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너무 늦게 돌보았다

1막 떠남과 선택 - 꼭 묶은 운동화

by 담숨

바삐 휴대폰만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하늘을 뚫을 듯한 매서운 건물을 보며 움츠러들던 도중. 따스한 너의 눈빛에 우리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집에 있을 때는 몰랐던 나의 생활의 전반적인 것들이 결코 그냥 오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샴푸, 조미료, 전기, 난방 어느 것 하나 내게 그냥 주어진 것이 없었다. 내가 숨 쉬는 것 하나하나 사실 돈으로 나가고 있던 것이다. 상경 후 알게 된 매서운 진실에 그네들이 그동안 얼마나 나를 금지옥엽 키웠는지를 알며 감사한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고는 내려앉고 먼지 쌓인 졸업장은 내게 계속 나아갈 것을 독촉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나로서는 서울의 모든 것이 두려웠다. 방패가 되어주는 네가 있지만. 나로서 홀로 설 수 있어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떨린 마음을 움켜잡으며 이력서를 넣었다.


나의 고민이 쿠팡 물류배송일까지 다다렀을 때 너의 힘찬 다리가 페달을 굴리며 나를 먹여 살릴 때에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시름과 미안함이 서서히 허물어지며 꼭 묶은 운동화 속 힘찬 다리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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