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쉽게 멈췄을까
슬며시 피어난 꽃머리에
무심결에 지나친 길목을
저 한편에 서서 응시한다.
풀려나오는 향기 따라
왠지 두둥실 떠오른 마음이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몇십, 몇백 번의
움츠려듬을 감내했는가
그 각고의 노력이 내게 보여주는
멋진 피어남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본다
또 너는 누가 보지 않아도
환하게 피어나며
하릴없이 흩날리겠지?
너를 흩트리려는
그 거센 입김에도
아랑 곳 않는 네가
나 자신만이 있어도
움츠리고 멈춰 선
나보다 더 대단하다
너의 그 찬란한 희생이
누군가에겐 웃음을
그리고 추억을 건네주기에
나는 말없이 너를 바라본다.
흩어지는 꽃잎 사이로
희미하게 웃는 너를 보노라면
작은 아픔과 떨림에도
도망갔던 내가 생각나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나도 언젠가 너처럼
누군가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기를
소리 없이
간절히 바라며
힘차게 내디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