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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나남 Jan 12. 2021

뇌수막염입니다.
빨리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그 이야기 하나

 ‘교사라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참 많은 시련을 주었다. 

온종일 직장에 몸이 매여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다가 아이의 몸 상태를 모르고 지나칠 때가 종종 있다. 


뇌수막염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감기로 알고 큰일 날 뻔한 것이다. 

큰 아이가 세 살 쯤이었다. 

당시는 육아를 위한 사회적 기반 시설이 아직 부족한 때였다. 


괜찮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추첨에 당첨이 되어야 했다. 

우리 아이는 조금 괜찮다고 알려진 S어린이집 종일반에 다녔다.

그 당시, 아이로부터 ‘종일반 가기 싫어’, ‘종일반은 싫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었다.      


여느 때처럼 퇴근해서 S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조금 힘이 없긴 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이를 찾아보니 한 모퉁이에서 혼자 축 늘어져 있었다.

'왜 저렇게 쓰러져 있지? 감기 기운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소아과에 데리고 갔다.


 소아과 선생님이 아이를 검진한 후 나를 많이 혼냈다.

 “아이에게 관심을 안 가지고 계시나요? 최근 뇌수막염이 유행하고 있는데 TV도 안 보시나 봐요. 

뇌수막염입니다. 빨리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라고 말했다. 


가방을 멘 채, 아이를 둘러업고 지하철로 뛰어갔다. 

대학병원까지는 지하철로 1시간 거리였다. 지금 생각하니' 왜 택시를 안 탔을까?'싶다. 


 마음이 콩닥거렸다.

 ‘어떻게 하지? 철없는 엄마는 네가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하는 자책감이 나를 감쌌다.


응급실에는 다양한 응급 상황의 환자로 붐볐다.

아이를 침대에 옆으로 눕히고 뇌수막염의 원인균을 알기 위한 검사를 했다. 

인턴이 아이의 등 허리 부분에 주삿바늘을 찔렸다.


아이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너 번의 뇌척수액을 뽑으려는 시도에도 울지 않았다. 

무엇을 하는 검사인지? 왜 주삿바늘을 찌르는지도 모르는 채, 인턴이 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묻지도 못했다. 서투른 의사와 어설픈 엄마가 쌍으로 아이를 잡고 있었다. 

결국 다른 의사가 와서 뇌척수액 채취는 일단락되었다.


아이가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하다. 

아마 기억으로는 남아 있지 않고 마음의 보이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왜 유독 내 아이만 걸렸을까?’ , ‘나 엄마 맞나? ’ 마음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졌다

아이는 엄마의 부재로 오랫동안 엄지손가락을 빨았다.

그 영향으로 다른 아이보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약했을 것 같다. 

손가락을 빠는 아이는 애정결핍과 욕구불만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큰 애를 키우던 당시, 육아 휴직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출산휴가 두 달 쓰고 복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한 돌이 지나자마자 보냈다. 

아이와 엄마의 애착 관계를 너무 일찍 단절시킨 것이다. 

정서적 감정적 결핍은 어쩌면 당연했을 것 같다. 

사람은 참 어리석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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