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미얀마 Hot Issue
미얀마 가정의 필수적 식자재인 식용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저렴한 식용유를 구입하려는 국민들의 줄 서기 행렬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관영언론 GNLM도 식용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당국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은 식용유 업체들이 공급하는 저렴한 식용유 구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양곤 시민들 사진을 보도하고 있다. 현재 군정 당국은 2022년 7월 17일부터 식용유 수입업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동식 트럭을 이용하여 국민들에게 저렴한 식용유를 공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 업체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무부 산하 식용유 수입유통 감독위원회는 팜유 수입 가격에 따라 매주 식용유 도매시장 기준가격을 발표해 오고 있다. 양곤 시장의 팜유 1비스(Viss, 전통적인 미얀마 측정 단위로 1 viss=1.6kg) 도매 기준 가격은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4,155 짜트로 지정되었으나 시장 가격은 2배 이상 높은 평균 10,000 짜트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이에 상무부는 식용유 도소매업체들이 과다 가격 책정, 의도적인 재고 보관, 시장 가격 조작을 위한 부도덕한 조치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지면 ‘필수 공급 및 서비스법(Essential Supplies and Service Act)’에 따라 법적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가격은 계속 치솟았다. 팜유 가격은 지난 2월 6,000 짜트 수준에서 6개월 만인 8월에 평균 9,000쨔트 이상으로 가격이 50% 급등했다.
식용유 가격 안정 책임을 수입 공급업체에 전가
식용유 가격 폭등을 진정시키고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군정 당국이 전면에 나섰다. Irrawaddy는 8월 31일 자 기사를 통해 군부의 미얀마 보안국(OCMSA, Office of the Chief of Myanmar Security Affairs)과 군정 내무부 산하 특별조사국(BSI, Bureau of Special Investigation)이 합동으로 8월 30일 미얀마 식용유 판매업자 협회(MEODA, Myanmar Edible Oil Dealers’ Association) 회장 San Lin과 Ay Sein, Mint Kyu, Wan Htike, Tun 등 네 명의 회원들을 군정이 정한 식용유 가격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MEODA 회원들 체포는 8월 28일 식용유 가격 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뒤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체포된 MEDOA 회원 5명은 중앙은행 공식 환율이 아닌 시장 환율로 수입 팜유를 판매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군정은 MEODA 회장과 관계자들이 식용유 공급 시장을 조작하며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식용유 부족과 시장 가격 상승 이슈를 판매업체들의 도덕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식용 팜유 수입업자들은 팜유 수입 시에는 시장환율로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 판매는 중앙은행 기준 환율에 따라 팜유 가격을 책정해야 하므로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군정은 국민 민심 이반을 막는데 급급하여 식용유 가격 안정 책임을 식용유 공급업체들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연간 식용유 소비량은 100만 톤으로 추산된다. 이 중 국내 식용유 생산량은 약 400,000톤에 불과하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약 700,000톤에 달하는 식용유가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SAC 의장은 8월 25일 개최된 제7차 경제위원회(Economic Committee) 회의에서 매년 식용유 수입에 6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경제진흥기금을 편성해 국내 식용유 생산량을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국민들의 주식인 쌀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미얀마미곡협회(MRF, Myanmar Rice Federation)는 8월 7일부터 쌀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여, 시민 카드를 제시하면 매월 Pawsan 쌀 한 포대와 Aemahta 쌀 한 포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가격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비축미를 매각하는 MRF의 보조금 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1 pyi(2.13kg) 당 쌀 가격은 Pawsan 이
5,200 짜트까지 치솟았다. 2023년 2월 기준 1 pyi 당 3,700 짜트에 비해 6개월 만에 40% 이상 급등했으며, 2021년 2월 쿠데타 발생 당시 보다 150% 가까이 상승한 수치이다.
