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덩시쥔 (鄧西君) Deng Xijun 중국 미얀마 특사가 2월 20일 중국과 미얀마 국경 지역 몽라 Mongla를 방문해 미얀마의 7개 민족 무장 단체(EAOs) 대표들을 만났다. Irrawaddy는 2월 22일 자 기사를 통해 덩시쥔 특사가 샨주 제4 특별 지역인 몽라에서 카친 민족 무장단체인 KIO(Kachin Independence Organization) 대표자를 만났으며 몽라 지역의 국내 난민 수용소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기사는 KIO 이외에도 UWSA (United Wa State Army), KIA (KIO의 무장조직, Kachin Independence Army), MNDA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Army), SSPP (Shan State Progress Party), AA (Arakan Army), TNLA (Ta’ang National Liberation Army), MNDAA (Myanmar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Army) 도 만났다고 국경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사의 이번 국경지역 EAOs 대표들과의 회담은 2022년 12월 말 중국 윈난성에서 미얀마 북부 EAOs인 UWSA, KIA, NDAA, SSPP, AA, TNLA, AMANDA 대표들을 초청하여 만난 이후 2개월여 만이며, 매우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특사가 2개월여 만에 미얀마 북부 7대 EAOs들을 다시 만나 회담을 가진 것은 그 자체로 미얀마 상황에 대한 중국의 의중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인다. 2022년 12월 회담 이후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UWSA 관계자와 SSPP 관계자는 특사와의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당시 특사는 면담 직후 네피도를 방문하여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면담을 가졌다. EAOs를 만난 직후 면담에서 중국 측의 의견이 전달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면담 내용 역시 알려진 바는 없다.
이번 2월 면담도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지역 언론인 DMG는 2월 23일 자 기사에서, Nyi Rang UWSA 라시오 사무소 연락관은 덩시쥔 중국 특사가 무장단체들에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 외특별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 북부지역 EAOs와 군정의 충돌을 원치 않으며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하기 위해 특사가 긴밀히 움직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얀마 북부지역에서 군정과 EAOs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된다면 CMEC(중국 미얀마 경제 회랑)를 통한 미얀마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중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rrawaddy는 3월 9일 자 기사를 통해 중국 특사가 KIO 관할 구역에 위치한 난민캠프캠프까지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며, 중국이 국내 난민 분만 아니라 EAOs에 대한 보건 및 교육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이는 중국이 국경지역 EAOs 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나가고자 하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중국 특사 행보는 미얀마 내 중국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지 작업의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라카인 일원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 조성에 합의했는가 하면 중국의 루일리와 짜욱퓨를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국경지역의 불안을 초래하고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군부가 이번 특사와의 회담에도 참여한 MNDAA의 무장병력이 결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대를 철수시킨 것을 두고 로컬언론은 루일리-짜욱퓨 철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중국은 샨주 북부의 긴장이 완화되기를 바랐고 군부는 그러한 중국의 입장을 감안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특사는 면담을 가진 EAOs 대표들에게 평화 회담에 참여하고 전국 정전 협정(NCA)에 서명할 것을 촉구했으며, 중국 특사는 이러한 촉구가 민 아웅 흘라잉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과 군정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AOs 대표들과 회담을 마친 특사는 3월 6일 네피도를 방문하여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12월에 이어 두 번째 면담을 가졌다. 관영언론 GNLM는 3월 7일 자 기사는, 이번 면담을 통해 국경 지역과 내륙 지역의 평화 보장을 위한 EAOs와의 평화 회담 개최, 평화 정착 과정에 중국의 참여와 역할, 그리고 양국 무역과 국경 지역 평화 정착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중국 특사와 국경지역 EAOs 대표들과의 세 번째 면담이 있을 예정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중국 특사의 행보는 전례 없이 빠르고 전격적이다.
Irrawaddy는 중국 특사의 2차에 걸친 EAOs와의 면담은 중국이 국경지역 EAOs와 관계를 강화하고 그들이 군정과 어떤 형태로든 휴전에 도달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은 NUG가 주도하는 반군정 세력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지원으로 미얀마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중국 특사의 방문이 미얀마를 둘러싸고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로컬언론 DMG는 중국의 미얀마 이슈에 대한 기본 입장은 미얀마가 자국 내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기를 바라며, 미얀마 문제에 대해 외국의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NUG 외교부의 미국 내 사무소 개소를 미국이 미얀마 이슈를 무장 충돌로 몰아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으로서는 미얀마 북부 EAOs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EAOs와 소수 민족 영역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못마땅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2022년 12월 통과된 국방수권법(NDAA)의 일부인 ‘버마법’을 근거로 반군부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PDF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버마법 통과 이후 중국은 미국의 원조와 영향력이 중국 국경에 위치한 EAOs에 미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 것이다.
