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없는 날
전날 회식 때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뛰어다녔더니 아침에 몸이 납덩이였다. 길까지 막혀서 회사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땐 이미 9시를 넘긴 뒤. "기본적인 시간관리도 못하면 뭐 하자는 거야? 대학생이야?" 말투는 서늘했지만, 나는 어김없이 웃음을 떠올렸다. "네, 죄송합니다. 오늘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목소리도, 표정도 평소처럼. 그래야만 할 것처럼.
점심 무렵, 무리한 클라이언트 요청 건으로 조심스레 팀장에게 여쭤보자 돌아온 말. "그래도 네가 하는 게 제일 부드럽게 넘어가잖아." 칭찬처럼 들렸지만,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툭, 작게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이어진 가벼운 톤. "00 씨 어제 잘 들어갔죠?ㅎㅎ 아, 그리고 아까 파일 있죠? 수정해서 퇴근 전까지 주세요." 그 말들이 허공에서 기분 좋게 튕겨나갈 때, 나는 복도 끝 창문 앞에서 유리에 비친 내 표정을 바라봤다.
밝다. 너무 밝다. 이제야 알겠다.
사람들이 무심해서 아픈게 아니었구나.
그들의 이기심이 새로워서 상처받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들과 나 사이에 스스로 그 '밝음'이라는 투명한 벽을 세워왔던 거다.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미움받지 않으려고,
아.., 나는 사랑받으려고 웃어왔구나.
잠깐 숨을 고르다 입술을 깨물었다. 버티려는 의지 때문이 아니라, 소리를 내면 눈물이 더 먼저 떨어질 것 같아서. 그제야 묻고 싶어졌다. 내가 보여준 이 웃음은, 그들에게 정말 어떤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