GNLM는 8월 26일 자 기사를 통해 MRF 회장 Ye Min Aung이 국내 쌀 가격 안정을 위해 9월과 10월 쌀 수출 물량을 줄여줄 것을 당국에 건의할 것이며, 쌀 수출업자들의 사재기로 인해 쌀 값이 오르고 있어 수출량을 감소하면 국내 쌀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MRF 회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8월 27일 자 기사에서는 MRF가 시장 쌀 값 안정을 위해 라카인 주에 20만 포대, 몬 주에 2,000포대를 포함해 양곤 지역 이외 4개 지역과 주에 쌀 250,000 포대를 긴급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는 쌀 수출 물량을 조절하지 않더라도 수출할 쌀에 대한 사전 심사를 거쳐 100% 준비된 후에만 적용되는 수출 허가 제도를 도입했으며, 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10월 수확 때까지 신규 쌀 수출 허가증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농축산관개부는 MRF가 요청한 쌀 수출 중단 요청에 대해 계약에 의한 수출인 만큼 수출 중단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군정은 국내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출업체들의 쌀 사재기 등 시장 조작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창고 등록 제도를 도입했다. MRF는 6월 21일 농축산관개부의 지시에 따라 쌀 시장 발전과 쌀 보관용 창고 등록 시스템 도입을 위해 온라인(MyRO)을 통한 디지털 등록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으며, 2023년 6월과 7월에 네피도, 양곤, 에야와디, 바고 및 만달레이 등지에서 창고 등록 시범 사업이 시행되었다. 온라인 등록 플랫폼은 9월 중순에 정식 운영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군정이 MRF의 쌀 수출 잠정 중단 요구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미얀마 수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쌀 수출을 통한 외환 확보 시급성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얀마의 올해 쌀 수출 실적은 예상과는 달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MRF는 2023/24 회계연도에 250만 톤의 쌀과 쇄미(쌀 싸라기)를 수출하고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쌀 수출은 지난 4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RF 자료에 따르면 2022/23 회계연도에 2,261,203톤의 쌀을 수출하여 8억 5,347만 달러 수출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 4~7월간 32만 톤의 쌀 수출에 그쳤고 수출액은 1억 3,8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정이 쌀 수출을 한시적으로라도 보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영언론인 GNLM도 외환 환율 급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GNLM는 8월 25일 자 기사를 통해 중앙은행이 기준환율을 2,100 짜트로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짜트화는 3,700 짜트로 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은 2022년 8월 10일 발표한 중앙은행 지침을 통해 외환 거래 환율 대역을 0.3%로 설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은행 및 비공식 금융거래소를 포함한 금융기관은 매수 시 2,094 짜트, 매도 시 2,106 짜트로 환율 대역을 설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24일 시중 매수 환율은 3,598 짜트, 매도 환율은 3,688쨔트를 기록했다. GNLM은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8월 19일 환율은 미국 달러 대비 4,000 짜트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은 2023년 8월 20일 자 공고를 통해 외환 취급 관련 면허나 허가 없이 외환을 보유한 자들에 대해 ‘외환관리법’에 따라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외환관리법 제15조: 미얀마 내 거주자는 외환을 합법적으로 취득한 경우 수령일로부터 최대 6개월 동안 미화 10,000달러 또는 기타 유형의 외환을 동등한 금액으로 보유할 수 있지만, 외환 보유자가 6개월 이내에 외환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외환 거래 허가증 소지자에게 시장 가격으로 판매 및 교환하거나 은행 계좌에 입금해야 한다고 명시
중앙은행 총재 Than Than Swe는 ‘외환관리법 제9조’에 따라 외환 매입 및 판매는 외환 거래 면허 소지자만 수행할 수 있으며, 외환 거래 면허 없이 외환을 거래하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관련 자산 몰수 등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달러와 다른 외환을 사재기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8월 19일 개최된 기업인들과의 회의를 통해 불법 환전상들과 온라인에서 환율 불안을 조장하는 자들에 대해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 이후 급등하고 있는 환율 불안 속에서 군정의 외환 확보를 위한 극단적인 조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의 주식인 쌀과 가장 핵심 식자재인 식용유 가격의 급등 이외에도 설탕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GNLM도 8월 25일 자 기사를 통해 설탕 가격이 2021년 이후 계속 상승 중인 가운데 2023년 8월 새로운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022년 설탕 가격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Irrawaddy는 8월 29일 자 기사를 통해 쌀과 곡식류의 가격이 급등한 배경으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력 충돌로 인한 농업 생산성 저하, 짜트화 하락과 20,000 짜트 신지폐 발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급격한 생산비 상승 등을 지목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달리는 가운데 군정은 경제적 고통으로 인한 국민들의 민심 이반을 크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SAC 의장은 8월 25일 열린 제7차 경제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의 미얀마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가 미얀마를 경제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 달러와 금을 보유한 사람들이 가격을 조작하고 있으며, 쌀 등 농산물과 전반적인 생활비의 급등은 부도덕한 사업가들 탓이라며 그 책임을 전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8월 1일 비상사태를 다시 6개월 연장한 군정은 다른 어떤 분야 정책 보다 경제 정책 분야에서 이전과는 다른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23년 2월 3일 군정이 발표한 정치 경제 사회 분야 12대 과제의 경제 정책과는 확연히 다른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제정책 변화가 감지된다.
