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너무 늦게 돌보았다

1막 떠남과 선택 - 휠체어보다 모났던 나의 눈물

by 담숨

나는 평생 부모님을 보고 함께하며 보살필 생각도 했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의 시간을 녹여낸 결과물이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굴러가는 휠체어 사이로 시린 눈이 쏟아지던 날을 기억한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휠체어에 앉은 채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던 엄마.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깊은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던 기억 하나가 꿈틀 했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부끄러웠던 건 아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장을 보다가 같은 반 친구를 마주친 적이 있었다.

며칠 후, 그 친구는 나를 '바이러스'라 불렀다.

엄마의 불편한 다리를 흉내 내며 웃었다.


그날 이후 나의 세계는 조금 기울었다. 부끄러움은 아주 작은 틈으로 스며들어 나의 자존감과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동시에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휠체어 앞에 선 나. 나는 함께 있던 친구의 손을 잡고 뛰어버렸다. 도망치듯.


나의 뜀은 엄마의 마음에 커다란 비수가 되었을 것이다. 다시 떠올려보면 그날 흘린 눈물은 엄마가 굴리던 휠체어보다 덜 둥글고 세찼을지 모른다.


집으로 돌아온 나를 엄마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 지었지만, 나는 끝내 그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이후로 엄마는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전화 한 통과 걱정스러운 문자 한 줄만이 나를 대신 맞이했다.


그 씁쓸한 기억을 곱씹으며 걷다 보면,

항상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하려 애쓰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나는 그 마음의 빚 때문에 엄마 앞에서 더 환하게 웃으려 애쓰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도망쳤던 그 아이가

여전히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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