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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말레이시아 전을 live로 보고 재미있어서 오랜만에 스포츠 경기 review를 남겼습니다.
신기한 3-3의 난타전을 보며 느낀 감정과 속마음이 통했는지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 같습니다.
(물론, 어디에 올라가서 그런 것이겠지만요 ㅎㅎ)
솔직히 말레이시아 전은 관심이 없었지만, 보다 보니 재미있어서 글까지 남겼는데, 사우디전도 그렇게 관심은 없었습니다. 더욱이, 경기가 우리 시간으로 새벽 한 시!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쥐약 같은 시간대지요. 밤에 축구 보겠다고 다음 날 오전반차 쓸 짬밥의 어린 시절은 어느새 지나버려, 보다 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뷰도 안 적으려다, 말레이시아 전 글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사우디 전 리뷰도 기대한다는 말씀을 주셔서 이렇게 적어 봅니다. ^^ 천세곡 작가님 파이팅!
3시 전에 끝나겠지.
이번엔 그렇게 고생 안 하고 쉽게 이기겠지.
역시나 (경기도) 오산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경기는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가버렸지요.
헐헐헐
안 그래도 미세먼지에, 감기가 유행이라 옮은 것 같아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전과 마찬가지로,
사우디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연장전에 들어갈 때는,
자칫 체력 떨어진 상태로 방심하다 한 골 먹으면 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연예인 걱정과 재벌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뭔소리냐구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시면 압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선수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지요.
저질 체력의 나약한 직장인 아저씨인 저는,
회사 체육대회 때 공을 차고 나면 일주일은 거의 앓아 눕습니다. 허리를 부여잡고 낑낑 거리며 출근하다 보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건지, 아프려고 뛰러다닌건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평생 운동하고 훈련하며 국가 대표까지 하는 젊은 친구들은 달랐지요.
승부차기에 들어갈 땐,
솔직히 이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는 손흥민도, 황희찬도, 이강인도 아닌,
골키퍼 조현우 때문이었지요.
먼저, 우리의 조규성 이야기부터 해야겠지요?
이 친구가 없었다면 승부차기도 가지 못했을 거니까요.
전반전은 예상대로 수비 전으로 갔습니다.
침대 축구처럼 드러눕지는 않았지만, 기본 축이 수비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사우디는 지난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수비 축구를 기본으로 결국 우승컵을 차지한 그들을 무릎 꿇린 경험이 있지요.
우리와 평가전을 하며 우리 프리미어 리그 공격진의 매운 맛을 아는지라 더 그랬을 겁니다.
또한, 지면 뒤가 없는 토너먼트에,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이탈리아의 가데나치오 축구 스타일이 만차니 감독에 의해 접목되며 그런 경향이 강했습니다.
사실 축구는 말레이시아 전처럼 난타전이 재미있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골이 팡팡 터져야 보는 맛이 있지요. 골키퍼와 수비진들에겐 미안하지만요.
야구도 투수전으로 1점 차 승부도 손에 땀을 쥐게 해서 재미있긴 하지만, 홈런이 팡팡 터지고 난타전이 나서 역전에 재역전을 해야 재미가 있습니다. 투수들이 강판 당하는 걸 보면 안타깝긴 하지만,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지요.
와, 저 잘하는 친구가 저렇게 홈런을 맞고 강판 당하는구나.
방심, 훈련 부족, 수비 실수 또는 운 까지.
인생을 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골이 안 나며 긴장감이 높은 경기는, 밤 늦은 시간에 보면 꿈뻑꿈뻑 졸게 만듭니다. 꿈속에선 제가 손흥민보다 잘 뜁니다. 마치 사단장이 된양 사우디 선수 모두를 제치고 기다리던 골을 터트립니다.
현실에서 제 ‘연’봉은, 손흥민의 ‘주’급의 (한화 약 3.3억원) 1/3도 안되지만요. 크흑
그래도 경기가 진행되며 몸이 풀리고 양 팀의 공격성이 나오며 좋은 장면들이 나오기도 했지요. 사우디도 날카로운 모습을 한 번씩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뭔가 될 듯 말 듯 하다가 전반전이 종료되고 휴식 시간에 광고를 보다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이기겠지.
하는 마음보다 하루 종일 시달린 피로가 몰려온 것이었지요.
우와~~~
하는
TV 속 함성에 깼습니다.
헐
후반 시작 얼마 안 되었는데,
사우디에게 골을 허용합니다.
축구에서 시작하고 10분과 끝나기 전 10분을 가장 조심하라고 하지요.
