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분명 세상이 잘못된 것 일 테니까>
#14 어쩔 수 없는 악당
노년 대표
(입술 굳게 다문 목소리)
우리 세대는 평생 낸 만큼 돌려받는 게 당연합니다.
이건 시혜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나라가 한 약속.
군중
“맞아!”
“우리를 희생양 삼지 마라!” (웅성)
청년 1
(오른쪽 청년들 무리 사이 한 발짝 앞으로, 손에 마이크 없음, 차갑게, 떨림은 숨기지 못함)
근데 그 약속… 저희는 못 받는 거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고개 돌리고 웅성거림이 번개처럼 퍼짐)
노년 대표
(표정 서서히 굳음, 도전받았음을 느끼며)
그게 연대지. 세대가 이어지는…!
청년 1
(조금 더 앞으로 나서며)
연대요?
연대는 ‘같이 짐을 나눠 드는 것’ 아닙니까.
근데 왜 저희는 ‘짐만 지게 돼요’?
(순식간에 노년층 쪽 파문)
노년 군중 1
(분노 폭발, 감정적)
우리가 평생 납부 안 한 줄 아나?
우린 이미 냈어! 다 냈다고!
청년 2
(뒤에서 낮게, 날카롭게)
그래서요?
그럼 저희는 뭘 믿고 납부해야 합니까?
(군중 분위기 단단히 뒤집힘. 무대 전체 공기 팽팽)
노년 대표
(감정 상승, 톤 높아짐)
너희는 지금 우리가 ‘훔친다’고 말하는 거냐?
청년 1
(일말의 주저 없이)
저희 입장에서는—
네. 저희 몫을 이미 쓰고 계신 거니까요.
(조명 순간 번쩍, 균열 강조 후 다시 내려감)
노년 대표
(억울함 → 분노 전환)
이건 도둑질이 아니라 약속이다!
우리가 무슨 범죄자냐!
청년 1
(숨 한 번 들이켜고, 아주 천천히)
… 범죄자가 아니라면
저희 세대는 희생되어야 합니까?
내레이션
정적, 그리고
확성기보다 더 시끄러운 침묵.
서로에게 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