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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Nov 09. 2022

우승은 SSG

MVP는 김강민 - 2022 한국시리즈

이변은 없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악전고투를 펼치고 올라온 키움은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투수들이 부상을 당하고 구위도 떨어지고 수비 집중력도 낮아져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규리그 1위와 3위의 실력차도 있겠지만, 계속 이어진 많은 게임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수비 집중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본다.


기대감을 갖게 한 때도 있었다.


3회 임지열이 2점 홈런을 때려내며, ‘오, 이길 수도 있겠는데 ‘라는 희망을 잠시 품게 했다. SSG에 김강민이 있다면, 키움에는 임지열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도 대타로 나와 홈런을 때려내며 깊은 인상을 심어줬고 키움이 이겼다면 MVP 후보로 임지열이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열정에 비해, 수비 실력과 집중력에서 아쉬움을 보여줬던 키움이 실책으로 거의 자멸했다. 3회 김휘집과 전병우의 실책 그리고 6회 김태진의 수비 실책과 포수 실책까지.


이 정도 되면 이것은 단순 실수라기보다 실력이라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눈빛에 잘해보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기량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들이긴 하지만, 사실 진정한 실력은 큰 경기, 위기 때, 살얼음판 승부일 때 나온다.


열심히 하고, 수비할 때도 긴장감을 덜어내고 여유를 갖고 하려는 모습은 좋았으나, 진정한 여유는 훈련과 실력 그리고 쌓인 실전 경험에서 나온다고 본다. 여유 있어 보이려고 애써 그런 척하는 것과는 다르다.


인기 팀이고 실력 있는 선수들도 많았지만, 매년 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팀을 맡은 왕년의 1위 팀 감독들이 잦은 수비 실책, 기본을 못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 쉬고, 고개를 푹 떨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솔직히 자신이 지도했던 팀들에 비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런 걸 실수를 하나. 프로라는 X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실수를 줄이는 훈련을 통해 그 팀이 몰라보게 변했던 기억이 있다.


키움은 지금도 대단한 팀이지만, 수비 실력과 집중력을 한층 더 높이고 마무리의 무게감까지 더 높여 한 단계 더 도약했으면 좋겠다.




이정후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6회 솔로홈런을 날리며 리드를 가져왔다. 하지만, 8회 아웃으로 물러나고, SSG 김택형 투수가 포효할 때 승부는 갈렸다고 본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도 대단했지만, 사실 나는 이정후가 이번에 치고 도루하고 연타석 홈런을 때리는 모습을 기대했다. 팀이 실책을 해서 점수를 내주고 안타를 치건 말건, 그야말로 혼자 다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강팀이 한물가고 이제 사람이 없어. 한 사람으로는 안돼. 할 때 정말 미친듯한 활약으로 팀을 우승시켰던 그분처럼.


아직 젊은 이 대단한 선수가 너무나 어려운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지 못한 데에는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하고 홈런을 때려내도 실책으로 자꾸 무너지고 과욕으로 실수하는 후배 동료들을 보면서 아 안 되는 건가 하는 마음이 표는 내지 않지만 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그렇다면 진정한 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본다. 진짜 에이스는 다들 잘할 때 같이 잘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보다, 팀이 실수하고 위기일 때 아랑곳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믿기지 않는 실력과 결과를 보이며 상황을 극복하고 팀원들이 믿고 따라와서 위기를 넘고 멋진 결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9회를 앞두고 몸을 푸는 김광현을 보고, 아 이제 끝나겠구나 싶었다.

SSG 김원형 감독이 다음 경기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오늘로 끝을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평상시처럼 마무리 투수를 투입할 만도 한데, 특급 선발이자 5차전에서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여줘서 팀은 이겼지만 아쉬움이 남아 벼르고 있는 김광현을 투입한 것이다.


결국 9회 박종훈이 외국인 용병 거포 푸이그를 잡고, 김광현이 두 명의 타자를 처리하며 SSG 선수들이 기쁨의 포효와 눈물을 보이며 뛰어나와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2022년 한국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 안타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를 폴짝 뛰어 잡아내던 1루수 오태곤의 수비 그리고 박성한 등이 보여준 믿을 수 없는 수비 실력과 집중력이, 키움의 기본적인 상황에서의 실수와 대비되며 승패의 마침표를 찍었다.


나이 40에 한국 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룬 추신수와 김강민. 대타 홈런으로 시리즈 MVP로 선정된 김강민과 팀의 톱 (top) 타자로써 활약은 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다소 미진했더라도 동료들을 믿고 끝까지 열심히 한 추신수. 눈물의 의미는 달랐더라도 한 팀으로써 함께 고생한 두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년에도 멋지고 감동적인 모습을 기대합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키라키드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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