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Irrawaddy는 2023년 9월 6일 자 기사를 통해 민 아웅 흘라잉 SAC 의장이 9월 1일 네피도에서 개최된 SAC 2023년 3차 회의에서 총선은 빨라도 2025년 이후 실시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 GNLM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SAC 의장은 “SAC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민주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며, 선출된 정부에 국가 권력을 넘기는 것이 주요한 의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총선은 반드시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공정한 다당제 민주 총선의 성공적 실시를 위해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유권자들이 빠짐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전한 유권자 명단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완전한 유권자 명단 작성을 위해 2023년 말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2024년 말에 인구센서스를 실시할 계획이며, 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인구와 유권자 명단을 확정한 후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3월 10일 군정 이민인구부 장관은 GNLM를 통해 2024년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에서 센서스가 동시에 실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AC 의장의 이러한 발언을 토대로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군정이 2025년 총선 실시를 시사했다고 보도하고 나섰다. AFP도 9월 5일 자 기사를 통해 군부 대리 정당인 USDP 관계자가 2024년 센서스 이후 2025년 총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으며, 또 다른 정당의 관계자는 2025년 초에 선거가 실시될 것 같다는 전망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025년 총선 실시 가능성은 아직 시계제로이다. 센서스 실시 후 공식발표까지의 소요기간, 센서스 결과를 기준으로 한 유권자 명부 작성 등 총선 사전 준비 과정이 얼마나 소요될지 현 미얀마 상황을 고려할 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군정의 발표대로 2024년 10월 1일부터 15일간 ‘2024 센서스’를 실시할 경우 그 공식 결과 발표까지 소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2014년 센서스 과정을 참고로 하면, 센서스 조사 이후 공식 보고서 발표까지 1년 이상 소요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센서스를 추진했던 테인세인 정부는 해당 센서스 공식 보고서 발표 이후 5개월이 훨씬 지난 2015년 11월 8일 총선을 실시했다.
미얀마의 인구조사는 1891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전국적인 센서스는 1973년과 1983년에 실시되었고 이후 30년 만인 2014년에 마지막 센서스가 실시되었다. 당시 테인세인 정부는 2014년 센서스 실시를 위해 2013년 8월 1일 ‘2014 센서스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 United Nations Fund for Population Activities)의 도움으로 실시한 ‘2014 센서스’는 2014년 3월 30일부터 4월 10일까지 12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약 115,000명의 조사원이 파견되어 약 1,100만 가구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8월 30일 잠정 센서스 결과를 발표했고, 2015년 5월 29일 최종 센서스 보고서 발간 기념식을 가진 바 있다. 센서스에 들어간 총 소요 비용은 5,850만 달러로 알려졌으며, 해당 비용 중 미얀마 정부 부담은 1,500만 달러, 나머지 비용은 국제사회와 단체들의 지원으로 충당되었다. 그러나 2014 센서스 당시 Rakhine, Kayin, Kachin 주의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120만 명 상당에 대해서는 조사원들의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민국 직원이 실시한 인구 조사 전 가구 매핑을 기반으로 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KIO(Kachin Independent Organization) 반군이 통제하는 카친주의 97개 마을은 집계되지 않았고, 일부 로힝야족 마을과 수용소에 접근할 수도 없었으며 로힝야 무슬림들을 135개의 공식 민족 목록에서 제외시켜 로힝야 족의 반발을 초래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권단체들은 ‘2014년 미얀마 센서스’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군정의 2024 센서스 실시 및 유권자 명부 작성과 관련하여 RFA(Radio Free Asia)는 센서스를 통한 조사 결과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유권자 명부 작성에 대해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RFA는 2023년 6월 28일 기사에서 ‘현 상황에서 대면 인구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은 도시와 군정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구 조사 결과 데이터는 신뢰할 수 없으며, 선거관리위원회도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선거 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한 유권자 명부도 신뢰할 수 없다’는 정치 분석가 Than Soe Naing의 발언을 소개했다.
유엔도 국내 실향민 수를 약 1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군부와 반정부 단체 간 분쟁을 피해 마을을 떠난 상황이므로 군정이 주도하는 인구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쟁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가 PDF 등 반군정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관영언론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반군정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13개 선거 사무소가 파괴되었으며, 유권자 명부 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경찰관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4년 센서스 기준 약 115,000여 명의 조사원들 활동이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며 특히 무장 충돌 지역의 센서스 조사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센서스 조사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유권자 명부 업무를 담당할 지역 선거사무소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지금도 지역 선거사무소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실제 유권자 명부 확정을 위한 업무가 진행될 경우 반군정 무장세력의 지역 선거 사무소에 대한 공격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현 상황을 감안하면 2024년 10월 센서스 실시와 유권자 명부 작성을 마치고 2025년 총선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AC 의장은 8월 9일 새로 발표된 SAC 5대 로드맵을 통해 총선 실시를 최우선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SAC 의장의 총선 관련 입장 발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2023년 8월 1일 비상사태를 6개월 추가 연장한 직후인 8월 9일, 군정은 2023년 2월 4일 발표되었던 기존 SAC 5대 로드맵을 수정 발표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총선을 첫 번째 로드맵으로 강조했다.
