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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Sep 14. 2023

내 인생의 축제

브런치는 커뮤니티인가



한 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작가 출판 프로젝트에 벌써 일곱 번째 참여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서점 속 저 많은 책들 중 하나이거나 e book으로,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아가다 보면 단독 출간도 해보고, 더 잘 되면 베스트 작가도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


이번 프로젝트 주제는 ‘축제’였어요.


어렸을 땐 술도 꽤 마시고, 놀러도 많이 다니고 그랬는데, 나이도 들고 코로나 3년을 지나며, 회사와 집 그리고 도서관을 오가는 ‘신‘ 고 3 혹은 고시생 느낌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전문 분야 연구도 하고 강의 요청이 점점 더 많아져서 준비해야 하기도 해서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먹고 마시고 놀던 그때 그 시절이 아니어서 ‘내 인생 축제는 끝났나 보다‘ 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맺으려고 하니 왠지 약간 억울해서 과거 해외에서 축제에 다니며 맥주를 마셨던 기억을 담아서 다른 글을 하나 더 썼습니다 ㅎㅎ


일하고 집에 가거나 회식을 해도 1차만 하고 보통 9시 전에 끝내고 집에 가는 다소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제 이런 삶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여기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브런치도 어쩌면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전문 분야 업무 그리고 연구와 발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고, 라이킷이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흥미롭고 기분 좋아서 더 쓰고 싶고 그렇습니다. 지금은 바쁘게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 자주 쓰지는 못해도 일주일에 1-2 번은 꼭 쓰려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휴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브런치를 하다 보니 어떤 분들이 브런치도 결국 SNS 다라는 말씀과 라이킷에 대한 생각을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다 맞는 말씀이셨어요.


저도 이런 저런 기회로 사내외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선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고, 한 곳에선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구요. 그래서 community의 속성을 아주 잘 알고 있지요. 커뮤니티 등록된 사람을 당연히 늘려야 하고 등록 사람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활동성 지표 면에서도 좋아야 활성화된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습니다.


MAU 등 활동성 지표란 쉽게 말하면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자주 들어오고, 가입을 하며, 글을 쓰고 답글을 남기며 좋아요 등 interaction을 하는 것이 쌓인 것입니다. 그래서 활동성이 높은 community에는 광고가 붙고, 때로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하지요.


그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이벤트를 열기도 해서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합니다. 초기 활성화를 위해서 방장 (운영자)를 위시한 주요 운영진이 거의 매일같이 (혹은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서로 답글을 달아주며 마중물이 되어주고 죽은 커뮤니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요.


동시에 처음 온 사람이나 글만 보는 사람에게,


“너도 글 올릴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글 올리면 우리가 다 같이 답글도 달아주고 좋아요도 눌러주면서 응원해 줄게. 걱정 말고 일단 해봐.“


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참여하게 하며 그런 사람들이 쌓여서 커뮤니티가 양적, 질적으로 커지게 만듭니다.


저도 한 커뮤니티에서 운영진이 아닌 상태로, 글만 보고 이벤트에만 참여하다 후에 운영진이 되었는데요. 저에게 친절하게 답글 달아주던 분들이 앞서 말씀 드린 운영진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운영진이기 전엔 몰랐지만, 사실 많은 글들이 운영진끼리 글 쓰고 댓글 달아주며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것도 많았습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 드린 광고비 등을 받아서 오프라인 모임을 해서 밥도 먹고 친목도 다지는 과정을 거치지요. 돈이 안 되는 커뮤니티는 회비를 걷어서 모이지요. 일반 모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떠신가요?


여기까지 읽어보시니 브런치는 글쓰기 플랫폼인가요? 아니면 글쓰기를 빙자한 커뮤니티인가요?


저는 카카오 직원이고 브런치 팀에서 운영진 역할을 하는 걸까요?


하하하, 한 작가님이 브런치 대상 시즌에 임시 직원으로 채용된 상상을 적으신 걸 보고 저도 흉내를 한번 내봤습니다. 저는 당연히 브런치 직원도, 운영진도 아닙니다.


다만, 예상컨대, 브런치에서 주최한 행사나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들에겐 특전이나 보상 등이 작게라도 주어지고 이런 말을 빼놓지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도 활동 열심히 해주세요. 글도 주기적으로 써주시고, 다른 분들 글에도 라이킷 해주시고, 구독도 해주시구요. 아셨죠?”


뭐 이런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카오의 전신을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Daum cafe 그리고 아고라 등등. 재미있게도 제가 운영진으로 있는 커뮤니티에 그쪽 출신 분이 계셔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상을 더 여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심한 표현으론, ‘개 버릇 누구 못 준다‘

는 속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재미 본 BM (business model)을 적용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때 그 사람이 전설로 남아 있으면서, '라떼 is Horse'를 외치면서 적용하자고 하면 과거 성공 모델의 요소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님’ 하면서 운영하다 보면, 너무 순수하게 글쓰기라는 목적에 매몰되면서 적잖이 실망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왜 제대로 읽지 않고 라이킷을 주느냐.

