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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가면 Dec 30. 2024

『삼국지 연문전』

001. 프롤로그

 호관, 병주 상당군 산하에 있는 관문. 병주와 기주를 가로지르는 산맥으로 동서가 나뉘어 있는 천혜의 요새. 이곳 요새 안은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병사들의 복색은 한(漢)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한 차림이었고 군기 역시 한군의 엄정한 군기와는 다르게 자유분방했으며, 여러 유목민족의 연합체인 것인 양 복색도 통일되지 못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그 어떤 강대한 적들도 단번에 부숴버리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는 누가 봐도 지휘관으로 보이는 가면을 쓴 한 장수가 있었다.  일반 군마보다 훨씬 큰 백마는 마갑으로 쌓여있었고 장수 역시도 온몸이 철갑으로 둘러싸여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다. 그의 손에는 양날검에 장대를 길게 달아놓은 듯한 외형의 맥도가 쥐어져 있었고, 허리춤에는 여러 개의 비도가 꽂혀있고, 말안장에는 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각궁과 화살촉이 꽂혀있었다.  전형적인 고구려의 개마무사처럼 보이는 지휘관은 말없이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장수의 옆으로 갑주가 어색해 보이지만, 눈빛만큼은 총명하며 강인해 보이는 이가 다가왔다.


 "긴장되십니까 철장군."


 "긴장이란 것이 있겠습니까 상서령 합하"


 "후후, 소생이 상서령이란 지위를 버린 지가 벌써 10년이 다되어갑니다. 그런데도 장군은 여전히 저를 상서령으로 지칭하시는군요."


 "소장이 오랫동안 한을 떠나 있었던 까닭에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문약공"


 그랬다. 이 두 사람은 조조 휘하 문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장수 철가면, 그리고 왕좌지재로 불리는 순욱 문약, 그 두 사람이었다. 


 "위왕을 뵙지 못한 게 오래입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위왕의 곁에 있어드리지 못했습니다."


 "....."


 순욱은 철가면에게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순욱을 보며 철가면 역시 말을 잇지 못했다. 철가면 역시도 조조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던 순간, 목숨이 경각에 놓여있었던 까닭이다. 그들이 10여 년의 세월 끝에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된 것 역시도 어찌 보면 천운이라고 할만했다. 


 "이제는 위왕께 힘이 되어드려야겠지요."


 철가면이 힘 있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철장군."


 그런 철가면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철가면과 순욱이 걸어온 길은 매우 험난했다. 그들이 지금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천운이자 우연이었으나,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내건 한걸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필연이었다. 그리고 철가면과 순욱이 이끌고 있는 이 유목민족 연합군은 중원의 판도를 단번에 뒤집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탕음을 지나 여양으로 향하면 호응하는 세력들의 준비는 모두 끝난 것입니까."


 "익주와 한중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한중왕 유비가 옹주로, 전장군 관우가 형주로 나아갈 것이고 회남에서 절치부심하는 위왕이 익양으로 진출할 것입니다. 오후 역시 장강을 건너 서주로 향할 것이니 사마의는 삼로의 군대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철장군이 기주를 휩쓸고 사례와 연주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사마의의 군대가 힘을 집중하지 못할 터이니 쉬이 격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약께서 전체 정세를 위해 고생하셨습니다."


 "소생은 그저 재야로 숨어들어 혼란을 야기했을 뿐이고 위왕과 한중왕, 그리고 공명이 전체적 전략구도를 잘 짜셨습니다."


 "공명...입니까." 


 순욱의 입에서 제갈량 공명, 그 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철가면의 입에서 경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철가면의 모습에 순욱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그가 느낄 마음을 이미 읽었던 탓이었을까. 

 "..... 다른 것보다 소생에게는 장군의 현 복식에서 장군의 의지가 보입니다." 


 순욱이 화제를 돌렸다. 


 "이제, 장군도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셨습니까." 


 "....."


 철가면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철가면 본인이 지난 세월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던 정체성이며 복수의 마음가짐이었다. 자신이 태어났지만 자신을 버린 조국에 대한 미움과 함께 가족의 복수까지 다양하고도 복잡한 문제였다. 그러나 철가면은 지난 10여 년 동안의 방랑 생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또한 그것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문약공."


 "그것은 장군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숙제입니다. 우선은 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문약공, 이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소장은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이 순문약, 과분하게도 장군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장군께서 뜻을 정하셨다면, 마땅히 따라야겠지요. 하여, 소생이 책략을 하나 올리면 장군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문약공의 책략이라면 이 철모, 따르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쉽게 이야기하실 문제는 아닙니다. 소생이 올리는 책략은 장군의 비밀을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대외적으로 내세우자는 것입니다." 


 순욱은 여기까지 말하고서 잠시 숨을 골랐다. 철가면의 오랜 비밀이자, 조조군 진영 내에서도 이를 아는 이는 조조와 하후돈, 순욱과 곽가 등 핵심 인사 몇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과연 철가면의 비밀은 무엇이길래 순욱이 이토록 책략을 내세우는데 뜸을 들이고 있는지 철가면은 알 수 없었다. 


 "이 책략은 장군의 생존을 알게 된 순간부터 계획해 왔던 일입니다."


 말을 마친 순욱은 부장에게서 수기를 건네받아 철가면에게 건넸다.

 

 "펼쳐보십시오 장군."


 철가면이 순욱에게 받아 수기를 펼쳐보았다. 펼쳐진 수기에는 淵이라고 새겨진 선명한 깃발이 달려있었다.

 

 "문약공, 이것은?!!"


 "이제 장군의 정체를 온 천하에 내보일 때입니다. 또한 이것은 아직 장군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사마의 군 진영 내에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조호이산(調號離山)의 계책입니다."


 "!!!!!"


 "그렇기 때문에 장군의 결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책략은 장군께서 결심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책략. 이 순 아무개, 장군의 결단을 기다립니다."


 철가면은 눈을 감았다. 오래도록 숨겨져 왔던 그의 비밀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가 이토록 오래도록 고민하는 것일까. 그것을 안다는 듯 순욱의 눈에는 그 어떤 재촉도 없이 그저 철가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그가 중원으로 온 이후 한 번도 벗었던 적이 없던 가면을 벗어던졌다. 가면을 벗어던진 철가면을 본 순욱은 전율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가 가면을 벗어던짐과 동시에 淵이라고 적혀있는 군기와 수기가 일제히 솟아올랐다. 


 "출진하라." 


 철가면, 아니 연씨성을 가진 장수의 입에서 출진의 명령이 떨어졌고,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부장들이 일제히 출정을 외치며 북을 치며 사기를 드높였다. 


 "본래의 신분으로서의 첫 출정입니다. 함께하시겠습니까 문약공." 


  철가면의 질문에 순욱은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이 순모, 연장군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중원을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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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년쯤? 지금으로부터 약 17년 전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프리챌의 한 삼국지 동호회에서 재미나게 활동했을 때 썼던 내용들입니다. 기본틀은 제가 잡고 세부적인 내용들은 같이 활동하셨던 분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재미나게 활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글들을 바탕으로 제가 각색하여 소설로 작업중에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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