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떠남과 선택 - 아빠는 찡그리지 않았다.
아빠의 뭉툭한 발 위에 무수히 쌓인 시간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도록 외면했다.
의족을 차고 진물이 배어 나오도록 걸어 다닌 발. 연약했지만 끝내 강했던 발.
중학생 때, 나는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옮기다 그만 아빠의 아픈 다리에 라면 국물을 쏟았다.
아빠는 찡그리지 않았다.
붉게 달아오른 다리 위로 먼저 스친 건 통증이 아니라, 나를 향한 걱정이었다.
나는 토끼눈을 한 채 서 있었다.
돌아온 것은 나무람이 아닌 '괜찮니?'라는 말이었다.
그 온도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내가 마주한 것은 라면보다 더 뜨거운 마음이었다.
'미안해요'라는 말을 끝내 삼킨 채,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다시 끓여 온 라면 사이로 붉은 화상 자국이 보였지만, 아빠는 맛있다며 연신 엄지를 세웠다.
나는 말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