천천히 시작하자.
우리가 지겠어?
이런 방심이 일격을 허용합니다.
잠이 확 깨더군요.
다시 보니 김민재 등 우리 수비수들이,
X 됐다. 놓쳤다.
는 표정으로 상대 공격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안타까웠지요.
클린스만 감독은 황희찬을 투입하는 등 선수 교체를 통해 반전을 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골은 터지지 않는 상황.
후반 65분 미드필더 이재성을 빼고,
공격수 조규성을 투입합니다.
뒤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요.
전에 토너먼트에서 지고 있을 때 공격수 5명을 투입한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절박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조규성을 투입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부 팬들이 이번 대회에서 플라잉 똥볼을 차는 등 부진하고 있는 그를 보고,
“예능 그만 찍고, 연예인 병 어지간히하고,
축구 열심히 해라.“
는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했지요.
저도 월드컵 때처럼 K 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몸 사리지 않고, 죽어라 뛰었던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고,
월드컵에서 득점했다고 아시안 컵은 쉽게 보는 건지, 이제 좀 떴다고 겉멋 들고 몸 사리는 건지, 적극성과 정확도가 아쉬워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조별 리그 3경기에 출전해서 무득점에 그쳤지요.
아마 클린스만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몸이 올라와 있고, 투지가 있다고 생각했었더라면 더 일찍 그를 투입했겠지요.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가장 체력이 많은 사람은 그였기에, 그의 의지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황희찬과 조규성은 열심히 뛰었습니다.
질 것 같으면 공격 가담을 높이는 김민재도 적극적로 달려들었지요.
사우디에 가로막혀 아시안 컵 16강에서 좌절
이라니요.
추가 시간으로 들어갔을 때,
선수들의 머릿 속에 이런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경기를 보던 어떤 스포츠 신문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 이미 이렇게 기사 제목을 뽑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드컵 16강에서 좌절도 아쉬운데,
역대 최강 전력으로 아시안 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있을 수 없는 결과였지요.
사우디의 경고.
마치 경마 경기처럼 마지막으로 향해가자 경기는 거칠어 졌습니다.
이대로 경기를 끝내려는 사우디와
어떻게든 골을 넣어 연장으로 끌고 가려는 우리 대한민국.
후반 시작 10분은 우리가 방심하고 전열을 갖추지 못하고 당했다면,
추가 시간 10분은 우리의 집념과
사우디의 ‘이제 곧 끝‘ 이라는 찰나의 방심이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조규성 골
1-1 동점
연장전에서도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은 우리가 더 기세를 타고 있는 형국이었지요.
사우디 선수들은 자국 프로 리그에서 거의 뛴다고 하지요. 날강두나 벤제마 케이스만 그렇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우디 현지 친구들도 큰 연봉을 준다고 합니다. 역시 오일 달러의 나라.
사우디 oil & gas 회사 아람코가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를 항상 차지하고, 우리나라로 치면 과장급인
manager 연봉이 3억이라고 하던데, 많은 돈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프로 축구 선수들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분들도 사우디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더운 나라에서 살면 늘어지기 쉽상이고,
돈을 너무 많이 받아서 긴장감이 다소 낮은지,
제 눈에는 연장전에서 사우디 선수들의 날 선 모습은 많이 무뎌져 보였습니다.
그것은 단지 연장전까지 뛰느라 힘들어서 라기보다,
위에서 말씀 드린,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정신 무장’이 풀어진 ‘해이’
거기다, 다 잡은 경기를 종료 직전에 골을 먹고, 다시
연장전을 뛰어야 하는 힘 풀림 때문이었을 겁니다.
사우디 친구들을 지휘하며 그런 성향을 알았는지, 체력이 빠진 걸 메워주려고 했는지,
만치니 감독은 연장전에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합니다.
430 억을 받으면서 마지막까지 승부를 포기할 수 없었겠지요. 독일 감독의 한국을 이탈리아 감독의 사우디가 이기겠다는 자존심 싸움도 엿보였지요.
결국, 연장전이 끝나고 운명의 승부차기에 들어갑니다.
2002 월드컵 당시 8강에서 스페인과의 긴장된 경기와 승부차기가 생각나더군요.
사우디와 아시안 컵 16강에서 비슷한 긴장감을 느낄 줄이야!
제발 8강 호주 전부터는 좀 더 편안하게 갔으면 합니다. 새벽에 잠 못 자고 맘 졸이면 다음 날 힘들어욧!
