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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04. 2023

계절의 오행

연진아 고마워


소제목을 잘 쓰지 않는데, 이따금 쓸 때가 있다.


원래는 ‘정연진 작가님’

이라고 쓸려다, 기분 좋은 금요일이라 그런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고, 유명한 넷플릭스 드라마가 생각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이렇게 적어 보았다.


정연진 작가님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오시지 않는다면 일단 유지할 예정이다.


서로 글을 보며 소통해서 친근감은 있었다. 책까지 이번이면 두 번째 보내주시는 거라 친해진 것 같으면서도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어서 아직 친한 사이라고까지 말하긴 조금 그렇다.


그런데, 오늘 보내주신 책의 주소를 보니,

내가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아서 (안 막히면 차로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 나중에 더 친해지면 실물 영접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기력 작가님의 연필처럼, 정연진 작가님은 눈밭 구두만 봐서 얼굴을 뵈면 더 반가울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반가운 소리가 울렸다.


“까똑”


금요일 가벼운 발걸음에, 왠지 기분 좋은 소식일 것 같았다. 우체국 택배라는 걸 알 수 있어서 누군가 뭔가 보내줬을 거란 걸 예감했다.


요즘 여기저기서 뭘 많이 보내주셔서,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에 회사로 택배나 등기를 많이 받곤 한다.


문서수발실에서 고이 받아두신 택배를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 보낸 사람을 확인하니 기쁨이 찾아왔다.


제가 좋아하는 정연진 작가님!


브런치 글도 흥미롭게, 때로 감동적으로 읽고 있는 분인데, 지난 번에 책을 보내주시고, 다시 책을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진짜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


표지부터 느낌이 좋았다. 역시 ‘왓슨빌’ 부터 여러 곳에서 추천도서로도 선정될 정도로 글도 좋은 만큼 표지도 아름다웠다.


표지에 감동하고 한 장 넘겨 첫 페이지에 날짜와 내 이름 그리고 e mail을 적으려 했다.


오랜 습관으로, 명함을 받을 때 뒷면에 날짜와 특이사항을 적는 것과 비슷하다. e mail은 혹시 소중한 책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 써둔다. 물론, 중고로 판 적도 거의 없다. 좋은 책이라고 읽고 그대로 선물한 적은 있다.


그런데, 손 편지 마냥, 내 브런치의 ‘생각의 바다’도 언급해 주시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서라고 써주셨다. 서로의 글을 읽고 좋아하다 보면,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저도 존경합니다, 작가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문을 보려고 했는데, 처음엔 올해 3월에 나온 책이라 놀랐다. 따끈따끈한 신작이라 손이 데일 뻔. 앗뜨.

(죄송함다. 금욜이라 드립 이해 부탁)


그런데, 녹색 포스티 잇 비슷한 것이 있어서, 보시던 것을 이렇게 표시해 두셨나 아님 그냥 붙여두신 건가 했는데, 그만 발견하고 말았다.


내 필명을 서문에 언급해 두신 것!


헐헐헐. ‘생각의 바다’를 좋아하신다는 말씀은 이전에도 들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에 제 이름까지 언급해 주셔서 너무 황송할 따름이었다. 제가 뭐라고, 평범한 직장인을 이렇게 언급까지.


감동의 눈물이 쓰나미처럼 나올 뻔 했지만, 회사에서 나이 많은 아저씨가 자리에서 훌쩍 거리면 여러모로 모양 빠지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 겨우 참았다.


나중에 내 개인 에세이 집이나 소설책이 나오면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을 언급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았다.


연진 작가님은 일빠따로 예약해 두겠습니다!


책의 내용은 브런치에서 본 글도 있었고, 작가님의 잔잔하면서도 센스 있고 때로 감동적이며 생각하게 하는 글 그대로였다.


대체로 공감 가는 글이 많았다.


“아, 그때를 기록했어야 하는구나”

라는 글은 나도 평소에 많이 생각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메모를 많이 했고, ‘메모광’ 이라는 책도 좋아한다. 흰색 A4지에 마구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걸 좋아하는데, 쌓아 놓다가 정리할 때 보면 몇 박스 정도의 분량이라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휴대폰 메모장에도 몇 만 개의 메모가 적혀 있어, 검색 기능이 없으면 내가 써둔 글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초등학교 사진부 출신답게 휴대폰 속 사진도 10만 장이 넘는다. 256 기가를 거의 사진과 메모가 잡아먹고 있다. 반대로 앱이라곤 네이버와 카카오톡 그리고 회사에서 깔아라고 한 앱 몇 개가 고작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생활을 기록하려는 것“ 이라는 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글이라는 건 표현의 욕구도 있지만, 기록의 욕구도 큰 것 같다.


“윤동주를 생각했다”는 글을 읽으면서는 깜짝 놀랐다. 바로 얼마 전 8월 1일 나도 윤동주 님을 떠 올리고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마치 짠 것처럼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님과는 마음이 통한다.


묘하게 그날 당일에도 내가 좋아하는, 다른 작가님이 거의 비슷한 제목과 내용으로 글을 올리셔서 신기해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이 맛에 글 쓰고 읽으며 세상 살아가나.

작가가 되길 잘한 것 같다.


이래 저래 아름다운 금요일이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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