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책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공동 작가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100 미터 달리기를 하면 거의 꼴찌였습니다.
어머니가 타박을 많이 하셨지요.
10초 초반 대로 다다닥 뛰어야지,
너처럼 슬렁슬렁 여유 있게 뛰면 어떡하냐
는 말씀이셨어요.
사실 전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있었던 건데, 남들보다 못 뛰는 걸 어떡하나요. ㅎㅎ
남의 발 걸고, 뒤에서 잡으면서 순위 올리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다고 돈 버는 것도 아니고, 국가대표 육상 선수 되어서 금메달 노릴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거 못 한다고 밥 먹고 세상 사는 데에 큰 문제는 없겠다 싶었지요.
올림픽 100 미터 달리기 선수들이 10초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며 애시당초 단거리 달리기 잘 하겠다는 마음은 버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무슨 포기가 그렇게 빠르냐고.
맞습니다.
제 특기 중의 하나가 빠른 포기입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치우고, 저에게 맞는 걸 찾아갑니다.
요즘 경영에선 ‘fast fail' 이라고 말하더군요.
'agile' 하게 경영도 사업도 해야 한다면서요.
설명하면 복잡한데, 짧게 말하면 민첩하고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그런 조직과 운용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저는 저와 잘 맞는 걸 찾으면,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쭉 갑니다.
그래서 한 회사도 10년 넘게 오래 다니고,
여자친구도 보통 몇 년씩 만났지요.
월급 안 나온 적도 없고,
크게 싸운 일도 없고 그랬습니다.
단거리는 못했지만, 마라톤은 잘했습니다.
체육대회 때 반에서 역할을 나눠야 하는데, 저는 단거리는 너무 못해서 다들 하고 싶은 것 고르고 남은 마라톤을 하게 되었지요.
길게 오래, 고통스럽게 뛰는 걸 누가 좋아했겠습니까?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 할만 했습니다.
초반 스타트는 늦었지만, 꾸준히 오래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는 건 잘했던 거지요.
옆의 친구들은 뒤로 갈수록 헐떡거리며 쳐졌습니다. 회사에서 등산 동호회 총무인데, 산 탈 때 풀 장착하곤 온 친구가 츄리닝에 등산화만 신고 온 제 뒤에서 늘 헐떡거리며 잠시만 쉬어가자고 하는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체육대회에서 1등은 못하고, 2등인가 3등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다들 좋아하더군요. 버리는 카드였는데 높은 등수를 차지했으니까요. 나중엔 여자친구도 좋아하더군요. 이유는 ‘내 사랑 강남 싸가지’에서 확인해 주세요 ^^;
그 후로 틈날 때마다 뛰었고, 회사에 마라톤 동호회가 있길래 들어가서 5 킬로, 10킬로, half에 이어,
full 까지 뛰어 보았습니다.
기록은 당연히 3시간이 넘었지만, 같이 뛰신 분들이 sub 3 (full course를 3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 무지 힘들고 연습과 훈련도 해야 해서 별도의 상을 준다.) 에 도전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몇 번 해보니 그 길은 제 길이 아닌 것 같아 접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로 10 킬로 뛰고, 체력과 몸 상태가 좋으면 하프 정도 뛰는 게 저와 맞더군요.
남들이 좋다고, 잘한다고 치켜 세워줘도 저는 제 자신을 잘 알기에 잘 흔들리지 않고, 저에게 맞는 길을 갑니다.
공동작가 프로젝트는 브런치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처음 시작하며 출간의 기쁨을 맛보고, 재미있어 취미처럼 벌써 6번째 참여를 했습니다.
이제는 마치 친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름이 익숙해진 작가님들도 계시고, 페이지 숫자를 보니 제가 제일 길게 쓴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길게 쓴다고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겠지만 성실히 한 것은 맞습니다.
비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였는데,
저도 변해가네요.
막걸리의 아스파탐이 발암물질 2B 등급이라는 걸 알고부턴 이상하게 잘 안 땡기구요.
사실 전 느린 마늘 막걸리 무 아스파탐만 찾아 마셔서 별 상관은 없는데 말이죠.
대신에 ‘비와 글‘이 match 되면서,
‘베이글’에 필라델피아 치즈를 발라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합니다.
(역시 여름 장마철엔 핫초코.)
글을 쓰면서 말이죠.
커피 향이 좋네요.
제 글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이런 느낌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