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Sep 07. 2023

술이 웬수

삼국지 장비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53


역사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두 번째 역사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삼국지를 대표하는 인물 중 연인 ‘장비’가 있습니다.

유비, 관우와 함께 삼 형제 중 막내로 강하고 용감하지만 성격이 거칠고 급하며 머리는 조금 떨어지는 인물로 나옵니다.


관우가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을 당시 원소군과 대적하여 하북의 맹장 안량과 문추를 죽이고, 그들 앞에서 쩔쩔 매었던 조조군 앞에서 장비의 용맹함이 더 대단하다고 해서 그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지요.


형주에서 유비군이 조조군에 쫓길 때 장판파에서 혈혈단신으로 조조군을 위압적으로 막아 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아들 장포마저 피를 물려 받아 용맹해서 오나라 정벌 등에서 관우의 아들 관흥과 함께 활약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그는 술과 관련해서 문제가 있었지요.


유명한 유비 관우 장비 의형제의 도원결의는 참 멋있었습니다. 의리와 대의를, 복숭아나무 숲이라는 멋진 장소에서 흩날리는 잎과 함께하며 축배를 들었지요. 그런 때는 참 좋습니다.


그러나, 자중해야 할 때 술을 잘못 마시면 낭패를

봅니다. 바로 여포가 유비에게 의탁하여 소패성에 있을 때, 유비와 관우가 출정을 해서 서주성을 비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장비가 서주성을 지키고 있었는데,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형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마시다가 여포에게 당해서 성을 빼앗기고 말았지요.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에 참 약합니다.

어제 진탕 마시고 오늘 숙취에 고생하고 속 안 좋고 피곤해서 다시 술 마시면 내가 개다 라고 외치다가도, 점심 때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퇴근할 때 쯤 되어 회복이 되면 소위 말하는 ‘건수’가 생기면 흔들리고 유혹에 약해져서 ‘한잔만’ 하다가 멍멍이가 되기도 하지요.


장비도 이 딱 한잔만, 그리고 부하들을 위로하자는 주변의 부추김까지 더해져 ‘그럴까’ 하다가, 한잔이 두 잔 되고 그러다 만취해 버립니다.


술에 취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성을 버리고 도망가기에 이릅니다. 잘 아시겠지만 술을 많이 마시면 힘을 써서 상대를 제압하기는 커녕,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가 되어버리곤 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한 부장님도 술을 그렇게 좋아하셔서 365일 중 364일 술을 드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건강검진 하루 전만 안 드셨지요. 여러 번 사고를 치셨지요. 그러고 보니 외모도 장비와 조금 닮았네요.


대표적으로, 출장길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술을 진탕 드셔서 비행기를 놓치기도 하셨지요. 지나고 나면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사실 당시엔 욕 먹고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제가 ‘진로 등 술 재벌들 돈 벌어주시느라 오늘도 고생 많으십니다’ 하고 농을 치기도 했습니다.


후에,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고 오나라로 출정했을 때, 무리하게 부하들을 독촉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마지막과 함께 무척이나 안타까운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실수가 있고, 고난 후에 촉한을 차지하여 삼국을 정립하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지요. 촉한이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이 책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갈량의 오장원에서의 퇴각 장면이 명장면이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뻔한 결말은 지루하지만, 아쉬움을 남기면 다시 찾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그 유명한 조조도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지요.


장수를 토벌할 때 그가 힘의 차이를 인식하고 항복했을 때, 좋게 정리하고 돌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희생 없이 승리한 도취감에, 음악에 홀렸는지 점령지에 있는 여성과 술을 마셔 버렸지요.


격분한 장수가 들고 일어났고, 그의 부하 호거아 등에 의해 조조는 맹장 악래 전위를 잃고 겨우 줄행랑을 치기도 했습니다.


전위의 충성심과 용맹이 드러난 일화이기도 하지만, 안타까움이 짙게 남는 부분입니다. 조조가 도망가게 해 주려고 죽기 살기로 막다가 결국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가 될 때까지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승리하고 조용히 숨 고르고 안정화를 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방심하고 술에 빠진 대가는 그렇게 참혹했습니다. 맹장을 잃고 죽을 뻔 하다가 겨우 내뺐으니 말이지요.


적벽대전에서 지고 도망쳤을 때와 더불어, 조조에게 가장 굴욕적인 장면 중 하나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술판을 벌이다가 변을 당한 일이 많지요.


그 중 대표적인 사건 하나만 말씀 드리면,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벌이고 정도전 등을 학살했던 일이 있었지요.


당시 정도전은 동료인 남은의 첩 집에서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잘 나가고 있었고, 사병과 무기를 뺏긴 왕자들이, 태조 이성계와 실권을 잡고 있는 자신들을 대적할 수 없을 거라는 방심이 화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왕자의 난 당시 정안군 이방원의 군사와 무기는 사실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미 정도전이 왕자들의 힘을 뺏고자 사병을 혁파하고 무기를 회수했기 때문이지요.


