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틈새로 스며든 어린 날의 기억
푸릇한 바다짠내에 잊고 있었던 시간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소복소복, 아니 질퍽질퍽한 갯벌가에서 열심히 조개 숨구멍만 바라보며 키조개를 잡던 엄마가, 한아름 키조개를 들고 해맑게 웃으며 '질퍽 질뻑' 소리와 함께 걸어 나오던 엄마가 생각났다.
한아름 안고 가는 바다는 저 먼 길을 지나 더 큰 것을 이고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그 속에서 모래밭에 새겨진 원망, 상처, 두려움을 싹 씻어내어 주었다. 그렇게 많은 것 중에서 왜 그거 하나만 잊어버렸었는지 물 틈새로비치는 기억 속에는 오직 즐거움만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번민, 괴로움, 걱정 모두 한낱 물에 씻겨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은 아니였던지 쉬이 씻겨나갈 수 있는 걱정거리가 왜 나에겐 숨쉬기 버거울 정도로 힘들게 느껴졌는지
현재 씻겨나간 나의 눈앞에 보이는 건 보석 같은 파도와 반짝이는 물빛, 바다 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둥그런 해 뜸이다.
나의 목적지는 해 뜸이 비치는 광활한 작은 섬이다. 지난 이래로 이처럼 정신이 맑고 쾌활한 적이 없었다. 지금이라면 헤엄쳐 광활한 저 섬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흐려진 눈이 뚜렷해지고 멈춰있던 손발이 박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