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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14. 2024

장송을 만난 조조와 유비


명절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오랜만에 다시 일을 하시니 재충전도 되고 할 만 하신지요?


혹시 저처럼 간만에 일을 하려니 힘드신 분들이 계실까 싶어, 간만에 재미있는 삼국지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편하게 봐주시고, 좋은 한 주 되셨으면 합니다.


장송은 익주 (서촉)을 통치하고 있던 유장의 부하였습니다.

 

익주는 제갈공명이 말한 천하삼분지계의 대상이 되는 곳이었지요. 지금의 쓰촨성 (사천) 일대입니다.

 

때는 적벽대전 후 유비가 형주를 차지하고, 손권이 형주를 반환하라는 요구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조조는 마초를 격파하고 한중을 넘보고 있었지요. 물론, 유비와 손권을 제대로 손 봐주고 천하를 제패하려고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한중 지역은 장로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나라 조정에서 파견 보낸 사람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세력을 유지하던 사람이었지요. 쇠약한 한 나라 조정에서 이를 정벌하지 못하고 한중을 다스릴 권한을 주고 대신 조공을 바치도록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장로는 황건적 장량과 비슷한 느낌으로 혼란의 시기에 ‘도를 아십니까?’ 처럼 도를 가르쳐주며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화했습니다.

 

조조가 마초를 평정하고 한중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코 앞까지 다가오자 장로는 앞으로가 걱정되었지요. 그래서, 이 참에 ‘왕’이 되어 세력을 규합하고 대적하려 했는데, 부하인 염포가 한술 더 떠서 익주를 손에 넣고 ‘왕’이 되자며 비행기를 태웁니다. 장로는 크게 기뻐하며 동생인 장위와 의논해서 서천을 공격할 군사를 일으키게 되지요.

 

이제 유장 측에서 대비를 할 차례지요.

 

사실 서촉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꽤 많았습니다. 나중에 유비가 촉나라를 세우고 인재를 등용한 것을 보면, 문무 자원들이 참 많았지요. 방통처럼 외모는 못 생겼지만 맹덕신서를 한번 보고 외워서 위나라의 양수를 놀라게 한 장송도 있었고, 법정과 같은 문사도 있었으며, 방통을 죽인 장임이나 장비와 맞선 엄안 등 좋은 장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이끌 유장이 변변치 않았지요. 개인적으로 유장은 유비의 아들 유선 (어릴 때 아두로 불린 인물)과 비슷하게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느껴집니다.

 

장로의 공격에 대비하여 유장은 자체적으로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외부의 손을 빌리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서 군사를 일으켜 자신을 도와주는데 당연히 요구하는 것이 있을 텐데도 당장의 위험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됩니다. 부하들조차 외부의 힘을 빌려 장로를 막을 경우 되려 그 힘에 잡아 먹힐 수 있다는 간언을 하지만 듣지 않지요.

종친인 유비가 그럴 리 없다며. 이후 일은 이미 아시는 역사대로입니다.

 

이렇게 외부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한 유장은 장송을 시켜 예물을 갖춰 조조에게 먼저 보냅니다.

당연히 당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마초를 평정하고 장로와 접경하고 있는 조조가, 장로를 공격하면 그를 막느라 급급해서, 장로가 유주를 쳐들어 오지 못할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장송은 조조를 찾아가며 예물만 가져간 것이 아니라, 서천의 지리도본을 몰래 품 안에 감추고 길을 나섭니다. 산세와 지형 뿐만 아니라 성곽과 관의 위치 그리고 백성들과 군사의 숫자까지 기록한 군사 지도였지요.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지도는 극비 문서입니다.

 

장송이 왜 굳이 시키지도 않은 군사 지도를 몰래 갖고 조조를 만나러 간 것일까요?

외모는 볼품 없었지만, 똑똑한 그는 이미 정세에 대한 판단이 끝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의 시기에 자기 나라 하나 지킬 힘이 없어서 외부에 도움을 청하고, 변변치 않은 군주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장로 따위에게도 겁을 집어 먹고 이러는데, 나중에 조조 같은 자가 쳐들어 오면 무조건 항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미리 줄을 대서 생존을 보장 받음은 물론, 나중에 자리까지 차지할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허도에 당도한 장송.

생각한 것과 달리 조조를 만나는 것조차 힘듭니다.

당연하겠지요. 당시 최고 실력자인 그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더군다나 의심 많은 조조는 더욱 아무나 만나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측근에게 뇌물을 건네서 겨우 조조를 만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ㅎㅎ

과거 어떤 분은 한번 만나려면 7억을 들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고, 다른 분은 손에 비싼 물건을 들고 가야 반색하며 좋아하지요. 이 시대, 우리 사회에서는 모두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 봅니다.

 

어렵사리 조조를 만난 장송.

조조는 못 생긴 장송이 탐탁치 않았고, 최근 마초를 무찌른 뒤라 의기양양 거만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합니다.

 

“유장은 왜 해마다 조공을 올리지 않느냐?”

 

안 그래도 거만한 모습에 속이 뒤틀려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더 짜증이 납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는 없지요. 예전부터 유명한 조조의 잔혹함을 알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겨우 이렇게 말을 합니다.

 

“조공을 바치려 해도 도처에 도적이 남아 있어 조공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근래에 마초 같은 자들을 처리해서 중원을 깨끗이 청소했는데 무슨 도적이 있단 말이냐?”

