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이 (Jurgen Klinsmann) 우리 대한민국의 새 축구 국가 대표 감독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우와.
처음 듣자마자 설렘이 찾아왔습니다.
클린스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는 레전드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나 아르헨티나 메시가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이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독일의 레전드는 베켄바우어나, 게르트 뮬러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저는 그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클린스만 이 분이 뛰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그 유명한 마테우스와 함께요.
그땐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4강이 기본을 구축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즉, 월드컵 우승은 어차피 이 4개국이 거의 돌아가며 했었죠.
클린스만은 독일의 1990년 월드컵 우승 주역입니다. (94 월드컵 우승은 브라질이었죠.) 비어호프 등과 유로 96 우승도 쟁취했구요. 팀 성적도 엄청나지만, 개인적으로도 대단한 커리어를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 3가지입니다.
1995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선수
1994 독일 최우수 선수
1988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이 사람이 감독이 아니라 우리나라 축구 국대 공격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 지경이죠.
저에게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베르캄프와 함께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도자로서도 괜찮은 기록을 써왔습니다.
대표적으로 2006 월드컵에서 자신의 후계자라 볼 수 있는 독일의 공격수 클로제와 함께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을 거두었죠.
미국 대표팀 감독도 지냈는데요. 국가 네임 밸류에 비해 약팀으로 불리던 미국이 2013년에는 북중미 컵 우승을 따내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16강 진출하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의 감동적인 16강행을 이끌었던 벤투 감독과 비교해 볼까요?
선수 시절을 비교해 보면 사실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벤투 감독도 포르투갈 대표팀으로 잘 하셨지만, 호날두 급으로 볼 클린스만의 레전드급 활약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굳이 노쇼에다, 소속팀에서 출전시켜주지 않는다고 난리 치는 호날두와 비교한다면, 클린스만은 인품도 훌륭해서 주변 동료들이나 팬들도 좋아했다고 하네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손흥민처럼 말입니다. 축구 스타여서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중고차를 몰고 연습장에 오며 검소한 모습도 보였다고 합니다.
벤투 감독의 build up 전술은 계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축구 기본 전략이 확실치 않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축구선수로서 훌륭한 기량을 뽐내 레전드로 남아있는 차범근 전 감독님. 안타깝지만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아쉬움을 남겼죠. 그 차범근 감독님을 98년도에 5-0으로 완파해서 감독에서 퇴진시킨 사람이 히딩크 감독님이시죠. 그 경기가 우리와 깊은 인연이 되기도 했구요.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 감독님은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한 것 같고, 오히려 지도자로서 적합한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는 참 훌륭했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히딩크 감독님이 우리나라 국가 대표 감독직을 수락하셨을 때, 일부에선 ‘그 사람이 왜?‘ 라며 의아해 할 정도라고 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히딩크 감독님은 한국 부임 전 이미 네덜란드 PSV에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해보셨죠.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기도 하고, 98년 월드컵 때는 네덜란드의 슈퍼스타들을 이끌고 4강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월드컵 이후에도 여러 팀을 지휘했는데 EPL의 첼시가 대표적인 경우죠.
특히, 선수들의 정신력과 기본기 그리고 체력 강화 면에선 정말 타의추종을 불허했죠. 뒷심이 부족해서 골을 먹던 우리 국대에는 정말 필요했던 분이었습니다. 이 분이 훈련해서 이제 너희들은 유럽 유수의 팀의 체력을 가졌다고 말했을 때, 선수들 모두 지옥 같은 체력 훈련에 정말 그럴 것 같았다고 회고하곤 하죠.
프랑스, 잉글랜드와 평가전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났고,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이기며 입증되었죠. 루이스 피구 같은 전설의 선수들이 송종국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고, 그를 포함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선수까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달렸고 월드컵 4강 이후 모두 유럽으로 진출했습니다.
(네덜란드 팀을 이끌 당시에는 그 멤버로 4강 밖에 달성하지 못하느냐. 월드컵에선 우승은 못하고 4강이 한계라는 비판을 받았죠. 베르캄프, 다비즈, 오베르마스, 수비 스탐, 골키퍼 반 데르 사르 등 포지션마다 대단한 선수들이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을 4강으로 이끌고 신화를 써서, 대단하다고 아직까지 존경받는 걸 보면 참. 강팀을 이끌면 이끄는 대로, 약팀을 이끌면 이끄는 대로 장단이 다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님도 그렇게 기본에 충실하고, 약점으로 거론되는 자신만의 전술을 완성시키고, 잘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강점이라고 불리는 인간미를 통해 선수들이 감독님을 존경하고 따르고, 화합해서 하나의 팀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했으면 좋겠네요.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차두리 님이 함께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님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레전드이셨고, 본인도 독일에서 뛰기도 해서, 친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차두리 님은 FC 서울 유스디렉터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잘하던 국대 선수들이 은퇴 후 코치, 감독이나 해설위원 혹은 협회 행정가의 역할을 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몇 가지 논란이 있긴 한데요.
국내 상주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협회가 제시한 다른 계약 조건을 수용하며 같이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 분도 우리 MZ 세대만큼이나 재택근무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세대시네요 ㅎㅎ
자기 나라, 고향이 살기 좋겠죠. 가족, 친지, 친구 그리고 익숙한 환경과 먹거리. 그래도 고액 연봉도 받으시고 한국 국대 육성 뿐만 아니라 K 리그와 유스까지 성장시키려면 한국에 와 계신 것이 맞죠.
벤투 감독님이 일산 쪽에 사시면서 많이 출몰하시고 주민들과 사진도 찍어주시곤 했다는데, 더 인기가 많으실 것이니, 한국 팬들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선임 과정에서도 충분한 토론 없이, 거의 통보식으로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위원장이,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과 일을 처리해서, 전력강화위원들이 반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쉽게 말하면 위에서 낙점해서 내리 꽂았다는 말이겠죠.
또한, 앞서 말씀드린 감독으로서의 커리어가 조금 부족하고, 2019년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을 끝으로 감독직을 수행하지 않은 점이 약점으로 꼽히는데요.
후보군으로 거론된 호세 보르달라스 전 스페인 라 리가 발렌시아 감독과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 전 브라질 감독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계약서에 사인은 되었고,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는다고 하고, 계약기간은 총 3.5 년이라고 합니다.
내년 카타르 아시안컵 무대가 중간고사가 되겠네요.
(허허, 작년에 카타르 월드컵이었는데, 카타르는 경기장 지어 놓은 것 속된 말로 뽕을 빼네요 ㅎ)
잘하셔서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우리 대표팀이 아시안컵 우승과 월드컵 4강 이상의 신화를 써서 성적으로 보답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축구 이야기가 더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2022 월드컵 이야기를 봐주세요^^
고맙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yworldcu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