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미얀마 Hot Issue
Marlar Than Htaik 군정 외교부 차관이 라오스 Luang Prabang에서 개최된 '비공식(retreat) ASEAN
외교 장관 회의’에 참여했다. 군정 외교인사가 ASEAN 고위급 회담에 참여한 것은 2021년 말 이후 처음이었다. 2024년 ASEAN의 첫 주요 일정으로 1월 29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이 회의 의제는 미얀마 이슈였다. ASEAN 외무장관 회의에 미얀마 군정 대표가 참석한 것을 두고 2024년 라오스가 의장국이 되면서 ASEAN
의 미얀마 이슈에 대한 방향성이 달라진 것 아닌가 하며 관심이 집중되었다.
Diplomat은 1월 29일자 기사를 통해 쿠데타 3주년을 앞두고 군정 대표가 주요 ASEAN 회의에 참석한 것이 반드시 ASEAN 측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의장국을 맡았던 인도네시아의 Lalu Muhamad Iqbal 대변인은 1월 29일 AFP와 인터뷰를 통해 외무장관회의에 미얀마 대표가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석자가 장관급이나 정치 세력의 대표가 아니었으므로 미얀마 대표가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2022년 합의된 ASEAN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ASEAN은 미얀마 군정 대표의 ASEAN 고위 회담 참석 금지 조치를 취하며 ASEAN이 미얀마 이슈에 대해 합의한 5개항에 대해 미얀마 군정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미얀마 군정이 ASEAN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고자 할 경우 ‘비정치적 대표자’를 참석시킬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군부는 ASEAN 회의에 '비정치적' 대표를 파견하는 것보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 와중에 미얀마 대표가 ASEAN 외무장관 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는 것은 ASEAN의 정 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회원국들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이슈에 대한 ASEAN의 의미있는 변화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미얀마 군부도 3개 EAOs의 ‘1027 작전’으로 인해 국내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는 와중에 ASEAN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Marlar Than Htaik 차관은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얀마는 ASEAN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ASEAN 의장국인 라오스의 외무부는 1월 1일 라오스 총리실 장관을 역임한 Alounkeo Kittikhoun를 아세안 특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라오스는 전임 아세안 의장국이었던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특사를 별도로 임명하지 않고 아세안 특사실을 운영한 것과 달리 라오스가 아세안 특사를 신속하게 임명한 것을 두고 ASEAN 5대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라오스의 적극적인 행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라오스는 미얀마 이슈에 대해 전임 ASEAN 의장국들의 성과를 토대로 미얀마가 주도하는 지속적이고 포용적이며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미얀마를 지원하겠다는 ASEAN의 약속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lounkeo Kittikhoun 특사는 임명된 직후인 1월 10일 미얀마를 전격 방문하여 MAH를 비롯한 군정 외무부 장관 및 군정에 우호적인 7개 EAOs 대표들과 회담을 가졌다. 관영 MRTV는 ASEAN 특사가 네피도를 방문하여 SAC 의장과 회담을 했으며 아세안 5개 합의사항 이행, 인도적 지원 방안, 군정의 선거 계획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GNLM도 11일자 기사를 통해 양측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군정의 노력'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회담 내용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라오스 Luang Prabang에서 개최된 ASEAN 외교 장관 회의를 앞둔 시점에 미얀마를 방문했고 이후 미얀마 대표가 해당 회의에 참석한 것을 미루어 볼 때 Alounkeo Kittikhoun 특사와 MAH간 ASEAN의 미얀마 이슈에 대한 입장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ASEAN 특사가 임명된 직후 미얀마를 방문하여 군정 대표와 면담을 가진 것 자체가 미얀마 이슈에 대한 ASEAN의 적극성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Diplomat은 Kao Kim Hourn ASEAN 사무총장이 Alounkeo Kittikhoun 특사가 미얀마 방문 성과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미얀마 방문 회담이 ‘good’이었다고 언급했으며 미얀마 이슈관련 성과가 있음을 시사했다는 Channel News Asia의 Leong Wai Kit의 SNS 언급을 인용 보도했다.
한편 특사의 미얀마 방문에 대해 NUG는 군정이 ASEAN 5대 합의사항을 이행할 의지가 없으며 특사는 NUG와 EAOs 등 모든 당사자와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Diplomat는 1월 11일자 기사를 통해 군정이 교전에서 계속 패퇴, 재정적 위기, 대중적 지지 상실 등으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질 경우 ASEAN 5개 합의 사항을 이행하며 ASEAN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9DASHLINE의 미얀마 관련 전망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9DASHLINE의 1월 9일자 기사는 경제 붕괴와 만연한 부패, 그리고 군 내부 사기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할 경우 군정은 사태 해결을 위해 외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을 찾게 될 것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국제적 협력 대상은 ASEAN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군정이 ASEAN으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2021년 ASEAN이 제시한 5대 합의사항 이행을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21년 4월 5대 합의사항이 채택되었을 당시 MAH는 우리가 ‘일정 수준의 안보와 안정을 달성한 후’에만 5대 합의사항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하며 5대 합의 사항 이행은 부차적인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3개 EAOs의 ‘1027 작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일정수준의 안보와 안정’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군정은 EAOs 및 반 군정 세력과의 전투에서 계속된 패퇴로 국내 장악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중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무장 충돌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경지역에 대한 통제력도 상실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확대될 경우 미얀마 군부는 군부에 우호적인 주변국가들에게 도움을 강력히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갈수록 악화되는 군정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ASEAN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ASEAN 회원국 중 군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확대되는 위기상황을 진무하고자 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군정이 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ASEAN의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고, ASEAN 의장국인 라오스도 군정의 5대 합의사항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군정이 ASEAN에 지원을 요청할 경우 5대 합의 사항 이행을 우선 약속해야 한다. 특히 5대 합의사항 중 ‘즉각적인 폭력 중단’과 ‘모든 관련 당사자들 간의 건설적인 대화’가 우선시될 것으로 보인다.
Diplomat는 5대 합의사항 이행이 군정이 반 군정세력과 대화를 해나갈수 있는 실행 가능한 카드지만 반 군정세력이 ASEAN의 중재에 기꺼이 참여할 것인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며, 필요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분명치 않으며 ASEAN의 중재 가능 여부에 의문 부호를 남겼다.
ASEAN 외무장관들은 1월 29일 미얀마의 유혈 분쟁 종식을 촉구하고 역내 평화 계획과 ‘미얀마가 주도하는 해결책 (Myanmar-owned and led solution)’을 지지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미얀마는 여전히 ASEAN의 필수 회원이기 때문에 미얀마가 현재 진행 중인 위기에 대한 평화롭고 포괄적이며 항구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지원하겠다는 ASEAN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Alounkeo Kittikhoun 신임 특사의 ‘관련 당사자들과의 접촉’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얀마가 주도하는 해결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NUG와 대화나 협상 포함여부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Saleumxay Kommasith 라오스 외무장관은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만 이번에 우리는 이번 합의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이고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Alounkeo Kittikhoun 신임 특사의 미얀마 방문 결과에 대해 ASEAN 회원국들이 전적으로 신뢰를 표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특사와 군정 간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EAOs와 교전에서 거듭된 패퇴로 군부 지지 세력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기 시작한 MAH가 자신의 위태로운 입지 회복과 국내 상황 정리를 위해 ASEAN 5대 합의 사항 이행을 전제로 ASEAN을 중재자로 내세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군정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