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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y 15. 2024

그냥 너무 좋은 날


단순히 휴일이라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아 새벽부터 일어나서 회사로 가고, 하루 종일 이것 저것 신경 쓰며 기간 내에 끝내야 하는 일들을 정리했지요. 이런 저런 회의에도 지쳐갔습니다.


주말에도 좀 푹 쉬어야 하는데, 기회를 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해야 할 일들을 또 해나가고, 저 또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 저녁 늦게까지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하고 문서를 만들곤 했었지요. 거기다 주말에도 이어진 모임.


몸에 무리가 갔는지 입술이 텄습니다.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약 먹고 연고 바르고 좀 쉬셔야 나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한량이 꿈인 제가 피로로 몸이 안 좋다니, 늘 인생은 아이러니 합니다.


좀 쉬어야겠다 하고 보니 오늘이 석가탄신일 휴일이더군요.

전에 5월엔 휴일이 많아서 주 4일 근무하는 기분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직전까지 오늘이 휴일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중간에 휴일이 있으니 시간이 없어서 더 빨리 일을 끝내야 한다는 말을 할 때 그제서야 아 수요일에 쉬는구나 하고 깨달았지요. 참, 뭐 하고 사는 건지.


그렇게 화요일 저녁까지 이어진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휴대폰 속 알람은 다행히 꺼두었는데 새벽같이 일어나는 생체시계는 꺼둘 수 없어서 아침 6시에 한번 깼습니다.


아~ 오늘 출근 안 해도 되지.


안도감과 함께 다행히 다시 잠이 와서 10시 넘어서까지 푹 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여유 있게 아점을 먹으니 좋더군요. 지하철만큼이나 북적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긴 줄을 서서 20-30 분 기다리고 밥은 다른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느라 10분도 안 되어서 거의 마셔버리는 수준으로 먹는데, 편하게 먹으니 좋았습니다.


그러고 개인 메일을 보니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있더군요.


오늘은 휴일이니까.

라는 핑계로 오늘 연락 온 일은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휴일까지 시달리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렇게 누워서 TV를 보며 쉬다 산책을 나갔는데, 비가 오더군요.


왜 그렇게 상쾌한지.

그리고 운치 있는지.


비 때문인지 북적북적하던 산책로에 사람은 없고, 가만히 비 내리는 모습을 보고, 빗소리를 들으니,


이게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 그렇게 늘 떼로 몰려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야 하는지.

세상에 시달리다 주중에 찾아온 휴일에 인간다운 삶을 생각해 봅니다.

부처님, 스승님 고맙습니다.




역시 사람다운 인생은 주 4일 아니, 3일이야.

라는 꿈을 꾸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에도 이런 저런 약속과 모임이 있고, 스스로도 외롭고 심심하니 쉬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자다 일어나서, 더 쉬고 싶은데 하면서도 챙겨서 나가면 막상 잘 놀거든요.


오늘은 약속도 없으니 왠지 부담도 없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집에 있으면서 여유가 생기니 치우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보이더군요.

아침에 정신 없이 나가서 밤에 떡이 되어 들어오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

아니면, 보여도 할 여유가 없는 것들이었지요.


그런 것들을 치우고 나니 개운해진 마음으로,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들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만 들어도 좋은데 함께 들으니 더 좋더군요.


시끄러운 음악도, 자극적인 가사도, 관심을 끌려는 TV나 유튜브도 멀리하고 가만히 그렇게 있다, 낮잠에 빠져 봅니다. 스트레스 속 쪽잠보다 역시 맘 편하게 일어나서 해야 할 것 없는 여유로운 낮잠이 행복하네요.


그러다 느지막한 오후에 그런 기분을 담아 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겨 봅니다.


보통 일요일 저녁쯤 되면 월요일 출근과 한 주를 보내야 하는 부담감으로 월요병 같은 것이 오는데, 오늘은 잘 쉬고 내일 나가도 이틀만 하면 바로 주말이니 그런 기분이 덜합니다.


5월 말엔 기회를 주신 분들 덕분에, 멋진 여행도 예정되어 있고,

6월 초엔 현충일에 연휴를 즐길 계획도 있어 살만하네요.


쨍하고 해 뜰 날보다 더 아름다운 비 오는 날의 오후입니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하는 남은 휴일이 되셨으면 합니다.


가끔 쉬어가도 좋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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