 

“남쪽에는 손권이 있고, 북쪽에는 장로가, 서쪽에는 유비가 있습니다.”

 

따박따박 토를 다는데 조조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요. 주변에는 다들 자신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는데,

아무것도 아닌 못 생긴 친구가 와서 그러지 않으니 기분이 상해서 후당으로 가버립니다.

 

위나라 양수의 도움을 받아 다시 조조를 만나서도 장송은 이전과 비슷한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들의 위용 넘치는 군사들을 보여주며 압박하는 조조

 

“그대의 서천에도 이 같은 영웅들을 보았는가?”

 

“우리 촉에서는 이처럼 대단한 군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인의로 백성을 다스릴 뿐입니다.”

 

“나의 대군이 이르면 싸워서 이기지 않음이 없고 쳐서 빼앗지 못함이 없다.

나를 따르는 자는 살고, 거스르는 자는 죽게 됨을 모르는가”

 

조조의 위협에 장송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잘 압니다.

복양에서 여포를 치실 때, 완성에서 장수와 싸우실 때,

적벽에서 주유와 부딪치셨을 때, 화용도에서 관우를 만나셨을 때가 그렇습니다.”

 

모두 조조가 참담하게 패하고 도망간 싸움들이었지요.

 

격분한 조조는 끌어내다 죽이라고 합니다.

죄는 죽어 마땅하나 멀리서 촉으로부터 조공을 바치러 온 사람인데,

그를 죽이면 그곳 백성들의 인심을 잃게 될까 두렵다는 주변의 말에,

몽둥이질로 그나마 내려줍니다.

 

군사 지도를 품고 와서, 직접 만나 인간됨과 역량을 파악하고 서촉을 넘겨줄 생각이었던 장송의 속내를 알고 있었다면,

조조는 어떻게 했을까요?

결과적으로 천하의 삼 분의 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몽둥이질을 해서 쫓아 내 버린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래서, 오만과 독선은 굴러 들어온 복을 차 버리고 자신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흠씬 두들겨 맞고 허도를 나선 장송은 서천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그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부여된 미션도 클리어 하지 못했고, 맞고 돌아가기엔 억울했겠지요.

 

덕장 유현덕(유비)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장송이 형주 땅으로 가고 있는데 조운을 만납니다. 그 상산 조자룡입니다.

 

“주공 유현덕의 명을 받들어 먼 길을 가시는 대부를 마중 나왔습니다. 잠시 말을 쉬게 하시고 주공께서 저를 시켜 보내신 술과 드실 것을 거두어 주십시요.”

 

이 정도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요?

 

잘 만나지도 못하다, 겨우 만났는데 욕만 먹고 죽을 뻔하다 두들겨 맞고 나온 상황에서,

마중을 나와 대접을 해주다니요.

 

그렇게 맛있게 먹고 쉰 다음 조운의 호위를 받으며 형주 땅으로 들어와 역관에 당도하니,

우리의 미염공 관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형님의 명을 받아 이 관 아무개가 마당을 쓸고 술을 마련해 기다린 지 오래입니다.

대부께서 먼 길 오시느라 힘드실 텐데 이곳에서 하룻밤 편히 쉬도록 하십시요.”

 

감격한 장송.

답례를 하고 역관에 들어가자 또 한 상 거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흥겹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밤이 깊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밥을 먹고 관우와 조운의 호위를 받으며 가는데,

이번엔 유비가 제갈량과 방통을 데리고 몸소 장송을 맞으러 나왔습니다.

 

유비는 먼저 말에서 내려,

“오래전부터 대부의 높으신 이름을 들어왔지만, 산이 첩첩이 막혀 있어 가르침을 들을 길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곳을 지나 돌아가신다는 말을 들어 이렇게 나와 맞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몸이 어리석다 버리지 않으신다면 비록 보잘것없는 고을이나 잠시 이곳에 쉬어가시면 어떠십니까?

덕분에 오랜 우러름과 사모함에서 온 제 마음속의 목마름을 풀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다행이 없겠습니다.”

 

이후 계속된 환대에 장송은 마음을 열고,

군사 지도를 넘김은 물론,

친족을 어떻게 정벌하고 그의 땅을 차지하느냐는 유비의 걱정까지 살뜰히 해결해 줍니다.

그리고, 후에 유비가 촉한을 정벌할 때는 그의 편이 되어 주기까지 하지요.

안타깝지만, 그로 인해 유장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살아 있었다면 유비가 중용했겠지요.

 

사실 장송을 환대한 것은 유비의 덕도 있었겠지만, 제갈량의 지략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허도에 심어 놓은 세작들을 통해 장송이 왜 허도에 왔고, 조조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었지요.

천하삼분지계를 펼칠 절호의 기회로 본 제갈량은 그렇게 삼고초려 뺨 치는 대접의 심리전을 시전했던 것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지요.

 

거만한 위세로 굴러 들러 온 서촉을 걷어 차 버린 조조와,

겸손한 대접으로 남이 차 버린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유비.

 

두 사람이 성정이 잘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고, 우리가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인재와 기회에 대해서는 말이지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참고로, 오랜만에 이문열 삼국지를 읽고 일부 대사 등을 인용하여 제 생각을 가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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