지난 2월 4일 발표되었던 5대 로드맵에서 총선 관련 부분은 다섯 번째 ‘비상사태의 목적이 달성되면 ‘2008년 헌법’에 따라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민주적 선거가 실시될 것이며, 민주적 기준에 따라 승리한 정당에 국정을 이양하기 위한 추가 단계 로드맵을 진행한다.’고 명시되었다. 그러나 8월 9일 발표된 5대 로드맵에서는 첫 번째 항목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민주적 총선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전 연방이 완전한 법치를 바탕으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총선 실시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군정의 총선 실시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과 의중을 추측해 볼 수 있다.
Irrawaddy는 8월 30일 자 기사를 통해 SAC의 5대 로드맵 변화와 관련하여 Qin Gang 중국 외무장관이 지난 5월 2일 네피도를 처음 방문하여 군정의 정치적 전환 추진 과정과 미얀마 정당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소개하며, 중국의 이러한 입장 표명 이후 두 달여 만에 군정이 비상사태를 6개월 연장하면서 총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과 모종의 교감 하에 군정이 총선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투자시설 보호를 위해 미얀마 국내 상황의 안정을 그 어느 국가보다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양국 간 국경지역에 위치한 미얀마 북부 연맹 소속 민족무장조직들과 연쇄 회담을 한 것도 군정과 협력관계를 중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군정을 향해 총선 계획을 지지를 밝히며 가능한 한 빠른 안정 회복을 바라고 있겠지만, 총선 실시에 대한 군정의 로드맵 변화를 중국과 교감으로 직접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9월 5일 양곤에서 35개 정당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투표용지 비용을 줄이고 투표 조작을 방지할 목적의 전자 투표기를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Thein Soe는 4차례에 걸친 정당들과의 회의를 통해 향후 총선에서 폐쇄형 비례대표제(PR) 도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정당 등록법 시행을 통해 신규등록 정당 14개, 재등록 정당 50개 등 64개 정당이 등록 신청을 완료한 상태이며, 유권자 명부 작성과 검증에 정당 관계자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므로 정확한 유권자 명부 작성을 위해 각 정당들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비상사태 연장을 위한 7월 31일 국방회의에서 SAC 의장은 일부 테러 단체와 소수 민족 무장 조직이 Sagaing, Magway, Bago 및 Taninthai 지역, Kayin, Kayah, Chin 주 일부 지역에서 무장 공격, 살인, 지뢰 매설, 방화 및 다양한 테러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센서스나 유권자 명부 작성 준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사실상 총선을 실시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명부 작성과 질서 확립을 대 전제로 내세우며 총선 실시를 강조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 첫째, 명분 쌓기: SAC 의장이 이미 초헌법적으로 비상사태를 연장해 가며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강조하는 이유는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함이다. 군정에 대한 국내외적 비난과 국제 사회의 제재조치를 희석시키고 소수민족을 회유하며 이반 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명분 쌓기인 것이다.
군정은 연방 권력으로서 대표성을 지켜 나가기 위해 소수민족들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군정에 동조하고 있는 민족무장조직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민족무장조직들에게 선거를 통한 권력 분산 및 자치권 확대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둘째, 시간 벌기: 전국적으로 무장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정의 지역 통제력은 상당 부분 상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정 입장에서 조속히 NUG를 비롯한 반군정 무장세력 및 민족무장조직들을 제압해야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군정이 총선 실시의 대전제로 법치 확보와 안전 및 평화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반군정 세력이 활동하는 한 총선이 힘들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군정은 국내적으로 반군정 무장단체들의 세력을 제압하거나 저항을 약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또한 군정은 미얀마 군정과 여전히 교류 중인 중국, 인도, 태국 등 인접국들로부터 지원과 협조를 이끌어 낼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Prague Civil Society Centre의 Igor Blazevic 선임 연구원은 Irrawaddy 기고문을 통해 군정은 내전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지 못하면 전국적인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센서스 실시와 유권자 명부 작성을 명분으로 총선을 연기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총선 연기가 아니라 군정이 총선을 빌미로 대내외적으로 명분 쌓기와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모든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정 입장에서 총선은 상황이 되면 하는 것이고 안되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2025년 총선 실시’라는 국내외 기사 제목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