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조용하도고 큰 시작의 순간
한걸음, 그 내딛는 걸음은 얼마나 떨리는지 그의 심장 한켠이 고요함 가운데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어두움 가운데 은은하게 존재감을 뽐내는 꽃 사이로 그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였다. '신랑 입장' 그 짧고 또렷한 음성을 끝으로 그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보이는 작은 테이블 앞에 그는 서있었다.
그의 눈망울은 감동과 기쁨을 가득 품으며 흔들리고 있었다. '신부 입장'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업고 안고 얼러 줬던 아빠의 손을 꼭 잡고 그가 기다리는 곳으로 나아갔다. 마주 잡은 아빠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 축축했으며 그녀는 처음 느껴보는 싱숭생숭한 감정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새하얀 면사포가 그녀의 실루엣만을 은은하게 보여주었지만 그녀의 눈에 맺힌 물방울은 숨기지 못했다.
슬픔이 아닌 감동, 두려움, 기쁨을 향해 그 신부는 나아가고 있었다. 마주 잡았던 손을 놓고 그녀의 하나뿐인 반쪽에게 다가갔을 때 후련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온전히 그녀를 담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마음을 먹은 함께 해온 세월만큼 자신을 닮은 그녀를 보았다. 그 순간만큼은 단 둘만이 있는 것 같았다.
'서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그 말에 둘은 맞춘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서로가 함께한 시간, 추억들이 한 페이지씩 쌓여 어느새 한 권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그 이야기들은 결실을 맺으려고 하고 있었다.
모든 식이 끝나고 함께 둘은 손을 맞잡고 그 길을 걸어갔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새롭게 맞이할 그 길을 향해 서로를 믿고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