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Aug 01. 2023

인생살이는 순탄하지 않은 것

8월의 첫날 시 한 편



7월까지 바쁜 일들을 끝내고 불러주시는 곳들을 다니느라 정신 없이 살았습니다.


한창 브런치에 불 타 올랐을 때는,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리곤 했지요.


읽고 쓰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번엔 이런 걸 써볼까,

이 분은 이런 걸 쓰셨는데 나도 이걸 쓰면 잘 쓸 수 있겠는걸 하고 계속 썼습니다.


평일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집에서도.


너무 많이 써둬서 하루에 2개를 올리고 싶기도 했지만, 너무 많이 올리면 실례일 수도 있겠다 싶어 참을 정도였지요.


1000개의 글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입니다.


그러다 몸에 무리도 오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지면서

바쁜 김에,


3-5 일 아니면 1주일 정도에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8월은 휴가 시즌이라 덜 바쁘긴 한데,

중요한 event에 초대 받아서 잘 해내야 할 것이 있고, 9월 이후엔 또 불러주는 곳이 있어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조회수가 백 단위 이상으로 계속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쁠 땐 일주일에 하나 글을 올리는데, 누가 이렇게 봐주시나 했지요.


그래서 훑어보니, 검색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 되고, 들어온 김에 여기 저기 둘러보시는 분도 계신 것 같았습니다.


맛집 이야기도 있고, 노래 이야기도 있으니 이래 저래 포털에서 검색하면 나오고 그래서인가 보다 싶었지요.




그런데, 한번은,


중간에 오타까지 써가며,


“인생살이는 순탄하지 않은 것”

이라고 검색하신 분이,


제 브런치에 들어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첨엔,


'참 별 걸 다 검색한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검색으로 제 브런치에 들어 오다니 어떤 연결관계가 있을까 싶었지요.


그래서, 가만히 제 브런치 이전 글들을 보니 쉽지 않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있었습니다.


주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과 사건 등을 썼는데,

그게 그렇게 연결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얼마나 인생이 힘들길래,

이런 내용으로 검색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게요.


다들 열심히 살아라고 난리고.

열심히 살아도 잘 안되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사건 사고도 있고.

5포 세대니, 부동산 값 폭등이니 힘든 인생을 대변하는 말이 참 많습니다.


회사에서도 한 어린 친구가 개명을 한 걸 보고, 왜 그랬냐고 물으니,

인생이 잘 안 풀려서 이름을 바꿔보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름이 문제가 아닌데.'


라고 말해주려다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에게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줬습니다.


윤동주 시인을 아느냐고 물으니 들어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역시 공부나 책과는 담 쌓고 살아온 것이 보였습니다.


가만히 보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거울 보고 치장하고,

향수 뿌려서 회사를 생화학 전쟁터로 만들며,

휴대폰 만지작 거리다가 그것도 지겨워지면,

회사 친구와 한참동안 차 마시며 수다 떨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회사 내에서 사원증을 대고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까페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니 월급에서 차감될 때, 한번은 80만원이 차감되어 가뜩이나 얼마 안되는 월급인데 라며 울쌍을 짓더군요.


그러면서,


“저는 계약직이라 어차피 얼마 다니지도 못하는걸요 뭐"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안타까웠구요.


개명한 것처럼 미신이나 무당, 점집은 좋아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은 대학 나온 안정적이면서 잘 생긴 남자 만나 결혼할 수 있는지,

용한 무당에게 가서 10만원 주고 점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요.


10만원 그냥 버렸구나.

싶었습니다.


그 돈으로 책이나 사보는 게 나았을텐데.


그래 뭐. 남자가 예쁜 여자 좋아하고, 예쁜 것은 경쟁력이라 결혼에 유리한 매력 point이긴 하지.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만만할까?


요즘같은 5포 시대에, 아무리 대기업 다녀도 월급이 빤한데 어마무시한 집값과 생활비 그리고

자녀를 낳았을 때 애 키우는 데에 들어가는 돈과 사교육비를 아는 남자 애들이,


나처럼 어렸을 때 그저 예쁘면 '헤~'하는 친구들이 많을까?


겉만 꾸미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신세한탄 하면서 점집 가서 헛돈 쓰느니,

나이도 어리니 그 돈으로 자신에게 투자를 해서 공부를 하던지 뭐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습니다.

말은 줄이는 것이 좋으니까요.

꼰대 되기도 싫구요 ㅎㅎ


그 친구를 보고, 혹시 나도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안주하며 불평만하고 있고 성장이나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굳이 '인생살이는 순탄하지 않는 것'이라고 검색해서 제 브런치에 들어온 분을 보고,


동시에 과거와 현재의 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아래 시를 남깁니다.


모두 각자의 삶이 있을테니까요.


어떻게 살아라, 인생은 원래 이런거다 라고 말하기 보다,

깨닫는다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 8월의 첫날에 그러고 싶습니다.


다만 한가지.


현실이 어려우면 사람들은 의지할 사람이나 대상을

찾기도 합니다.


나를 대신해서 모든 걸 다 해주고, 이 힘든 세상에서 날 챙겨줄 사람이나 어떤 존재.


안타깝지만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 인생 모든 것을 책임져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부모님 정도인데 과연 부모가 모든 것을 챙겨주기가 쉬울까요? 자녀 교육의 목적은 스스로 독립해서 살게 하는 것이고, 다 챙겨줬을 때 마마보이나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이 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길게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보통 부모님이 먼저 가시니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부모가 부자라도 스스로 자신을 바로잡지 못하면 도박이나 마약에 빠지는 등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서 남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 자칫 사기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선의로 나를 잘 챙겨주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목적을 갖고 호의를 베풀며 접근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사기 사건과 신도가 10만명이 넘는다는 사이비 교주들의 이야기가 증거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지금 나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것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더 큰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호의를 받았는데,


“난 너한테 그렇게 해줬는데,

넌 나한테 왜 그래?

나한테 해준 게 뭐야?“


라고,

나중에 더 큰 무언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요.


한정된 자원과 땅 그리고 돈

경쟁과 이해관계 그리고 욕심과 권력관계

희로애락과 생로병사

오해 갈등 분쟁 등등


그 당연한 것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며 성실히 노력하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에서 삶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루하루 살다 보면, 인생이 하나하나 풀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스스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삶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있는 것 내에서 검소하게 쓰고, 없으면 안 쓰면 남에게 손 벌리는 인생을 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 진정한 친구, 인생의 조력자가 함께할거라 봅니다.


순탄한 8월이 되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육첩방)은 남의 나라.


詩人(시인)이란 슬픈 天命(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詩(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大學(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敎授(교수)의 講義(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沈澱(침전)하는 것일까?


人生(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時代(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慰安(위안)으로 잡는 最初(최초)의 握手(악수).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휴가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