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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Jun 16. 2023

3. 그날의 나를 멱살 잡고 말렸어야 했다.

한국 | 세계일주를 잘못 준비하는 건에 대하여 1 

세계일주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이 계획이었다.

몇 개국을 갈 것이며, 얼마나 여행할 것인가.


문뜩, 세계일주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면 세계일주인 것인가?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다 둘러보아야 세계일주인 것인가?

대륙별로 하나씩의 나라만 다녀와도 세계일주라 해주나?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도대체 어딜 다녀오고 세계일주라 한 거지?


혼란스러웠다.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닌데,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무한루프로 사고가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험.


내가 내린 결론은 아무튼 많은 나라를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육로로 가는 것.

각 대륙의 나라들을 한붓그리기 하듯이.


대충 대륙별로 나라를 세어보고 그중 갈 수 없는 곳, 동선이 다른 곳을 빼니 50개국 정도 되어 보였다.

기간은... 1년은 짧은 거 같고 2년은 긴 거 같아 1년 반으로 했다. 일단.

(ENTP가 또...)


이제 나의 고민은 첫 번째 나라였다.


한반도. 말 그대로 삼면이 바다다. 그러나 북으로 갈 수 없으니,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었다.

가급적 육로로 가겠다던 나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이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내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걸.


타산지석이란 말이 떠올랐다. 다른 세계일주 여행자들은 어떻게 여행을 시작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거나,

동남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의 출발시기는 9월 중순.

유라시아 대륙은 가을이었다. 그리고 점점 겨울이 온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횡단열차를 타고 동에서 서로 점점 간다면, 나는 겨울과 함께 여행할 것 같았다.

나는 겨울이 싫었다. 짐이 많아지니까.


무엇보다 나는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보편적이거나 유행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평범한 것은 몸이 거부했다.


그래서 나만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럴 거면 왜 찾아본 거야)


  '동에서 서로 가면 계속 추울 거 같아.'

  '그럼? 반대로 가면 되지 뭐 ㅋ'


만약 지금 다시 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며 나를 말렸을 것이다.


  '... 미국?'

  '아냐, 영어 못해.. 무서워.. 미국은 이번에 안 갈래..'


만약 아까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이 때로라도 돌아가서 나를 말리고 싶다.


슬프게도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 없고,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태 가 본 곳이라곤 중국 일본 뿐이었던 나는,

여태 혼자서 해외여행 한번 안 해 봤던 나는,

그렇게 중앙아메리카를 첫 번째 대륙으로 정했다. 나는,



그날의 나를 멱살 잡고 말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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