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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나남 Jan 15. 2021

나는 살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매일 비우고 매일 채우면서 살아가세요’라고. 

   하루를 매일 리셋하는 것이다. 내 감정과 기분을 매일 새로 리셋하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오늘이라고 하니까. 


   나는 책을 통해 매일 리셋한다. 책을 읽으면 힐링이 된다. 피곤이 싹 달아난다. 에너지를 얻는다.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실용적인 차원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 마음의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내가 좀 옹졸하게 생각했구나.’ ,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 ‘나도 이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그래서 책은 나의 친구이며,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존재다.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적이면 2~3시간이 금방 간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책이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쾌도 루팡이 나오는 추리소설 전집이 내 책 읽기의 시작이었다. 단짝 친구 집에 추리소설 전집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 한 50권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사건과 사건이 줄줄이 시리즈로 연결되어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했다. 한 권, 한 권 빌려있다가 순식간에 다 읽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 집에 있는 눈에 띄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중에는 호기심 천국과도 같았던 성인물도 있었다. 부모님이 책꽂이에 무심히 꽂아둔 것을 무엇인지도 모르고 읽었다. 

  그리고 《소공자》, 《소공녀》, 《톰 소여 모험》, 《걸리버 여행기》 등과 같은 동화책을 전집으로 읽은 기억이 난다. 지금 떠올려도 읽으면서 행복했던 기억들이 추억으로 엮여 나온다.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책들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만화책과 하이틴 소설도 엄청 읽었다. 어릴 때부터 스토리가 있는 세상을 좋아했다.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컸던 것 같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나는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味'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미, 재미, 흥미’이다.  그리고 세 가지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볼거리, 읽을거리, 할 거리’이다.

  우리가 일하는 것은 꼭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금적적인 것이 상당 부분 차지하기는 하지만, 인생에는 의미와 재미와 흥미가 있는 볼거리든지, 읽을거리든지, 할 거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꿈과 노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꿈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실현하기에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면 은연중에 꿈을 이루어보려고 하는 힘이 생기거나, 또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이 가치 있어 보이기도 한다. ”     


  “노력이란 말은 나에게는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것보다 끝까지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나의 신조이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머리가 좋지 않으므로 무슨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간의 두 배를 미리 확보한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와!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천재 수학자도 남보다 두 배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남과 똑같은 시간을 들여놓고 항상 더 나은 성과를 기대했다니...      


  다니엘 핑크의《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내가 앞으로 어떤 관점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하이콘셉트는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이고, 하이터치는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이라고 한다. 스토리와 디자인이 기업과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직사회에서도 그 사람이 살아온 스토리와 이미지가 평가의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역량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한 집단에서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소모임에서도 그렇다.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 사람에 대한 매력은 공감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니엘 핑크는 미래사회는 직업적 성공과 개인적 만족을 위해 여섯 가지 재능이 필요하다고 한다. ‘디자인’, 둘째, 제3의 감성 ‘스토리’, 셋째,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조화’, 넷째,  ‘공감’, 다섯째, 웃음과 유머 코드인 ‘유희’, 그리고 마지막 여섯째, 삶의 원동력 ‘의미’다.


  이 재능은 개인 브랜드를 만들 때, 그리고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시그니처를 만들 때, 키워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심각한 사람, 재미없는 사람 곁에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웃게 해 주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유머와 공감력과 자신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 주변에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나는 쉽고 가벼운 책부터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권을 다 봤다는 작은 성공 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들고, 또 읽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일도 하기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몸의 엔진을 가동할 때 꽤 시간이 든다.

 그러나 한번 시작하면 그냥 하게 된다. 한번 마음먹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시작하는데 에너지가 90% 들어가니까 말이다. 


 독서의 시작은 무엇보다 읽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그러면 쉬운 독서가 된다. 


  나는 책 읽고 책 쓰면서 인생을 채우고 싶다.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읽고, 나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글 쓰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그것이 아프고 힘들다고 느낀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 책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쓴 책이 아프고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면 참 좋겠다.


  나는 살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대한 물음을 책에서 찾고 싶었다. 그냥 살아내는 것이 답이라고 해도 그 답을 책에서 찾고 싶었다. 나를 위로하는 한 문장, 내가 공감하는 한 구절이 필요했다. 그래야 내가 살아갈 힘을 얻을 것만 같았다. 


  멋지게 늙어간다는 것은 내 딸과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닐까?  바쁜 엄마로 인해 아파하며 자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비추어지고 싶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는 ‘한다고 하면 해내는 사람’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주고 싶다. ‘살아낸다고 수고했어, 희정아’라고 나를 톡톡 격려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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