실상은 이렇다.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은,

애 써서 읽고 라이킷을 누른 성의도 있는데 뭘 그렇게까지 이야기 하느냐.

하는 섭섭함의 표현도 있구요.


고백하건대, 저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을 다 읽으려 하지만, 회사 다니랴 다른 기회를 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랴 글 쓰랴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글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일단 라이킷을 눌러놓고 읽는 방식을 취합니다.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고, 배울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라이킷을 눌러놓고 읽어 갑니다. 솔직히 다 읽고 라이킷 누르는 게 귀찮아서 이기도 하고, 갑자기 일을 해야 하는 등 라이킷을 까먹을 수도 있어서 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신 작가님의 고생에 대한 제 감사의 표현이자, 한 수 배웠다는 고마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수고롭지만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와 그로 인해 제가 글쓰기를 지속하는 마음을 다른 작가님들도 느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끝까지 읽고 이건 너무 성의 없는 글 아닌가 싶어서 라이킷을 철회하려다, '음식 못하는 와이프 못한다고 안 먹으면 음식 안 는다.'는 생각으로 철회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ㅎㅎ


저도 한 때 열혈 문학 청년 시절에는, 누가 제가 쓴 글 아니, 한 문장에서 토씨 하나 고치는 것을 싫어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최고의 걸작을 만들기 위한 고집.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지금은 나이도 먹으면서 사회생활도 오래 하고, 이 나라 저 나라 해외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유연함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다양성도 인정하고 경청하고 포용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구요.


어쩌면 살고 버티기 위해서 그렇게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하지 않았다면 해외에서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하면서 이런 말을 달고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하면서, 기분 나쁘고 싸우고 그랬겠지요.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싫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이상해도 일단 넘기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말 아닌 것이 있으면 말하지만, 그 전엔 이렇게 넘깁니다.


"그럴 수 있지."

"여긴 이렇구나."


현지 문화를 존중한다는 거창한 말보다는, 그곳에서 살고 일하며 적응하고 터득한 삶의 지혜일지 모르겠습니다.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폭 넓은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전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이렇게 다른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공감 받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지요.

어쩌면 모든 글들이 혼자만의 일기장 속에 묻힐 수 있었으니까요.


글쓰기라는 타협할 수 없는 마음과 다양하게 펼쳐지고 교류하는 커뮤니티라는 다소 상반되는 성격이 이 글쓰기 플랫폼에 있어 보입니다. 브런치 팀에서도 브런치를 검색하면 음식이 나오는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다, 카카오 스토리와 연계한 브런치 스토리로 ‘개명’ 했듯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응원하기와 같은 수익 창출 방법도 사실 비슷한 면이 있지요. ’내가 내 글을 써가고 좋은 글이면 좋다고 해달라, 아니면 굳이 커뮤니티라고 라이킷 누를 필요 없다‘는 분들과, ‘노력한 만큼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내가 여기다 뭐 하려고 이렇게 정성 들여 공짜로 글 쓰고 있지? 떠나자.’ 하는 분 등의 간극 속에서도 많은 고민 중일 거라 봅니다.


다양하고 멋진 글들의 향연 속에서 저는 '축제'라는 단어를 발견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돈 벌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싶은 저는 축제를 즐기고, 고민은 브런치 스토리 팀에게 맡겨두려 합니다. 안 그래도 회사 다니고 다른 일 하면서 고민이 많은데 여기서까지 고민하며 인생을 썩히고 싶진 않아서요.


글쓰기의 진중함과 확실함을 존중합니다. 저도 글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울 때가 완벽을 추구하며 그림을 그리고 써 나가고 다듬는 과정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때로 예민할 수 있습니다. 달리 보면 주관이 뚜렷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면을 갖고 있어 이해하고 respect 합니다.


그저,

축제를 즐기려고 모인 다양한 사람들에게,


"왜 옷을 그렇게 입었느냐?

맘에 안 든다."

라고 말하거나,


환호성을 내지를 때, 시끄럽다고 타박하기 보다 저럴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옷을 다 벗고 추태를 부리거나, 확성기를 들고 축제를 방해하는 소음을 일부러 내는 그런 행동만 아니면,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소수의 진짜 악의적인 행동 때문에,


어쩌면 글쓰기의 진중함과 예민함이,

커뮤니티 플랫폼의 다양함과 개방성이 혼재된 이 곳에서 확장을 막지는 않았으면 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세상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



PS. 다음 주제는 “가을이 왔어요” 이고,

9/27 (수) 까지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조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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