SAC 의장은 8월 1일 비상사태 연장 직후인 8월 8일 네피도에서 개최된 연방 각료 및 공무원 회의에서 군정의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분야 9대 목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군정이 2023년 2월 1일 비상사태 6개월 연장 직후인 2월 3일 발표한 군정의 12대 정치 경제 사회 목표와의 차이점이다. 특히 경제분야 목표의 차이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23년 2월 발표한 경제 분야 목표 중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시장 경제를 발전시키고 외국 투자 유치 도모’라는 중요한 목표가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 정책 목표의 첨삭 문제가 아니라 미얀마 경제발전의 가장 핵심 방향인 시장 경제와 외환 유치를 통한 성장을 더 이상 지향하지 않겠다는 군정의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투자확대, 기술 발전, 생산성 향상 등을 강조하는 성장형 경제모델을 더 이상 중요한 경제 정책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인해 외환 확보와 외환 거래가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그에 따라 외국자본의 투자가 경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가 급격한 환율 하락과 인플레이션으로 생필품 수급마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군정 주도의 관리 경제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88년 쿠데타로 집권한 당시 신군부도 이전 Ne Win 정부의 불교사회주의를 표방한 고립적, 폐쇄적 대외경제제도를 탈피하여 대외교역 및 투자 활성화를 국가의 주요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그리고 1988년 ‘외국인투자법’을 도입, 외국인투자 활성화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현 군정의 해외투자 유치를 경제 목표에서 배제시킨 것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해외 기업 유치 및 투자 유치를 통한 성장형 경제가 아니라 내수 중심의 자급형 경제체제로 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해외투자 유치를 경제 목표에서 굳이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제재로 외환 확보와 외국 기업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긴 하지만 1988년 쿠데타로 출범한 당시 군부보다 더욱 외부 배타적인 경제 노선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미얀마 경제가 더욱 난관에 처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이번에 발표된 경제 목표는 식량 안보를 위한 농축산업 강화, 수출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 성장 이외에 식용유 자급률 달성 촉진을 제3의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정책 목표라기보다 추진과제에 적합한 범주인데 군정이 이를 3대 경제 정책 목표로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식용유는 미얀마 국민 식생활의 필수품이다. 거의 대부분의 미얀마 요리에 식용유가 사용되는 현실에서 국내 소비 물량의 약 7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식용유 공급은 환율과 물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식용유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경우 당장 국민들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군정은 식용유 수급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민심 이반을 우려하여 식용유 자급을 경제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국가인 미얀마에서 쌀, 콩 등 각종 곡식류는 충분히 생산되어 수출을 하고 있으나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식용유는 어떤 다른 생필품보다 우선적으로 수입대체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2월 발표된 군정 경제 목표와 이번 8월 발표 간 목표 차이는 그동안 달라진 미얀마 국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군정은 농축산업 중심의 경제, 해외 투자와 해외기업
유치를 통한 경제 성장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 중심의 수출 추진, 식용유를 비롯한 필수 생필품의 수입 대체를 통한 내수 중심의 자급 경제를 경제의 기본 축으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능한 한 수입을 더욱 억제하며 외환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단기적 임시방편을 경제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군정의 이러한 경제 정책 목표 변화는 악화일로인 국내 경제상황에 더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등 외부적인 요인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군정도 외환 부족, 환율 하락,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재정 적자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의 경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정이 국제시회의 압박에 저항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외부적인 영향력을 차단해 나가는 방안을 선택해 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변 이후 군정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중국, 태국, 인도 등 인접국 중심의 교역 이외에 외부 영향을 차단하고 수입대체 산업 육성 그리고 식량 자급자족을 최우선으로 해 나가겠다는 것은 경제 회복과 성장보다는 대외 차단과 현상 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유지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이며,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필요하다면 더 높은 강도의 폐쇄 경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