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말레이시아 3-3 무승부
축구 아시안 컵이 한창입니다.
월드컵만큼 인기가 있진 않지만,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국제 대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낼 것인지 축구팬들은 궁금했지요.
우리나라가 아시안 컵 우승을 2회 했는데, 그것이 1960년이라,
이번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리 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출신 토트넘의 손흥민과,
역시 프리미어 리그에서 잘 나가는 울버햄튼의 황희찬.
이태리 세리에 A 최고 수비수 출신인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U 20 준우승과 MVP 출신으로, 지금은 음바페와 같이 뛰고 있는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
이들로 대표되고,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과 지난 아시안 게임 득점왕 정우영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지요.
많은 광고에도 나올 정도로 높은, 선수들의 인기 덕분에 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히지만, 우리 대표팀은,
1차전 바레인에게 3-1로 승리하긴 했지만 실점했고,
2차전 요르단과 2-2로 비기며,
멋진 모습과 함께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요.
마지막 3차전에서 만난 말레이시아는,
피파랭킹 130위로,
1차전 요르단에게 4-0으로 패하고,
2차전 바레인에게 1-0으로 패하며,
승리도, 득점도 없어서,
한국인 김판곤 감독님이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지요.
아시안 컵 예선은 솔직히 그리 재미있지도 않고, 한일전이나 결승전 정도나 챙겨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TV를 보며 채널을 돌리다 보니 우연히 경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지요. 스포츠 매거진까지 만든 이상 작가가 말이지요.
전반전 정우영의 헤딩골로 1-0 으로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이었던 분도 어쩔 수 없구나. 우리에게 크게 깨지고 3전 전패하고 돌아가서 자칫 감독에서 잘릴 수도 있겠다는, 쓸데 없는 걱정을 했습니다.
다른 채널이 별로 볼 게 없어서, 조금 볼까 하고 지켜 보는데, 경기 흐름이 예상과 다소 달랐지요.
손흥민, 이강인, 조규성이 다 나온 걸 보고,
16강 진출은 거의 결정된 것 같은데 굳이 다 나올 필요가 있나. 조금 쉬게 해 주고 경고가 있으니 카드 관리 좀 해주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반에만 3골 이상 넣으려나
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말레이시아를 압도하지 못했고, 뭔가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그 잘하는 공격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전반전이 1-0 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기고 있는데도 선수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았지요.
뭔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경기를 보는 관중보다, 직접 뛰고 부딪히는 선수들이 더 잘 느끼고 있을 거니까요.
후반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돌리다 뺏기고,
우왕좌왕 하다 일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선수가 공을 뺏길 때 말레이시아 선수가 반칙을 한 것 아닌지 VAR 까지 check 했지만, 골로 선언되었지요. 심판은 확실히 우리 편은 아니었습니다.
1-1로 승부가 원점이 되었을 때도,
‘헛, 이거 뭐지?’
정도의 생각이었고,
‘1, 2 차전 한 골도 못 넣은 약체팀에게 골 먹은 게 조금 그렇다. 우리 강력한 공격진이 다시 리드하게 만들겠지.‘
라는 기대였습니다.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1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또 다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PK까지 내주고 말았고, 말레이시아 선수는 침착하게 PK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62분 2-1 말레이시아 리드
‘어어, 이거 잘못하면 큰 일 나겠는데.‘
말레이시아에게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지요.
우리나라 팀과 선수들을 너무 잘 알고, 그에 대해 철저히 준비한 김판곤 감독의 전술과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과감한 플레이가 맞아 떨어지며 시간은 계속 흘러갔습니다.
누군가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
이강인이 상대 선수의 거친 파울을 당했습니다.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드리블과 축구를 너무 잘하니까 뺏지는 못하니 그냥 몸으로 밀어 붙이는 모습이었지요. 안타까웠지만, 우리의 이강인은 실려 나가지 않고 프리킥을 찼습니다. 전에 이강인이 뛴 걸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저렇게 뛰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뛰더군요. 최고 레벨이 되려면 어떤 노력과 자세가 필요한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었지요.
유럽에서 활약하며, next 손흥민이라 불리는 그의 킥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정교하게 골문 상단 구석으로 찼고, 골키퍼가 겨우 막는
듯 했지만 골이 되었지요.
83분 2-2 동점
후반 종료를 7분 남기고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었고, 사기가 오른 우리 대표 팀은 후반 교체된 황희찬과
셀틱의 오현규가 파상 공세를 펼칩니다.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무승부로 끝나나 싶었지요.
그런데, 추가시간을 10분 넘게 줘서, 그 시간이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돌파와 문전 쇄도를 하다, 오현규가 반칙을 당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거친 반칙을 당할 때 옐로 카드가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심판의 편파 판정을 의심했지만 다행히 이것이 반칙으로 인정되며 PK 기회를 얻었습니다.
킥커는 우리의 손흥민.
이 경기가 이럴 게 아닌데,
긴장감이 몰려왔습니다.
이기려면 이걸 무조건 넣어야지
이런 기회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지요.
역시 캡틴 손흥민
침착하게 PK 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90+4 분 3-2 대한민국 리드
아, 이제 됐다.
이대로 잘 지키고 마무리하면 되겠구나
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상대를 몰아 붙이고, 열심히 뛰었지요. 마치 한 골을 더 넣어 4-2로 만들 것처럼 말입니다.
지나 놓고 보니, 전술상 지키기로 공을 돌려 상대가 힘 빠지게 만들고 가야 했던 것 같습니다.
약간의 방심을 틈 타 말레이시아는 끝까지 달려들어 기어코 동점을 기록하고 맙니다.
90+15 분 3-3 동점
뭔가에 홀린 듯 허탈해 하는 우리 선수들.
환호하는 말레이시아 선수들과 감독, 코칭 스태프 그리고 관객들.
저도 역대급으로 신기한 경기를 보는 기분이었지요.
조별 리그 결과는 1승 2무로 조 2위.
바레인이 2승 1패로 조 1위.
당연히 3전 전승을 예상했던 우리가 이런 당황스런 성적표를 들게 될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상대를 얕잡아 본 방심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대는 우리를 어떻게든 이겨 보겠다고, 쉽게 지지 않겠다며 우리 선수들 개개인까지 철저히 분석하고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말이지요.
꺾이지 않는 마음이 꼭 우리 것만은 아니었고, 이렇게 우리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 관중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월드컵에서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진출했을 때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일본과의 16강전이 예상되었으나,
결과는 바레인이 일본과 16강전에서 만나고,
우리는 사우디와 결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사우디는 아시는 대로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를 조별 리그에서 이기며 그 메시를 넋이 나가게 만든 팀이지요.
지금은 이탈리아 레전드 출신 만치니 (Mancini)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 세리에 A 삼프도리아의 신이라 불리고, 대표팀에선 로베르토 바조와 양대 산맥이었지요. 감독으로는 이탈리아를 유로 2020 우승 시키고, 맨체스터 시티를 맡았던 걸로 유명했던 바로 그 사람. 현재 연봉은 430억원!
마음을 다잡고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자칫 또 말려서 16강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에게 일격을 당해 패하고 각성하고 정신 차려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결승에서 프랑스를 누르고 우승했지요. 우리도 이번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를 계기로 거듭나야 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기를 라이브로, 손에 땀을 쥐며 본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래서, 인생은 예측불허인가 봅니다. ^^;
늘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