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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움 Aug 27. 2021

비만 진료를 대하는 나의 자세(1)

다이어트라는 영역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질환에 대한 치료의 영역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욕망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오시는 모든 환자분들의 체중이 각기 다른 것만큼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과 원하는 바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진 생각과 환자분들의 바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 줄타기를 합니다. 





수많은 다이어트를 겪어보신 후 한방 다이어트는 어떤가 해서 문을 두드리시는 분, 운동과 식사관리 잘하시다가 한 몇 kg 정도가 너무 안 빠져서 오시는 분, 죽어도 좋으니(?) 제발 빠지게만 해달라고 하시는 분, 그냥 특별한 목표 없이 수년간 습관적으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해 오신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특히 다이어트 한약을 "살이 빠지는 묘약"으로 생각하고 오시기도 합니다. 물론 한약은 일반적으로 효과가 좋고, 체중 감량에 있어 적절한 도움을 줍니다. 그렇지만 약을 먹는 것 자체로 다이어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용을 지불한 만큼 원하는 효과를 확실히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기 때문에, 왜 다이어트 약을 처음부터 좀 "쎈 거" 빨리 주지 않고 이야기만 늘어놓는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약을 처방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약물 복용이 다이어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식단 및 운동 관리가 병행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요요현상의 위험성과, 건강한 다이어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본래의 말 많은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오늘도 재미 한 톨 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것을 감내하면서 바짝 살을 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달 후 웨딩촬영을 준비하시는 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 몇 달 후 아들 결혼식에 날씬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고려하여 때로는 저도 단기간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일정 기간의 완벽한 계획을 통해 이루어진 다기 보다, 삶의 일부이고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더 가깝습니다. 더불어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전체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큰 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멀리 보고 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짧은 시간 내 한마디라도 더 얹으려 하는 이유이고, 굶다시피 진행하셔서 한 달에 몇 kg을 감량했다고 좋아하실 때도 저는 마음속으로 슬퍼하는 이유입니다. 


상담 내용을 그대로 따라오시고, 오실 때마다 식단과 운동 관리 시 어려운 부분 대해 상담을 요청하시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겪는 분은 사실 열 분 중에 한 두 분 정도로 적습니다. 그리고 한의원 문을 처음 두드리실 때 모두가 이러한 마음으로 오시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건강한 다이어트가 한 사람의 삶을 얼마만큼 바꿀 수 있는지 봐왔고, 모든 분들께 저라는 사람은 처음이기 때문에, 늘 샐러드처럼 프레시(?)한 마음으로, 또한 매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환자분들을 만나려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케케묵은 북어와 같은 모습일 때도 있습니다..) 


설문지에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다이어트를 겪어오신 환자분들께, 

어쩌면 저보다 더 다이어트를 뼛속 깊이 경험해보신 분들께,  

제가 어떤 것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군더더기를 치우고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원칙을 알려드리는 것,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법을 함께 찾는 것, 매 순간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실 수 있게 돕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이 본래 힘든 것임을 말씀드리고 지속적으로 격려 드리는 것. 이런 것들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시는 모든 분들이 다이어트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시면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시고, 또 건강한 일상을 보내시고, 이후에는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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