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쉬는시간의 그 애.

by 우로보로스

[ 교실 ]

(A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간다. 카메라는 A 옆에서 핸드헬드 느낌으로 살짝 흔들리며 따라간다.)


A
“너 진짜 열심히 그린다. 요즘 매일 같이 그리고 있던데?”


B (활짝 웃는다)
“헤헤 고마워.”


(짧은 정적. 둘 사이엔 괜찮은 분위기. 하지만 카메라는 B의 손보다 A의 눈동자를 오래 잡는다.)


— 화면 컷 —


[CUT TO: 인터뷰 룸]

Q. 누구랑 대화하고 있던 거였나요?


A (대답은 담담하게, 감정 없이)
“아, 반친구 중에 그림 그리고 있는 애가 있어서요. 뭐…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다가가서 봤죠.”

(살짝 웃으며)
“근데 솔직히… 그다지 잘 그리진 않더라고요.
그냥… 꾸준한 정도? ”


— 잠시 쉬고 카메라를 의식하며 턱을 올림 —


“그래서 조금 궁금했어요. 저렇게 실력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뭔가 계속한다는 게… 가능한 건가?”



[교실 / 롱테이크 관찰샷]

B는 이어폰도 없이 조용히 그림을 그린다. 지우개로 살짝 턱을 괴며 수정하고, 참고 사진과 계속 비교한다.

카메라는 그 옆 A의 표정을 천천히 잡는다.
A는 B를 차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CUT TO – 인터뷰 (A)]

Q. 왜 처음에 말을 걸었나요?


A
“그냥… 저렇게 매일 하는 게 뭔가 신기해서요.
보통 잘하는 애들이나, 이미 뭔가 준비된 애들만 꾸준히 하잖아요?”


(잠깐 시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시 카메라를 봄)


“근데 얜… 그냥 좋아하니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좀… 희한했죠.”


[교실/B의 손 클로즈업]

샤프심이 부러지고 다시 끼우면서도
그 손은 멈추지 않는다.


B (작게 혼잣말)
“아 좀 더 자연스럽게… 이게 아닌데…”.


[CUT TO – 인터뷰 (A)]

(기자 질문 안 들리고, A의 답변만 들림)

“음… 뭐랄까, 솔직히 잘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계속 하긴 하더라고요.”


(다시 A의 눈을 따라가는 카메라)


“그냥…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말끝을 흐리는 A


[ 복도, 쉬는 시간 ]

카메라는 A와 또 다른 친구 C 사이를 멀리서 따라간다.
둘은 음료 자판기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C
“너 아까 B랑 얘기하던데 무슨 일 있어?”


A
“요즘 그림 그리길래 뭐 하나 싶어서.”


C
“아~ 그런 것치곤 좀 오래 얘기하던데?”


A
“ㅇㅇ… 아니 그냥.., 근데 솔직히 말하면 좀 걱정됨.”


C가 고개를 갸웃한다.



[CUT – 인터뷰 (A), ‘카메라를 바라보며]


A
“그냥… 내가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니고요.
솔직히 애초에 미대 준비는 고2, 고1 때부터 하는 애들이 가는 건데… 이제 와서 시작하면 사실 너무 늦잖아요?”


[다시 복도]


A
“그냥… 내가 보기엔 현실 감각이 없는 거지.
좋아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 꿈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으니까.”


C
“뭐… 그렇긴 하지. 나도 좀 의외였음.”


A (살짝 숨을 들이쉬며)
“그래서 내가 괜히 말렸다가 상처 줄까 봐 차마 말을 못 하겠는 거지…”


[CUT – 인터뷰 (A), 톤을 더 높여서]


제가 틀린 말 하는 건 아니죠? 그냥 냉정하게 말하면, 이미 늦었잖아요. 응원은 하지만… 뭐랄까… 애초에 가능성이… 음… 너나 잘하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일단은 공부라도 하고 있고, 사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잘하는 걸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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