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진정한 봄 여행
봄 여행이라는 주제를 붙였다. 평생 이렇게 봄 관련한 글을 많이 쓴 적도, 봄나들이를 많이 간 적도 없다.
봄나들이 계획을 짜게 된 연유는 이렇다. 나는 6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퇴직하면 실컷 놀아보겠다는 보상심리가 발동된 것 같다. 아니 보상심리 보다 더 절실한 것은 '다리 떨리지 않을 때' 여행 다니지 않으면 회한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신중년들의 여행담에 동화된 때문이다.
그런 사례는 주변에 흔하다.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진 친구,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친구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여자 친구들은 예외 없이 관절이 안 좋아져 여행을 힘들어한다. 매년 동창 모임 때 인원이 줄어갈수록 마음이 착잡해진다. 화장실 스스로 갈 수 없으면 그 인생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마는 게 현실인 것이다.
돈도 여유의 시간도 없이 쫓기 듯 살아온 인생이다. 이제 자식을 출가시키고 겨우 두 다리 뻗을 수 있겠다 안도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식 출가로 부모 역할을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부모 역할은 늘 그 자리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혼해 살림 나면 손자가 태어나고 손자가 태어나면 부모는 무언가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산후조리원 비용 걱정에 한숨이 는다.
아기가 귀한 세상이니, 아기 양육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의 신생아 출산을 축하해 주기 위해 아기 전문 용품점에 가면 그 가격대에 놀란다. 마음에 드는 것은 너무 비싸고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되는 것은 영 시답잖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부모는 항상 돈 문제로 고통을 겪는다. 자식에게 폼 나게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나마 자식이 제 앞가림을 잘해 부모 밑에 캥거루족이 아닌 것만 해도 감사해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나는 퇴직 후에는 이런저런 사정 가리지 않고 내 인생을 살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기 위해 평생 경제활동을 해 왔다.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건강이 허락하는 한 뭐든 다 하리라 생각해 왔다. 그 첫 번째 화두가 여행이다.
여행은 비용 문제도 걸림돌이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여행을 훌훌 떠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사람들은 CEO라면 자유로운 줄 알지만 그 자리는 꿈속에서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24시간을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 때 여행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사실은 내심 계속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은 미련이 남아있다. 겉으로는 아닌척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제도와 규제를 따르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
만일 일을 더 할 수 있다고 해도 이제는 일보다는 여생이 행복한 것에다 비중을 더 줄 것이다.
일을 더 하게 되어도 주말은 쉴 테니 여행을 다니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1년 12개월 중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다. 내 인생을 관통해 그 사계절 비율을 감안하면 봄에 해당하는 세월을 살아온 적이 거의 없다. 항상 땡볕 뇌리 쬐는 여름이거나 천지가 꽁꽁 얼어붙는 겨울을 살아온 여정이다. 이제는 내 인생의 진정한 봄 속으로 들어가 오래오래 즐기며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진정한 나의 봄 여행 채비를 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