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좋았지, 라는 말이 씁쓸한 이유

왜 지금에서야, 그때가 떠오르는 건지

by 우로보로스

그때가 좋았지..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말이죠.

우리에겐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만 남은 것일까요?


저는 공자보다는 쇼펜하우어를 좋아해요. 그도 그럴게 고등학교 때 논어를 읽게 된 적이 있는데, 당시 제 기억에 논어는 다소 어려웠어요. 동아리 활동으로 읽게 됐던 것 같은데, 특유의 한자는 물론이고, 띄엄띄엄 어딘가 빈듯한 직설적이지 못한 부분, 그리고 뭔가 확정 짓는 듯한 말에 어딘가 모르게 꺼려졌던 것 같아요. 철학에 대해, 인생에 대해 많은 걸 아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대부분 유명한 사람들이나 철학자들이 하는 말의 결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쇼펜하우어는 사람으로서의 독백처럼 느껴졌고, 가감 없이 솔직해서 좋았어요. 편역서를 읽어서 일까요ㅎㅎ


아무튼 요즘 읽는 책은 포레스트북스의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이에요. 내용 중에 [늙음의 덧없음]이 눈에 팍 꽂혔죠. 나이가 들고부터는 무엇을 봐도 흥미가 예전 같지 않고, 세월은 내가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달아난다고... 그가 말한 대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종이딱지는 어느 순간 손에서 멀어졌고, 게임은 재미보다 스트레스를 줬던 것 같아요. 의외로 문방구 앞의 바람, 혼날 때 들리던 음악 소리, 어느 겨울의 폐를 찌르는듯하지만 그래서 좋았던 공기, 그런 사소한 것들도 기억에 남더군요. 생각해 보니 종종 만족도 하지만 보통 과거에 대해서는 후회와 그리움을 느끼는 거 있죠. 또 미래에 대해서도 기대와 걱정을 가져요.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이것이 절망과 희망이라는 감정으로 다가와 우리를 속이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그는 나이를 먹고 깨달을 즘에는 허무해질 것이고, 시간과 세월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결국 죽음만이 인생의 유일한 열매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에게 저는 화가 났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순간 분명히 내 안에서 무언가가 저항하고 있었죠. “늙음이 덧없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왜 더 많은 것을 돌아보고, 더 사려 깊어질까. 허무는 정답이 아니라, 질문일 뿐인데.”


고민해 봤어요. 과거에 대한 후회, 그리움 또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가지는 것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과 세월이 흘러 변한 나를 위해서, 그 당시 지나치게 몰입됐던 감정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며, 어쩌면 흐릿했던 감정을 꺼내며 현재의 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사람과 더 시간을 보낼걸, 더 많은 걸 해봤다면, 좀 더 솔직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그때 그 겨울 공기가 정말 좋았는데, 나중에 돈을 못 벌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 없을까, 언젠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하지만 사실 그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야말로 당장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보다 잘 대변했던 것 같더라고요.


우리는 이제 와서 떠올려봐야 지나간 시간은 변하는 게 없다는 것도 알고, 미래에 대해 기대하거나 걱정한다고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는다는 걸 모두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는 선에서 원하는 선택을 했고, 미래의 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죠. 결국 나는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상상했던 거예요. 그 과정이 쌓여서 나라는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설명해 주더라고요. 결국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불안, 후회, 기쁨, 충만한 감정을 느끼는 지금. 때로는 도대체가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는 것까지도. 모두 언젠가 '좋았지'라고 회상될 순간들이겠죠. 그래서 요즘 저는 현재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려고 노력해요.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후회할 정도로 살아보자고요. 늙음이 덧없는 게 아니라, 그 덧없음까지 껴안는 시간이 '성숙'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의 나도 참 괜찮은 사람 같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덧없음을 껴안는 시간이 우리를 조금씩 성숙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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