2002 월드컵에서 멋진 선방을 보여줬던 이운재가 있었다면, 2024에는 조현우가 있었습니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이번 대회 우리 대표팀 골문을 지키고 있지요.
사실 검은 피부에, 날카로운 눈매로 딱 봐도 운동 잘하게 생긴 김승규보다, 조현우가 축구 팬들에겐 더 유명했습니다.
K 리그 최강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 현대에 있지만, 그 전에 대구 FC 시절에도 선방 쇼로 유명했습니다. 아무래도 대구 FC가 최상위 팀이라기 보다 다소 약한 팀이니 공격을 많이 받을 것이고, 자연스레 수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9시 뉴스를 보면, 스포츠 뉴스와 날씨까지 꼭 다 보는 저에게, 스포츠 뉴스에서 그의 선방쇼가 종종 나오곤 했었지요.
지금은 30대가 되어 왕년의 순발력은 아니지만, 선방쇼의 감각이 어디 가겠습니까?
승부차기에 안정되고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이기겠다는 감이 왔습니다.
사우디 1, 2번 킥커 성공
우리의 손흥민 성공
K 리그 MVP 김영권 성공
여기까진 그대로 갔습니다.
다음 사우디 3번 킥커
조현우에게 방향을 읽히고 맙니다.
손흥민처럼 빠르게 구석으로 꽂혔으면 방향을 예측해도 못 막았을 텐데, 가운데로 쏠리고 말았지요.
다음 우리 킥커는,
이 날의 히어로 조규성
침착하게 골을 기록하며,
3-2 로 앞서 나갑니다.
사우디의 4번 킥커
감 잡은 조현우에게 다시 막힙니다.
승부차기는 심리전이라 그런지,
원래 킥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인데도,
이렇게 곧잘 막히거나,
최고의 선수가 부담감으로 골대 위로 날려 버리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말총머리 스타 로베르토 바조가 대표적인 예지요. 현역 시절 그 잘 나가던 만치니 감독보다 더 유명했던 이탈리아 축구의 얼굴이었습니다.)
승부를 직감했는지 만치니 감독은 경기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락커룸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순간 락커룸에 꿀단지를 숨겨 놨나? 긴장 타서 당 떨어져서 저렇게 경기도 다 안 끝났는데 서둘러 가나 싶었습니다. ^^;
누가 봐도 거의 끝난 걸 알겠고,
관중들은 사람들이 몰려 나오는 걸 피하기 위해 미리 나올 수 있지만,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책임있는 감독이 할 행동은 아니었지요. 일말의 희망이 있으면 자신과 함께 한 선수들을 끝까지 믿고 해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결국 거센 비판을 받습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앞 선수가 실패하고, 이번에 자신까지 실패하면 거의 진다 라는 생각이 들면,
이상한 곳으로 차버리거나,
안정적으로 찬다고 막히기 좋게 차버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실수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그만큼 큰 것이지요.
반면에, 골키퍼는,
원래 골 먹는 게 정상인데,
운 좋게 (?) 막아내면 영웅이 됩니다.
이미 하나 막았으면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몸이 더 풀려서 잘 막아내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런데, 골키퍼는 악 조건에서도 연거푸 선방 쇼를 보여주는 조현우라면?
같은 편이라 이기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나름 선수와 상황 분석을 해본 결과였지요.
마지막 울버햄튼의 황소 황희찬.
대담한 표정으로 골망을 가릅니다.
4-2
대한민국 승리.
그렇게 우리는 그 대단한 연봉의 만치니 감독과 사우디 친구들을 집으로 보내고, 8강으로 올라가 호주와 만납니다. 그나마 주말이라 보는 데에 덜 무리겠네요 ㅎㅎ
우리 목표가 8강은 아니지요?
일본을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여정 잘 지켜보겠습니다. ^^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2월은 시작과 함께 설 명절 연휴가 있어 좋습니다.
새해를 좋은 일로 시작하신 분도 계실 것이고,
별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새해를 맞이하고 계신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어떻게 아냐구요?
그야 인생은 원래 좋은 날, 나쁜 날이 있게 마련이고,
물가 상승률, 대출 총액과 늘어난 이자 부담 등 여러 숫자들로 세상을 읽을 수 있거든요. 아마 맘에 안 드는 연봉, 회사에서 잘릴 걱정, 장사를 접어야 하나, 빚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 걱정하는 이 땅의 직장인 중 한 명이라 그렇습니다.
축구를 보며 힘든 일상을 잠시 잊고,
험난한 세상에서 이겨낼 힘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거든요.
대한민국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승리한 것처럼,
여러분 인생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