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다

10.13일 월요일

by 우로보로스

오늘도 아빠가 말했다. “공부 잘하고 있지?” 그 말 들을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그냥 “응” 하고 대답은 하는데,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빠는 늘 말했다. 좋은 대학 가야 하고, 좋은 회사 들어가야 하고, 그래야 돈 벌고, 그래야 편하게 산다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자기는 일찍 자지도 않으면서, 공부도 딱히 안 하는 것 같고, 그냥 심심하면 와서 건든다. 왠지 요즘엔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그냥 믿었다. 아빠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인생도 오래 살아봤으니까. 그 말대로 하면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근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아빠가 말하는 ‘괜찮은 사람’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어. 아빠는 “넌 아직 세상을 몰라”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점점 불편하게 들린다.


이제는 그냥 듣기만 한다. 맞받아쳐봐야. 비겁하게 맞는 말이나 하고, 하루 종일 붙잡아 놓으니까. 그러다가 내가 열받아서 뭐라고 말해서 아빠가 화나면 하.. 마음을 여유롭게 먹으라며, 내 한마디가 그렇게 열받나? 고개를 끄덕이지도, 반박하지도 않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생각한다. 짜증 난다. 진짜로. 열심히 해라, 맞는 말인데, 꼭 그래야 하나? 사기치고 싶은 거는 아니지만 세상에는 사기 치는 사람도 있고, 로또 맞은 사람도 있고, 그냥 대대손손 부자인 사람도 있는데, 매일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청소 아주머니도 불행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 01화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