무기를 빼앗길 때 이방원의 부인이 (후의 원경왕후 민씨) 숨겨 놓은 무기가 고작이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만 되어 있었다면 삼일천하도 아니고, 그날 당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요.


술과 함께 한 방심이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아들의 목숨까지 앗아갔고,

태조 이성계도 둘째 부인 아래 두 왕자 (한 명은 이미 세자로 책봉된 상태였지요)와 사위까지 잃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친 아들에게 다른 아들들이 죽임을 당하고 사랑하는 딸의 믿음직한 사위까지 하루 아침에 잃고 권력에서 소외되어 상왕이라는 이름으로 뒷방 늙은이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요. 특히, 딸의 목숨을 살리고자 비구니가 되도록 권하는 장면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젊은 시절 왜구와 홍건적을 물리치며 연전 연승하던 자신만만한 전쟁 영웅이, 허무한 눈으로 기운 없이 살면서 틈만 나면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어 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이 이야기는 함흥차사의 유래가 되기도 했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방원이 아버지의 불온한 움직임 때문에 불안해서 동북면의 함흥에 있는 이성계를 모셔오려고 보낸 사신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나온 말입니다.


관우는 화웅과 결전이 있기 전 따뜻한 한 잔 술로 몸을 데우고 가라는 제안에,

이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을 베고 와서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달빛 아래 벗과 함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한잔 기울이고 음악을 들으며 시 한 수 주고 받는 멋진 장면도 있지요.


저 또한 어렸을 적엔 지하철 끊기고 필름도 끊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습니다. 지갑과 휴대폰도 가끔 잃어버려서 그때마다 찾고 복구하느라 난리를 쳤지요. 택시 탈 돈이 없어서 첫 차 기다리다 길바닥 벤치에서 잠을 자보기도 하고 노숙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다음 날 속 쓰리고 하루 종일 정신 없이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 3년이 저에겐 약이 되어 안 마시다 보니 술을 입에 잘 대지 않게 되었고 마셔도 적당히 1차만 딱 하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그 정도만 해도 다음 날 꽤 피곤하고 힘드니, 예전처럼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라 했으면, ’그래 가지고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되요?‘ 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들끓는 혈기를 참지 못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일부 이미지 좋았던 연예인들이 이상한 술집에 가서 걸려서 지금은 방송에 나오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술이 정말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지난 날을 좋게 말하면 젊은 시절 추억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인생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의사 분들도 자기들도 마시기도 하면서 아예 한잔도 안 마시는 게 제일 좋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제 명까지 살려고 저도 고생이 많습니다 ㅎㅎ


전에 회식에서 술 취한 어떤 임원 분이 직원 분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며 난리를 치신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생각해 보니 자신이 지나치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는지, 같이 자리 한 부하 직원을 불러서 사과했던 일이 있었지요.


부하 직원이,


“사람이 죄인교, 술이 죄지.”


라고 무진장 어색한 분위기에서 말씀하셨다는 걸 전해 들었습니다.


술에도 때가 있고 마셔도 적당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Salud!


(스페인어로 술 마실 때 외치는 구호입니다. 영어로는 cheers 같은.)





PS. 간만에 제가 쓴 ‘회사가 새삼 고마울 때’ 라는 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 글 읽어주시고 댓글과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이예요. 감사 드립니다.


궁금해서 찾아 보니 카카오 뷰 같은 곳에 올라온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카카오 스토리에서도 노출이 된 것으로 보이구요.

(카카오 뷰는 11월에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하네요 헐헐 아쉽습니다.)


Brunch story가 개편하며 오늘의 연재, 응원하기를

핵심 기능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시실 저는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내용을 쓰고

upload 하려고 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제 글쓰기의 기본이자 많은 분들을 만나는 기회를 준 브런치 스토리의 정책에 조금이나마 맞춰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1주일에 1회 업로드를 하면, 매주 일요일에 올리려 합니다.

혹시 가능해서 2회 업로드를 하면 매주 목요일 글을 올릴 거고요.

그 외에 글이 잘 써진다면 하시라도 올리겠습니다.

즉, 일요일은 무조건, 가능하면 목요일까지는 하고 + a 라는 주기는 유지하려 합니다.


사람은 생각대로 보이고 산다고, 이런 생각을 하니 동네 빵집에서도 open은 언제고, 문 닫는 시간은 언제고, 빵 나오는 시간은 언제인지 문에 써둔 것이 보이네요.


그리하면 고객들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하는지 알아서 헛걸음 안 하실 거고, 갓 구운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시간도 확실히 알아서 이기 때문이겠지요. 고객과의 약속일 거고, 글쓰기에서도 독자와의 약속은 소중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글쓰기 루틴과 습관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글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성실히 써 나가겠습니다.


이상 드림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94


매거진의 이전글 ‘하후무’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