을 군사로 모셨지요.


안 그래도 젊은 친구를 모시러 간다고 세 번이나 다녀온 것에 뿔이 나 있던 장비 같은 친구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반발을 했지요. 주로 쫓겨 다니긴 했지만 자신들은 전장을 누비고 다녔는데 풋내기 제갈공명이 군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유비가 자신의 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따르라고 하니 반신반의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가 세운 작전을 따를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결과는 박망파 숲길에서 도망가는 척 하며 용장이지만 성격 급한 하후돈을 유인계로 끌어다가 화공으로 유비군이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모두 제갈량을 신뢰하게 되는 계기기 되었지요.


여포군과 싸우면서 화살에 눈을 맞았을 때, 화살을 뽑고 눈알을 먹어 버리고 싸웠다는 용맹한 하후돈도 그렇게 서두르고 상대를 얕보다 망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는 패하긴 했어도 그동안의 정과 공적이 있었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벌을 담담히 받겠다고 하며 ‘패전은 병가지상사’라는 말과 함께 삼국지를 비롯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애꾸눈 상남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후무는 아버지 빽만 믿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부마로서도 위세를 부렸지만, 역량이 부족하여 패하고, 많은 군사를 죽게 만드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후에는 죽을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아버지 덕에 죽음을 면하기도 했지요.


관계보다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모습이 제갈량이 자신의 후계로 강유를 삼았던 대목이지요.


자신의 아들도 나름 유능했지만, 원래 위나라 장수로 천수성에서 제갈량을 엄청나게 괴롭혔던 그를, 자신의 다음으로 유선에게 추천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요.

피붙이 아들도, 그 전에 친분이 있고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가 아닌, 안 지 얼마 되지 않고 더욱이 적이었던 친구를 말이지요.


이와 관련해서, 만일 유비가 그의 아들 유선이 아닌, 제갈량이 군주가 되게 했으면 중국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갈량의 촉한이 위나라를 결국 정벌하고, 사마의의 자손이 세운 진나라는 중국의 역사에 없었을까요?


의형제를 맺은 관우가 죽고 도원결의를 생각하며 오나라를 공격했던 유비. 출전을 준비하다 장비마저 죽고, 나중엔 자신이 주도하여 짠 진지가 오나라의 젊은 신예 육손의 화공에 당해서 크게 패배했었지요.


그때도 제갈공명 등이 지금은 오나라를 칠 때가 아니고, 되려 그들과 손을 잡고 위나라를 쳐야 한다고 했을 때 사적인 복수심에만 사로잡혔던 유비였지요.


유비가 짠 진지를 이상하게 여긴 유비의 부하가 공명에게 진지를 그려서 보냈더니,


그것을 본 공명이,


“이렇게 진지를 짠 자를 당장 죽이라”

고 했고,


그 자가 유비인 것을 알게 되자,


“아~ 우리 촉한의 운명이 여기까지구나.”

하며 탄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두머리, 영어로 리더의 역량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조조의 아들인, 위나라의 다음 왕 조비의 친구이기도 했던 하후무는 친분 때문에 인선해서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위에서 말한, 삼고초려 당시 20대였던 와룡 제갈공명과 오나라의 신예 육손의 예에서 보듯이, 20대의 젊은 나이라도 자질이 있고 준비가 된 친구라면 발탁해서 쓰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주변에 젊은 리더, 대표적으로 30대, 40대 대기업 임원이 실패할까요? 친분에 따라 인선을 했거나, 선임한 인사권자와 회사 HR의 역량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보는 눈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지요.


한 대기업을 젊은 분이 이끌고 있는데, 그 그룹에서 최연소 여성 임원을 선임했다고 신문 경제면에 내고 성 차별을 없애고 능력 위주로 나이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광고를 했지요. 기업 이미지 효과를 노렸나 봅니다. 하지만, 그 여성 임원이 갑질을 해서 얼마 뒤 사회 면에 나왔지요.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어마어마하게 컸지요.


만일 그 실패한 여성 리더를 제대로 알아보고 파악하지 못한 HR 리더가 자리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망조가 들고 있는 조직이겠지요. HR의 주임무가 사람을 보고 판단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성과를 창출해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본을 제대로 못하고 되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나서,


“인사 실패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인사가 다 성공해.“

이러고 있고,


이것이 용인되어 자리를 유지하거나 친분으로 더 올라갔다면 그것에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겁니다. 그 사람이든, 그 사람을 보고 배운 아랫 사람에

의해서든 말이죠.


만약 그룹의 젊은 총수라고 하는 분이 직접 그 여성 임원을 찍어서 발탁했다라고 하면, 그 조직의 미래는 무척 어두울거라 봅니다. 위에서 말한 화공 받기 딱 좋게 진지를 짠 유비와 겹쳐지는 모습입니다.


그 그룹의 젊은 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구요. 그룹을 이끌고 있는 분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영글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회사의 실적도 썩 좋지 못한데, 적나라하게 말씀 드리고 싶지만 길어지고 글의 본류에서 조금 벗어나니 더 말씀 드리진

않겠습니다.


장마 때 오송지하차도에서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지요. 저도 오송, 세종, 청주 쪽에 한 번씩 갈 일이 있어서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해외에서 쿠데타, 테러, 지진 등을 겪으며 안 죽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 참사를 보고 무척이나 안타까웠는데, 책임 있는 고위직 정치인이 분향소에서,


“내가 현장 일찍 간다고 바뀔 건 없다.“

고 말한 것을 보고,


높은 자리에 앉아 위세 떨고 대우는 받으면서, 국민 세금으로 월급도 많이 받고, 법인카드도 꽤나 쓰면서, 사고를 막는 일은 제대로 못하고 사고가 나도 면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폭염에 지저분하고 위생적이지 못하며 벌레가 많아서 생존 게임이 되어 버렸다는, 젬버리 사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리 차지하고 누리며 얼굴 내밀 줄만 알았지,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해결도 못해서 폭염 등으로 문제가 생겨 테이블 위에 누워 있던 친구들 그리고 영국을 필두로 싱가폴 등

참가자들이 중도에 나와 버리는 모습을 보며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책임자들은 이상한 말들을 늘어 놓으며 면피하기에 바쁜 모습만 보였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을 제대로 인선해서, 일을 제대로 하고 문제는 사전에 차단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응당한 처분을 받고, 적극적으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드는 그 기본적인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거 하라고 선거해서 뽑아주고 칼같이 걷어가는 세금으로 월급 주는 거지요. 그 월급은 꼬박꼬박 다 받아먹고 누릴 건 다 누리면서, 할 일은 제대로 못하고 사고 치고 수습은 제대로 못하면서 면피하기에 바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엔 많은 ‘하후무’들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다음엔 역사 속 ‘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조의 표정이 ‘원래 그런거야. 이제 알았어?’ 라고 느껴지는 건 저 뿐만일까요?


(사진 출처 : 네이버 korpott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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