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그 글이 그렇게 맘에 드셨나요?

저작권법

by 박말임


저작권법,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TV, SNS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저작권 소송을 한다는 등의 관련 뉴스가 나오면 그 소송에서 다투는 거액의 돈에 대해 잠시 관심을 가질 뿐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저작권은 여전히 남의 일이다. 일상에서 직접 부딪치지 않으면, 그 법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법의 내용까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은 자신이 직접 겪기 전까지는 그저 남의 일일뿐이다.


가수 S 모 씨가 인기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녀 교육비를 위한 저작권 지분 마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아들이 전국 상위 성적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들이 하버드 대학에 가게 될 것에 대비해 교육비 마련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자신의 저작권 지분을 사 모아 이미 아들의 미래 설계를 마쳤다고 한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저작권료가 대체 얼마나 되길래? 부러움과 궁금증으로 머리가 곤두서 대담자들을 집어삼킬 듯이 TV에 시선을 고정했었다. 저작권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저작권 수혜를 입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 법이 있다더라' 하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나도 몇 해 전에 저작권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언쟁 비슷한 일을 겪긴 했었다.


어느 날 밤 11시, 아들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엄마~! 며칠 전에 엄마가 제게 보냈던 원고 있잖아요?! 어떤 사람 블로그에서 그 글을 봤어요. 혹시 제가 잘 못 봤나, 다시 읽어보니 엄마 원고가 확실해요!"

"설마?"

그 원고는 이미 당일 낮 11시 마감시간에 맞춰 신문사에 이메일로 보낸 원고였고, 자정에 해당 지면에 올려져 내일 아침이면 독자들에게 배포될 일간지다. 그런데 원고가 어떤 경로를 타고 유출이 되었단 말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일었지만, 늦은 밤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볼 수도 없었다. 아들을 다그쳤다.


"혹시 내가 보낸 이메일을 직장 동료들이 있는 데서 열어두고 다른 볼 일을 보고 다니지는 않았니?"

아들은,

"글쎄, 잘 기억이 안 나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미 아들 실수로 내 원고가 유출되었다고 단정하고, 아들을 몰아붙였다.

"넌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니! 내가 원고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몇 날을 잠도 못 자고 쓴 것인데, 그렇게 허망하게 원고를 날려 보낼 수가 있니!"


아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지, 아무 대답도 못했다.

잠시 후 아들은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말했다.

"엄마, 내 동료들이 엄마 원고를 어디다가 쓰려고 빼돌렸겠어요? 엄마 원고로 맥주라도 사 먹었다는 거예요?"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아들이 '맥주'라고 하는 말에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엄마가 흥분해서 실수했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불쑥 나온 소리야. 아들, 미안하다, 정말...... "


원고 유출 수습보다, 아들에게 말실수한 수습이 더 시급한 상황이 돼 버렸다.


그러나 내 아들은 성인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며, 나라의 녹을 먹는 소방 공무원이다.


아들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흥분하지 마시고, 엄마 글 표절한 해당 블로그를 보낼 테니, 직접 한번 보세요."

아들이 카톡으로 문제의 블로그 글을 전송해 왔다.


블로그에는 내 글 일부만 발췌한 게 아니라 거의 반을 뭉텅 잘라다가 자신의 글인 양 버젓이 올라 있었다.


다음날, 주위 사람 몇 명에게 전화로 조언을 구했지만 저작권법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변호사 사무실에 알아봐야 하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신문사에서 나에게 원고료를 지불했고, 원고 판권은 그 신문사에 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블로그에 내 글을 표절한 그 사람에게 "쪽지를 보냈으니, 기다려 보자"고했다.

쪽지에는 "해당 글의 원작자가 따로 있으며, 출처를 명시하거나 삭제해 달라."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 글은 여전히 블로그에 그대로 있었고, 출처 표시도 없었다. 다행히 신문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아들이 알아낸 블로그 주인의 정체는 서울에서 30여 년 기자 생활을 해 온 사람이었다. 그가 도용한 내 글에는 청주 00동이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그가 '아름다운 내 고향 청주' 어쩌고 하는 말로 내 글을 도용한 거였다.


일주일이 지나도 글에 대한 적절한 처리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들이 마지막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원고의 판권은 모 신문사에 있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신문사에 모든 사실을 알리면 선생님은 저작권법에 의한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이후 거짓말처럼 글이 삭제되어 있었고, 블로그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분의 신분이 기자였으니, 저작권법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 일로 나는 저작권이 무서운 법인가 보다, 짐작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글이 나의 사적인 블로그 글이라면 내 글을 도용한 그 블로그 주인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이 저작권을 주장하여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가 내 책 반을 뭉텅 잘라다가 도용한 게 아니라면 누가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 정신건강을 해쳐가면서 그 권리를 찾으려 하겠는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하다. 문제가 되었던 그때 상황을 바로잡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남의 글을 도용한 기록으로 남을 뻔한 일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저작권법이 평범한 사람들의 고유 창작물을 보호하는 데에, 좀 더 가까이에 있는 법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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