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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나남 Jan 13. 2021

뇌수막염입니다.
빨리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그 이야기 둘


2011년 출간된 법륜 스님의 양육지침서 ≪엄마 수업≫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많이 아파하고 반성했다. 

그래서 결혼하는 지인과 후배가 있으면 ≪엄마 수업≫을 반드시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엄마 수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은 읽고 정말 많이 반성했다.      


 “직장생활하면서 돈 번다고 엄마의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돈을 벌었을 뿐이고, 각자 개인의 문제일 뿐이에요. 

남편에게는 아내가 필요하고 애들한테는 엄마가 필요하지 직장에 열심 다니는 돈 버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에요”     


 나는 직장생활이 항상 우선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 시절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그리고 내 삶의 태도도 그랬다.

내가 가진 에너지 90% 이상을 직장에 쏟았다. 


그러니 퇴근 후, 육아에 대한 에너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나도 아이도 남편도 모두 불만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엄마 수업≫에서는 무엇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이가 태어나서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와 엄마 마음이 다 고통받는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 부모가 품고 키우지 않은 아이는 빗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하면 사춘기 시절에 그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은 아이를 최우선으로 하고 중학교 이후는 지켜봐주는 사랑을 하라고 조언한다. 

살아보니 다 맞는 말이다.


아이에게 엄마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보루다.

아이가 세상에서 지치고 힘들다가도 엄마를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다.      


 “뇌수막염입니다. 빨리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떨리던지, 그리고 대학병원 복도에서 회한과 자책으로 얼마나 아팠던지. 

지금은 옛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는 큰일이 날 것 같아 무섭고 두려웠다.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니 어린이집에서 내 손을 잡고 놓으려고 하지 않던 일, 떼를 쓰고 가지 않겠다고 울던 일 등, 참 많이 힘들고 버거웠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아이 한 명 당 3년 동안 쓸 수 있다. 

하루에 육아 시간으로 2시간을 쓸 수 있다. 

남보다 일찍 퇴근하던지, 늦게 올 수도 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씩 육아 휴가를 낼 수도 있다. 참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젊은 청춘들은 아이 낳기가 망설여진다고 한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때와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 2020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MEDICAL Observer)에 따르면, 2015~2020년 우리나라 인구성장률은 0.2%라고 한다. 


이는 세계 인구 성장률 평균 1.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그리고 0~14세 인구 구성 비율은 12.5%로 세계평균 25.4%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5.8%로 세계평균 9.3% 보다 높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명으로 세계 최저 순위 198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없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니.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정말 국가적인 차원에서 획기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큰일이다 싶다. 


저출산 문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좀처럼 출산율은 올라가고 있지 않다. 

마음 편히 아이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 내 아이를 안전하고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구축되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정책을 제안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    

 

 우리는 단지 공부와 좋은 학교, 학벌, 취업에 내몰리면서 제대로 엄마 수업을 받지 않고 성인이 되었다. 

 그렇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내가 제대로 엄마 수업을 받지 않아,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힘겨웠던 세월이었다. 


 “뇌수막염입니다. 빨리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라는 말을 들은 지 어언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아이 낳고 기르는 수고는 그리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엄마들은 힘겨워하고 버거워한다. 


 아이 낳고 키우면서도 직장생활을 안심하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의 씨앗이 자라나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면 좋겠다.

 그러면 더욱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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