‘버마법’ 통과 이후 미국의 반군정세력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마법’은 EAOs를 포함한 미얀마의 반군부 세력에 대한 자금과 기술 지원을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며, 미국은 미얀마 안팎의 반군부 세력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중국 특사의 몽라 방문 직전인 2월 13일 NUG 워싱턴 사무소가 개소식을 가졌다. 이 개소식에는 NUG 외무장관인 Zin Mar Aung과 Uzra Zeya 미국 인권담당차관이 참석했다. The Diplomat는 2월 16일 자 기사를 통해 NUG는 미국 정부와 공식적인 접촉을 시작하고 NUG를 미얀마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해 달라는 압박 활동을 위해 사무실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개소식에서 Zin Mar Aung NUG 외무장관은 "미 정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장려하고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버마법을 제정한 후 NUG 사무실이 문을 열 수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워싱턴 사무소가 미얀마 군부에 대항하는 투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지원으로 NUG 워싱턴 사무소 r개소가 가능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향후 미국과 NUG의 지원 협조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2월 14일 Wendy Sherman 미국무부 차관은 Zin Mar Aung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NUG의 워싱턴 연락사무소 설립을 환영하며 버마의 모든 민주화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민족 단체들과의 교류 확대를 위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Derek Chollet 미 국무부 고문은 Irrawaddy와 2월 15일 자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대 미얀마 정책 방향은 첫째 군사 정권 고립과 처벌 및 군사 정권 수익 창출과 자원 및 무기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것, 둘째, 미얀마 내 반군정 세력을 지원하는 것. 셋째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EAOs와 NUG의 무장조직인 PDF와 접촉해 왔으며 관계를 맺고 있으며, 워싱턴에 사무소를 개설한 NUG와 협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Scot Marciel 주미얀마 전 미국 대사는 2월 21일 자 Nikkei Asia 기고문을 통해 미얀마 이슈 해결을 위해 평화적 해결책 추진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아세안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버마법’에 의거 반군정 저항 운동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항세력에 직접적으로 무기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자금을 공급하여 NUG가 무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문제에 관련된 책임 있는 미국 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보면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태도가 기존 평화적 접근 방법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강경론으로 기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미얀마 이슈뿐만 아니라 대 중국 이슈 전반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하원은 2023년 1월 10일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력적 경쟁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이 특별위원회는 민주당 의원들도 찬성하여 초당적으로 구성되었으며, 향후 중국공산당의 경제적, 기술적, 안보적 진전 그리고 미국과의 경쟁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정책적 권고안을 제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위협이 심각함을 이해하고 미국의 리더십과 권익을 약화시키는 중국의 의도를 밝혀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대 중국 강경 여론이 더욱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3월 2일 개최된 미국최대 연례 보수 정치권 행사인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중국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강하고 조직적인 적으로 묘사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을 비난했다. 정찰 풍선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론이 빗발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도 중국에 대해 강경태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월 8일 자 기사를 통해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의 반중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고 평가하면서 민주·공화 양당은 올해 4개의 ‘중국 청문회’를 초당적으로 구성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3월 1일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거짓정보를 바탕으로 중국위협론을 제기하는 것을 비난하며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쿠데타 발발 이후 2년 동안 국제사회는 미얀마 이슈에 대한 해법을 ‘아세안을 중심으로 미얀마 군부에 5개 합의사항 이행을 강조하고 촉구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5대 합의사항 이행은 미얀마 군부가 거부할 경우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미국은 ‘버마법’을 기점으로 미얀마 이슈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2023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인도네시아도 새로운 해결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미얀마 이슈에 대해 군정을 압박하는 수위가 높아질수록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져온 중국과 러시아와의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얀마의 혼란 상황을 결코 바라지 않으며 외부의 개입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어느 지점에선가 표면적으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그 시기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될수록 그 가운데 낀 미얀마를 둘러싼 긴장도 고조될 수 밖에 없다. 군부, NUG, EAOs를 둘러싼 역학관계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양곤의 소비사회를 보면 미얀마는 더 이상 비상 시국이 아닌 듯하다. 경제 논리가 제대로 발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