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였다.

비내리는 날에

by 우로보로스

후드득, 후드득.


문 앞에 고인 물을 찰박이며 문을 연다. 우산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타일 위로 번진다. 대걸레를 집어 들기 전,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 오네."


짧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몸을 굽힌다. 발자국이 이어진다. 문턱에서부터 계산대 앞까지. 닦아도 닦아도 물은 금세 번진다. 오늘 장사는 글렀구나, 그 말이 습관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대걸레 끝에 눌려 구겨진 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가게를 열던 날, 돌리던 것. 그때도 비가 왔었던가 인상을 찌푸려 보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늘 틀던 재즈대신 발라드를 틀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물 묻은 공기 속에서 묘하게 오래된 냄새가 난다.


비 때문일까.

그래, 비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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